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처럼 가슴 설레는 게 또 있을까? 삶을 기쁘고 풍요롭게 하는 달콤한 말. 하지만 마음 속으로만 애태워 오던 사랑을 고백하는 일이 어디 쉬운가. 멋있기만 한 그에게, 예쁘기만 한 그녀에게 어떻게 감히 사랑한다고 말할까? 더구나 스스로를 못났다고 여기며 자신감을 잃은 진짜 못난이들에겐 백배 천배의 용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날 사랑할 리가 없어!"
뚱뚱하고 우락부락한 고릴라 조지는 귀엽고 깜찍한 고릴라 실비아를 사랑한다. 땅꼬마에다 말라깽이 실비아는 키 크고 듬직하게 생긴 조지를 사랑한다. 조지와 실비아가 각가 둘씩 등장하는 이야기냐고? 그렇지 않다. 사랑하는 이에 비해 자신은 늘 못났다고 생각하는 진짜 못난이 커플 조지와 실비아가 등장할 뿐이다.
늘 속마음뿐, 사랑하는 이에게 말 한 번 제대로 붙여 보지 못한 둘에게 드디어 기회가 온다. 돌아오는 발렌타인 데이에 무도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분위기를 빌려 오랫동안 간직해 온 사랑을 고백해 보려는 두 고릴라. 하지만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쌓여 간다. 자신의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약속이라도 한 듯 당장, 조지와 실비아는 몸매 만들기 작전에 들어간다. 하지만 십 년 묵은 뱃살이 하루 아침에 빠질 리도, 빈약한 몸매가 단번에 볼륨 있는 몸매로 바뀔 리도 없다. 결국 조지는 나무 덩굴을 코르셋 삼아 온몸에 동여매고, 실비아는 옷 속에 솜 뭉치를 감춘 채 무도회에 참가하는데……. 과연 둘은 서로를 알아보기나 할는지. 못말리는 고릴라들의 구애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 보렴!
요즘 아이들에게 사랑해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엄마에게서, 선생님한테서, 그리고 무엇보다 TV 드라마에서 들어 온 친숙한 말이다. 어린이책에 웬 러브 스토리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아닌 고릴라들의 우화로 꾸민 {너를 사랑해}는 누군가를 마음 속에 품는 것 못지않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또한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 사랑을 구하기 위해 자신에겐 상처뿐인 변신과 꾸미기를 감행하는 조지와 실비아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일부러 감추려 한 상대방의 진짜 모습에 반했던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 또한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렵기는커녕, 쉽고 간단하며 신나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말이다. 적어도 뱃살 빼기 일 주일 완성 작전은 벌이지 않아도 되니까. 사랑하는 이의 "튼튼하고 멋있어 보인다"는 칭찬은 덤이다.
두 고릴라가 자신을 표현했던 말 그대로, 뚱뚱하고 우락부락한 고릴라 조지와 볼품 없고 삐쩍 마른 고릴라 실비아의 과장된 모습과 일상이 그림책 양쪽 면에 대비되며 펼쳐지는 그림이 재미나다. 무도회에서 너무나 달라진 서로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고 키 크고 잘생긴 조지와 귀엽고 깜찍한 실비아만 기다리고 있는 두 고릴라의 모습은 유난히 웃음을 자아낸다. 우리 눈엔 영 못생긴 고릴라들이지만 그것도 우리의 편견일 뿐이다.
그린이 팀 원즈
1971년 영국 엔필드에서 태어았으며 브라이튼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1997년에는 그림책 <잠자기 싫어요!>로 벤자민프랭클린 동화상, 네덜란드도서관협회 동화상, 노팅엄셔 동화상을 받았다. 그 외 작품으로는 <목욕하기 싫어요!> <나한테 동생이 생겼어요> 등이 있다.
옮긴이 박민정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학과와 같은 대학원 지역학과를 졸업했다. 그림책 <행복한 하마가 되는 비결> <달을 갖고 싶은 꼬마 원숭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