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벽당집
- 저자
- 홍신선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1-01-26
- 사양
- 144쪽 | 신사륙판
- ISBN
- 89-8281-351-9 02810
- 분야
- 시
- 정가
-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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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아음(牙音)의 빛깔로써, 혼신의 힘으로 자신의 쓰린 삶을 언어와 맞비비는 독특한 자기만의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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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44년 화성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65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겨울섬』 『우리 이웃 사람들』 『다시 고향에서』 『황사바람 속에서』 등이 있다. 현재 동국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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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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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1973년 출간되었던 홍신선 시인의 첫 시집 『서벽당집』이 한 세대를 지나 재출간되었다. 이 시집에는 1963년부터 1973년까지의 작품 62편이 수록되어 있다. 첫 시집이 출간되던 당시 시인의 나이는 서른이었다.
펄펄 끓던 이십대의 시인은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그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며 첫 시집의 시어들은 여전히 힘차게 살아 있다. 노을빛 허무감, 쪽빛 푸름이 깃들인 집, 서벽당암울했던 60년대. 그 시대를 이십대의 젊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인의 폐허의식, 환멸감은 가만히 머물러 있어야 할 정적인 대상을 꿈틀거리며 유동하는 동적인 이미지로, 보이지 않는 정황을 가시적인 이미지로 변화시킨 시어의 형태로 나타났다.
지극히 정적이고 조용한 ‘어둠’은 어느새 “어슬렁거리”고 “몸을 뒤설레”이며, 보이지 않는 ‘햇볕’은 “햇볕들”이 되어 창유리를 “굴러떨어진”다. “바다들”은 색색깔의 얼굴을 깨뜨리고, “침묵”은 발소리를 내며 뛰어다닌다. 아픔, 시름, 우울, 피냄새, 죽음처럼 형체 없는 것들이 의인화되어 시인과 이웃하고 살고 있는 듯한, 그래서 만지면 온기가 들 것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는 건, 시의 대상을 밖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대상으로 들어가 스스로 그것이 됨으로써 이루어낸 효과이다. 때문에 시인의 시들은 “풍경의 내부와 시인의 내부가 다 함께 찢긴 상처의 기록이면서 정련된 언어, 작열하는 이미지들 사이에서 시의 몸으로서 꼿꼿한 위엄을 잃지 않”(김명리 시인)는다.
건답에 까만 털투성이의 어둠이 와서 어슬렁거린다. 내다버린 폐기된 사랑들이 잿가리처럼 그 바닥에 시대의 뚝에 쌓여 있다. 차거운 공간으로 내비치는 환한 속살을 여미며 달밤들은 멀리 비켜서 있느니 꿇어 엎드린 산맥 뒤에서 허공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이 밤에 우리가 뼈로써 곳곳에 뒤벼놓은 침묵을 공기들이 어석거리며 밝히는 소리를 밤이 더욱 까만 털투성이의 몸을 뒤설레인다.-「밤」전문
쪽빛 푸름이 깃들은 집이라는 뜻의 서벽당. 그러나 시집 『서벽당집』에 깃들여 있는 것은 허무의 노을빛이다. 그 빛깔을 “6·70년대의 비산비야(非山非野) 황량한 모노톤의 빛깔들”로 표현한 김명리 시인은 “이 빛깔들이 맹렬한 붉음을 내뿜으면서 시의 자기장 안으로 흡입되어가는 한 꼿꼿한 찰나를 붙잡고 싶다면, 바람과 먼지와 햇빛의 유적, 『서벽당집』의 문을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고 독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귀기울여볼 일이다.
아음(牙音)의 빛깔로써, 혼신의 힘으로 자신의 쓰린 삶을 언어와 맞비비는 독특한 자기만의 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