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노시즘, 여지주의란 무엇인가
근대이후 과학과 이성의 이름 아래 도외시 되어온 인간의 원시적 심성과 신화의 메시지를 다시 재발굴하고 그 참다운 가치를 밝혀주는 신화상징총서 시리즈! 문학동네가 야심적으로 기획, 추진하고 있는 신화상징총서 제4권 『신비의 지식, 그노시스』가 마침내 출간되었다.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인식이라는 희랍어, 그노즈(Gnose)를 어원으로 한 그노시즘(Gnosticisme)의 총체적 조망과 객관적 분석을 시도한 이번 저서는 기독교 이단종파로만 알려진 그노시즘(영지주의)의 참다운 의미와 이 종교운동이 이후 서구문명에 끼친 막대한 영향을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세르주 위탱(Serge Hutin)은 프랑스의 고등연구학교(Ecole pratique des Hautes Etudes)를 졸업, 문헉박사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의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30여권이 넘는 저작활동과 연구, 강연에 전념하면서, 그동안 인문과학에서 등한시 해왔던 연금술, 신지학, 비교(秘敎), 점성학 등 거의 모든 신비학 분야의 과학적 연구의 확립에 기여해 이 분야에서 최고으리 전문가 중 한명으로 인정 받고 있다. 그는 학자로서의 과학적, 역사적 엄격성과 신비학 연구사로서의 열정을 모두 겸비하면서, 그동안 합리와 이성을 주축으로 한 서구문명에 의해 가려져 있던 동서양의 비전(秘傳)과 신비적 지혜를 복원, 그 가속도가 절정에 이른 듯한 기계문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신화와 종교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연금술』 『인간과 환상적 문명』 『점성술의 역사』 『신지학, 신을 찾아서』 등이 있다.
역자인 황준성씨는 서울대 불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프랑스 파리 7대학에서 초현실주의에 대한 박사논문을 준비중에 있으며 역서로는 알렉샹드르 자르뎅의 『팡팡』과 프랑스와즈 사강의 『가죽부대들의 피난길』이 있다.
인간과 우주의 기원, 인간 구원에 대한 신비한 지식, 그노즈
그노시즘(Gnosticisme)은 그노즈(Gnose)를 통해서 구원에 이룰 수 있다는 사유체계를 지닌 종파를 일컫는데 이 때 그노즈란 경이롭고 신비스러운 인식, 인간과 우주의 기원과 인간의 구원에 대한 신비한 지식을 의미한다.
20세기초까지, 그리고 최근까지도 많은 종교사가들은 서기 1세기경에 나타나 2세기에 그 절정에 이르렀고 3세기까지 지속되었던, 정통 기독교의 외부에 있던 몇몇 이단 종파들을 영지주의라는 이름으로 분류하고 있다.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기고 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영지주의는 서기 1~3세기에 여러 종교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갈라져 나온 기이한 분파들로서, 유혹적이며 기만적인 선교활동으로 교회를 위협하던 이단세력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던 것이 17,8세기에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 19세기에 큰 발전을 본 영지주의에 관한 이론들은 단지 1~3세기의 종교운동 뿐아니라, 영지주의의 핵심이 되는 영적인식에 의한 구원을 그 기반으로 하는 여러 종교운동들, 예를 들면 연금술, 히브리 신비철학, 회교의 일부 이단들, 그리고 근대 및 현대의 비교이론들을 모두 영지주의로 정의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영지주의의 역사적 행태 및 제 종파들에 대한 이해를 시도
이렇듯 종파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나는 신화, 상징, 의식과 교리 등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일련의 비교(秘敎)적인 종교운동을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묶을 수 있는 것은 그 다양성의 근저에 부인할 수 없는 공통적인 사유구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서의 저자는 전제한다.
따라서 위탱은 인간정신의 구조를 둘러싼 제반 환경에 대해 시대를 막론하고 일정한 양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신하면서 영지주의의 제반 역사적 행태들과 영지주의의 제 종파들 밑에 자리한 정신적 뿌리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즉 역사적인 상징, 교리, 의식 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러한 표현의 양태들 밑을 관류하는 종교성이나 사유구조들에서 영지주의적인 것에 대한 개념을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영지주의의 철학적, 종교적 의미까지를 추출
그노시스트들은 정통 기독교인들임 믿는 선한 하나님을 부정하고 조물주를 악한 신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인간이 몸담고 있는 이런 저급한 세계를 만든 신 너머에 진정한 초월적 신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진정한 구원은 이 세상에서의 삶을 전면 부정하고 이 세상 저편에 있는 초월적 신의 품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상상한다.
현세에 대한 주관적 비판주의에 기초한 이러한 사유구조는 비록 중세와 근대 모두 지배이데올로기로는 자리잡지 못했지만 서구 문명 심층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낭만주의-상징주의-초현실주의로 이어자는 문학, 예술의 흐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