어두운 밤이면 더욱 음산해지는 수정동굴,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 버들이 일행은 그 신음 소리의 정체와 맞닥뜨린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맙니다. 신음 소리의 주인공은 그림자 고양이의 우두머리인 블랙캣, 즉 뎨라였습니다. "이곳에 인간 종의 무덤이 생기기 전에는 이 슬픔은 끝나지 않는다."고 외치는 뎨라. 버들이 일행은 뎨라가 보여준, 인간의 탐욕으로 멸종된 종(種)들의 생생한 기억이 묻힌 묘지 앞에서 뎨라의 가공할 음모에 몸서리칩니다.
"불쌍한 뎨라, 천 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갇혀 있으면서도 깨닫지 못했구나. 예언은 반드시 실현된다. 태양의 고양이가 나타나 마법의 칼로 아포피스를 벨 것이다. 태양의 길은 다시 열리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거야. 그러면 너와 나처럼 쌍둥이 형제가 흑과 백으로 나뉘어 싸우는 이 끔찍한 비극도 끝날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말입니다.
한편 인간 세상에서는 원인 모를 사고가 급증합니다. 고양이의 혼을 노린 그림자 고양이들이 시시각각 세나(전생에 대지의 신인 고양이의 혼)를 위협해오고 민준(전생에 태양의 신)이는 자신 안에 또 다른 존재를 느끼며 세나를 찾아가게 됩니다. 바야흐로 그 옛날 죽음 직전에 태양의 신과 대지의 신이 나눈 영원한 맹세,"내가 그대를 어둠 속에서 구하리라."(태양의 신) "나는 영원히 그대 눈동자 속에 있으리."(대지의 신)를 환기시켜 암흑 속에 갇힌 세나를 구원하고자 합니다.
민준이와 세나를 둘러싼 수정 고양이들과 그림자 고양이들의 대립, 조조와 바이킹의 숙명적인 인연, 고대 예언의 윤곽과 등장인물의 얽히고 설킨 관계가 실타래처럼 풀리면서 『마법의 선물』은 거대한 비밀을 떠 안고 3권으로 이어집니다.
한국 판타지 동화의 신기원
고양이 학교 시리즈는 우리 판타지 동화의 현실에 대한 깊은 반성의 결실입니다. 지은이는 서양의 판타지 동화에 길든 어린이들의 편향된 감성과 판타지 동화가 마치 서양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며 우리 정서에 맞는 판타지 동화 고양이 학교를 지었습니다. 이러한 지은이의 노력은 이미 1권 『수정동굴의 비밀』로, 독자들의 호응과 찬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이는 제대로 된 한국 판타지 동화에 대한 독자들의 갈증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한 독자는 "무엇보다 한국의 창작동화라는 점이 맘에 든다"며, "이런 작품도 번역을 해서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감동 어린 소감을 전해왔습니다.
『마법의 선물』은 도입단계인 1권보다 더욱 구체화되면서, 짜임새 있는 복선과 액자 속 이야기들(각국의 신화와 전설,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과거들)로 흥미를 더합니다. 그리고 지은이는 빼어난 이야기 솜씨와 선명한 주제의식으로, 휘아새, 흰 호랑이, 서호납줄개 등 이미 지구상에서 멸종된 생물들의 최후를 정치한 상상력으로 재현하는 한편 그 바탕에 인간과 자연에 대한 진지한 사유의 길로 아이들을 이끕니다.
그런가 하면 동서양을 아우르며 펼쳐지는 신화의 세계는 차원 높은 판타지로 안내합니다. 이집트 신화, 북유럽의 신화, 그리고 제 3권에서 선보이게 될 동양의 매력적인 현무 신화와 수명국 신화 등은 이 시리즈의 미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표정이 풍부한 삽화는 어떻습니까? 고양이 학교의 삽화는 단순한 상황 묘사 차원을 넘어, 문장 속에 담긴 의미를 재해석하는 탁월한 면모를 과시합니다. 시원시원한 구도 속에 담아낸 깔끔하면서도 스펙터클한 장면 처리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달아줍니다.
글쓴이 김진경
1953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어과와 같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1974년 『한국문학』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5월시 동인으로 활동했습니다.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광화문을 지나며』『우리 시대의 예수』『슬픔의 힘』등이 있으며, 장편 소설 『이리』어른을 위한 동화『은행나무 이야기』가 있습니다.또 동화 『한울이 도깨비 이야기』『스스로를 비둘기라고 믿은 까치』『목수들의 전쟁』『김진경 선생님의 한자동화』 등을 썼습니다.
그린이 김재홍
1958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를 다녔습니다. 인간과 환경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화가는 늘 자연과 인간은 결국 하나이고, 그 하나됨을 그리는 것이 내 작업의 전부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동안 아홉 번의 개인전과 수십 회의 단체전에 초대 출품해 왔습니다. 직접 지은 어린이 그림책으로 『동강의 아이들』『숲 속에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