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림 시인의 첫시집 『삼천리호 자전거』(1988년, 도서출판 우경 刊)에는 6·25라는 역사적 상처와 헐벗은 조국의 현실이 그 배경으로 깔려 있으면서도 우리네 이웃 같은 사람들의 세상살이의 애달픔과 설움이 배어 있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궁핍 과 고난의 삶을 사는 기층 민중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시인의 구체적인 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풀어내며, 그들을 통해 우리 시대 의 보편적인 삶의 원리를 캐고 있다. 그의 시를 삶의 시라고 명명할 수 있는 까닭도 바로 삶을 끌어안는 시인의 구체적이고 생 생한 태도에서 비롯한다. 그의 시가 주로 여행 혹은 떠돎의 방식을 통해 형상화되고 있는 점 또한 그가 그와 같은 방식을 통해 사람 사는 원리나 세상의 숨은 모습들을 확인하고 깨닫고자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의 시들은 과거의 일들이나 전통적인 풍물들에 대한 관심을 상당히 함축하고 있다. 우리 것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 역시 철저한 삶에의 열중함과 투철한 현실 원리의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나 현상을 평면적으로 이해하지 않겠다는, 세계나 현상을 보다 총체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에 근거한다.
윤제림 시인의 초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삼천리호 자전거」연작은 가난이 삶을 억압하던 시절의 체험을 생생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나날의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의 뜨거움과 절실성을 생생하게 표현함으로써 독특한 삶의 시학을 이루고 있다. 이 연작을 가만히 읽고 있으면 가난하고 고단하고, 쓸쓸함과 아픔이 배어나는 우리네 삶의 풍경이 시어들 사이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윤제림 시인은 1959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동시부문, 같은 해 『문예중앙』신인문학상 시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미미의 집』『황천반점』 등이 있다. 현재 21세 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