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욕망으로 가득 찬 작가 윤효의 첫시집 출간
소설집 『허공의 신부』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와 정교한 내면 묘사로 언어가 지닌 마력을 한껏 과시했던 작가 윤효의 첫 시집 『게임 테이블』이 출간되었다. 이 시집은 그녀의 소설이 바로 시적 감수성과 상상력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확인케해준다.
윤효의 시는 일상의 전복을 꿈꾸는 불온한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생의 무의미성과 세계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그녀의 언어는 가혹하리만치 섬뜩하며 사물과 일상의 표면을 꿰뚫는 날카로운 상상력은 세기말의 어두운 심연을 가로지르며 삶의 비극적 인식 에 도달하고 있다. 삶과 세계에 대한 야멸찬 냉소와 야유를 넘어 불온함과 더불어 강한 암시성을 동반하는 그녀의 시는 일상의 평온을 뒤흔들며 생의 긴장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세계와의 단절과 불화를 첨예하게 보여준다.
전복의 상상력-기억으로부터 유래한 몰락과 환멸의 팽팽한 긴장
윤효의 시는 풍성하게 차려진 이미지들을 주의 깊게 따라가면서 논리적으로 읽어야 한다. 그녀의 시에 특별한 독법이 필요한 까닭은 이미지들의 보폭이 대단히 크고, 의미의 그물망이 매우 촘촘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길어올리는 이미지는 생 의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기도 하고 일상의 황폐한 풍경을 가차없이 난자하기도 하며 치욕 같은 사랑에 안타까운 가슴을 열어제끼기도 한다. 또한 그녀가 직조하는 의미망은 분방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강한 암시성을 동반하고 있는데, 이는 사물과 일 상의 표면을 뚫고 들어가는 전복의 상상력과 맞닿아 있다.
일상의 전복을 꿈꾸는 윤효의 불온한 욕망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유래된 내밀한 상처에서 연유한다. "내 속에 매복한 한 마리 짐승"(「중년3」) 같은 그 기억은 이 시집의 주요한 시적 모티프로 작용한다. 유년시절에 겪은 불우한 가족사의 상 처나 젊은 날 시대의 조류에 휩쓸리며 부대껴야 했던 이념과의 갈등, 그리고 실연의 아픔 등이 그녀의 시 전편에는 음울하게 깔 려 있다. 그 상처의 기억을 온몸에 두르고 있는 그녀에게 일상이란 가혹하며 "고독과 욕정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갈 뿐 "(「게임 테이블」)인 무의미하고 환멸스런 것이다. 그녀의 시어들이 냉소와 야유에서 출발하여 몰락과 추락으로 이르는 것 은 생에 대한 절망과 환멸을 세계인식의 기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몰락과 환멸의 인식이 우리 시사에서는 흔치 않은 , 시집『게임 테이블』의 팽팽한 긴장과 단단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