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명작가 크리스토프 메켈의 최고의 작품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는 독일의 유명작가 크리스토프 메켈(Christoph Meckels)의 장편소설『빛』(Licht)이 출간되었다. 시적인 필체와 영상적인 언어의 힘으로 사랑과 정열의 감정 세계를 탁월하게 묘사한 소설『빛』은 크리스토프 메켈의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어떤 남자에게 결코 보낸 적이 없는 사랑의 편지가 테라스에 쌓여 있는 낙엽 속에서 우연히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과 이별의 이 이야기는 영원한 빛과 같은 사랑과 환상을, 여성의 섬세한 감정에 스며드는 격렬한 열정을,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존재의 허무를 감각적인 문체와 세밀한 심리묘사로 펼쳐보인다. 잔잔한 분위기 속에 역동적인 입체감과 격정을 숨기고 있는 소설『빛』은 숨죽이는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여자가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한 줄에 도달할 때까지 손에서 결코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크리스토프 메켈은 베를린 예술상, 문학진흥상, 라인홀트 슈나이더 예술상, 라이너 마리아 릴케상, 에른스트 마이스터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독일의 저명한 작가이자 화가이다. 그는 1935년 베를린에서 태어나 프라이부르크 미술대학과 뮌헨 미술대학에서 그래픽과 회화를 전공했다. 1956년 첫 시집『몸을 감추는 마법의 외투』를 내놓은 후 시, 산문과 소설 이외에도 다수의 동판 시리즈를 출간하였다. 그의 수많은 그림과 전시간행물은 유럽과 아프리카, 미국에서 번역, 출간돼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주요 작품으로『바라친스키에 대한 소식』『붉은 실』『잡동사니』『알아 맞추기 그림』『세계 코메디의 기원에 대한 보고』등과 시집『반지하』『황무지』등이 있다. 옮긴이 진은영씨는 1964년 전북 이리에서 태어나 원광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전북대 대학원을 거쳐 한양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쳤고, 독일 쾰른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격렬한 열정과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느릿느릿 파국으로 가는 두 연인의 은밀한 애증 길과 돌레는 둘 다 저널리스트이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 어느날 어떤 다른 남자에게 결코 보낸 적이 없는 돌레의 사랑의 편지가 테라스에 쌓여 있는 낙엽 속에서 우연히 발견된다. 믿음을 최고로 생각하며 본 것과 상상했던 것이 일치하던 그들의 관계는 밤이면 마시는 포도주와 오후의 빛 속에서 나누던 사랑으로 아름답기만 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한 통의 편지로 인해 두 연인 길과 돌레의 공동생활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들 사이에 끼어든 알 수 없는 어떤 남자에 의해 길은 급작스런 혼란을 겪으며 무서운 허탈감에 빠지고, 그들 사이에 존재하던 믿음은 한순간에 의심으로 뒤바꿔진다. 돌레의 외출이 의심스러워지고 지난날 그녀와 함께한 파리로의 여행이, 아름다운 추억들이 의혹으로 다가온다. 돌레에 대한 길의 신뢰는 사라지고 질은 그녀를 무정하고 냉정하게, 날카롭고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한다. 편지의 구절들을 떠올리며 그 남자와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기도 한다. 더 이상 그녀의 말은 상냥하게 느껴지지 않고 눈빛도 그를 설득시키지 못하며 이전처럼 그녀는 아름답지도 않고, 이제 길은 그녀를 만질 수도 없다. 길의 절망감은 그의 전체적인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사랑, 믿음, 희망 따위의 단어는 그들 사이에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후 그들은 조금씩 변해간다. 전화통화 내용이 달라지고 말투가 달라지고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지고 표정도 예전같지 않다. 서로에게 미칠 정도로 빠져들던 열정도 서서히, 아주 조금씩 사라진다. 같이 웃으면서 같은 보조로 가볍게 걸었던 그들의 사랑은 식어만 간다. 이제 그들은 상대 앞에서 침묵했고, 서로를 불신했으며, 냉정하고 무분별했다. 결국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최초의 그들의 믿음이 희미해졌고 다른 사람의 과거는 위험할 정도로 어두웠다. 그들의 태평스런 생활은 위험에 처했다. 그들은 진정 사랑하였던가? 그것은 기만과 환상, 감정의 황홀함이었을 뿐. 결국 밀라노로 여행을 떠난 그녀에게서는 엽서가 오지 않고 대신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그녀의 정부로부터의 편지가 날아왔다. 교통사고. 돌레는 더 이상 삶을 지속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꿈을 현실처럼 현실을 꿈처럼 펼쳐보인, 시적 마력을 지닌 작품 밤에 마시던 포도주와 아름다운 사랑, 시골 빗속의 포도밭에서의 눈물, 체리과수원에서 체리를 수확하던 날, 강가를 따라 했던 자동차 여행, 강가의 포플러 나무와 자갈 속의 푸른 물, 오후의 빛 속에서 나누던 사랑, 밝음으로 가득한 끝이 없는 빛의 세계, 남쪽 나라에서 보내는 휴가, 해변의 카페, 연기 자욱한 선술집...... 이 소설을 마치 한 폭의 인상적인 수채화로 보게 하는 투명하고 깨끗한 묘사와 이국적인 풍경들은 느릿느릿 파국을 향해 가는 두 연인의 은밀한 애증을 잠시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답고 감각적이다. 크리스토프 메켈은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돋보이는 시적 필체로 마치 꿈을 현실로 현실을 꿈으로 펼쳐보이고 있는 것이다. 나가 화자가 되어 서술하는 회상을 통해서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가는 장편소설『빛』은 두 연인의 사랑의 이끌림과 정열에 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그야말로 인간의 감정세계를 이토록 세밀하고 감동적으로 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찬탄이 일 정도로 섬세하고 황홀한 묘사와 아름다운 시적 언어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