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뒤에 한 뼘 더 크는 아이들, 어느새 자란 소중한 우정
바람 잘 날 없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생기 넘치는 일상과 솔직담백한 속마음을 그린 동화 <하늘친구 땅친구>가 문학동네어린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 학교 생활도 친구 관계도 그 또래만의 갈등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키가 작은 민구, 아파트 일층에 사는 것이 언제나 불만이지만 낮은 곳에서 사람들이 알콩달콩 티격태격 살아가는 모습을 가까이 보며 자랍니다. 키가 큰 건호, 민구가 부러워하는 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엄마 아빠 없이 외롭게 자라는 아이지만 늘 멀리 넓게 보며 넉넉한 마음을 품고 자랍니다. 자라온 환경도, 생긴 모습도, 마음 속에 품은 꿈도 다르지만 민구와 건호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아직 상대방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자기와 다른 것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데 서툰 나이지만,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여는 방법을 배웁니다. 누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고 비밀을 지켜 주며 우정을 간직하게 되지요.
민구가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친근하게 쓴 발랄한 문체가 돋보입니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말을 걸고, 아이들의 생각을 한 뼘 더 자라게 하기 위해 고민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입니다. 또, 굵은 선과 산뜻한 수채화로 개성 있게 표현한 삽화도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민구와 건호의 상반되는 캐릭터를 친근하면서도 시원스러운 그림으로 담아 냈습니다.
내 이름은 민구예요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친구도 많고, 공부도 운동도 잘해요. 얼굴도 이만하면 잘∼생겼죠, 뭐. 그런데 딱 하나! 키가 작아요. 그것만 빼면 정말 완벽한데 말이에요. 건호처럼 키가 크면 좋을 텐데……. 건호는 우리 아파트로 이사 온 친구예요. 키가 하도 커서 처음엔 형인 줄 알았다니까요. 우리 엄마는 건호가 뭐든 잘 먹어서 키가 큰 거래요. 내가 싫어하는 우유랑 치즈, 멸치를 건호는 잘도 먹거든요. 하지만 건호는 키만 컸지 나보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삐쩍 마른 약골에다가 말도 잘 못하고, 친구도 별로 없어서 나만 졸졸 쫓아다는걸요. 그런데 엄마는 건호 좀 본받으라고 매일 잔소리하고, 내가 좋아하는 윤비까지 건호한테만 관심을 보이니 정말 속상해요. 게다가 건호는 내가 학원비로 이구아나를 샀다가 야단맞은 얘기를 우리 반 애들한테 해 버렸어요. 윤비까지 있는 데서 말이에요. 으으, 이 녀석을 어떻게 혼쭐을 내 주지?건호랑 크게 싸우고 난 얼마 뒤, 나는 녀석의 커다란 비밀 하나를 알게 되었어요. 건호가 사는 집이 건호의 큰집이었던 거예요. 엄마 아빠가 공부하러 외국에 갔다는 것도 거짓말이었구요. 건호네 이야기를 우리 반 아이들한테 죄다 해 버리면 멋진 복수가 될 텐데. 그럼 건호 녀석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수 있을 텐데. 그런데…… 건호네 엄마 아빠는 어디 있는 걸까요? 마음과는 반대로 나는 건호가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건호는 며칠째 학교도 나오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하죠? 건호의 비밀을 지켜 줘야 할까요?
글을 쓴 배현순 선생님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7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쓴 책으로 <방귀대장 방기남> <별을 찾아 떠난 반달이> 등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치며 이야기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린 김창희 선생님은 1978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순천향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왔습니다. 만화 그리기와 공상하기, 혼자서 여행하는 걸 좋아하고 낯선 것들과 접하는 것도 즐기는 편입니다. 하지만 가장 즐거울 때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순간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