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은어떼들이 회구 끝에 마침내 도달한 곳
추억의 아주 먼 곳
존재의 내면을 천착하는 새롭고 독특한 작품세계
90년대 한국 소설의 희망 윤대녕이 다시 장편소설을 들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했으며,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 「어머니의 숲」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남쪽 계단을 보라』,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등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90년대 문단의 대표작가로 급부상했다. 94년 제2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문체, 섬세한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내면을 천착하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고, 이러한 점에서 그의 소설은 우리 문학의 반경을 한단계 넓히는 중요한 시도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정착하지 못하는 젊은 남녀들의 살므이 방정식과 사랑의 불가능성
『추억의 아주 먼 곳』은 제목 그대로 쓸쓸하고 스산하면서도 감미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작가는 젊은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특유의 신비스럽고 몽화적인 분위기에 감싸 제시하고 있다. 거기서 우리는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 남녀들의 삶의 방정식과 사랑의 불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의 첫 장면은 어느 날 문득 찾아와 문앞을 서성이는 낯익은 여자의 발자국 소리로 시작된다. 이 느닷없는 방문에 나는 그런 걸음새를 가진 여자 하나를 떠올린다. 2년 전 별 이별의 예식도 없이 떠나갔던, 한때는 나의 연인이었던 권은화라는 여자. 세상에서 가장 먼 그곳으로 가고 싶다던 여자. 그녀와 헤어진 후 나는 얼마간의 마음을 수습하고 나서 우연히 다른 여자를 만나 사귀게 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발자국 소리로 돌아온 과거의 여인 권은화와 그로부터 이틀 후 그녀의 실종소식과 행방을 물어오는 그녀의 언니 권문희가 출현하면서 나의 살므이 리듬은 뒤엉키기 시작한다.
청춘기의 마지막 계단을 내려오는 주인공의 일상 속에 불현 듯 출현하는 다른 세계로부터의 호출 …… 근친상간…… 그리고 폐허를 향한 동경. 이 소설에는 윤대녕의 문학적 한 주기를 정리하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무적이 울리는 폐허의 항구, 그곳에서 마주친 아득한 과거의 어느 한순간
이 소설은 삶의 원형과 존재의 근원을 탐구해나가는 윤대녕의 일관된 주제가 밑바탕에 흐(누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