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집에서 문복주 시인은 저 광활한 우주의 바다를 거침없이 유영하는 활달한 과학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시인은 우주의 경이와 그 불가해한 신화를 섬세한 감수성과 잘 짜여진 언어의 그릇에 담아 생의 기쁨과 존재의 아름다움을 진집하게 탐문한다. 그는 우주과학을 제재로 삼아 그에 걸맞는 어법을 개척하고 있으며 과학적 사고를 시적 감수성에 접목시킴으로써 시와 과학의 합일이라는 독특한 성과를 획득하고 있다. 그가 우주를 향해 펼치는 항해의 시는 우리 문학에서 보기 드문 또 하나의 시적 공간을 창출하고 있으며, 우주의 바다에 마음껏 투사하고 있는 그의 숭미한 시혼(詩魂)은 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관조를 보여주고 있다.
문복주 시인은 1952년 인천에서 태어나 공주사범대 및 제주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1992년 월간『현대시』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며 제주제일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시집으로『꿈꾸는 섬』이 있다.
우주의 밧줄을 타고 무한 공간으로의 탈출, 모험과 자유!
시인이 저 낯설고 요원한 우주의 바다로 시적 영감의 투망을 뚫고 쏘아대는 언어의 탐험에 그토록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우주의 꽃이며, 시이며, 노래라고 말하는 시인의 저 도저한 정신주의의 실체는 무엇인가.
생(生)의 바다는 거칠지만 아름답다. 우주의 바다는 열려 있고 꿈꾸는 시인은 자유롭다. 생에 본원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운명이라는 위험에 도전하며 유한한 생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우주라는 무한히 열린 공간으로의 탈주를 꿈꾸는 문복주의 시들은 거침없이 자유롭고, 폭풍우 치는 한밤의 바다를 흔들림없이 항해하는 모험의 정신으로 충만하다. 그가 우주로까지 상상력을 확장하며 광대한 시적 공간을 펼치면서 노래하는 것은 운명이라는 커다란 위험과의 맞대결이며 마지막 남은 미지의 세계로의 자유로운 탈출이다. 운명이란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 더 깊숙이 그 운명 속으로 들어가 / 신화를 남겨야 한다는 것(「위험한 항해」), 그리하여 신화는 우주의 긴 통로 끝에서 새롭게 시작된다는 것, 생의 어둠이 가지고 있는 인과율(因果律) / 어둠의 구멍 그 너머에 부활이 있다(「화이트홀」)는 것. 미래와 과거의 시간대를 거스르고 유년과 추억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그의 우주 공간의 상상력은 거역할 수 없는 운명처럼 생을 거머쥐고 있는 고통과 아픔과 이별이 블랙홀로 빨려들어 사라지는 곳을 끊임없이 지향한다. 그래서 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은 번개를 타고 저 광활한 우주의 산과 숲, 바다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번개를 타고」) 그곳은 허무가 생명을 가지고 존재의 의미를 갖(「빅뱅」)는 곳이며 지상의 생명이 아닌 우주의 생명이 새롭게 태어나는 곳이다. 그는 허무의 심연이 덫을 놓는 삶의 블랙홀을 빠져나가기 위해 지상의 끈을 놓아버리고 우주로 향해 무한히 드리워진 밧줄을 타고 자유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과학적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의 조화로운 결합, 개성적인 시세계
시집『우주로의 초대』에는 낯선 과학 용어들이 여럿 등장한다. 시어(詩語)로서 다소 무리스러운 전문용어들이라는 우려가 들 수도 있지만 그것들이 문복주 시인의 손 끝에 닿아서는 생동하는 언어의 마술로 탈바꿈한다. 과학적 상상력이 시적 감수성과 알맞게 결합하여 이루어낸 결과이다. 우리 시사(詩史)에서 보기드물게 개성적인 시적 공간을 열어놓은 문복주의 두번째 시집『우주로의 초대』는 그래서 값지고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