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 노론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열 살 때 궁중으로 들어가 사도세자의 부인이 되었다. 스물여덟 살 때 남편이 뒤주에 갇혀죽었다. 마흔두 살 때 아들 정조가 왕위에 올랐다. 아들이 임금이 되었는데도 혜경궁의 친정은 편하지 못했다. 정조가 외가를 자신의 방해 세력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환갑 무렵에야 정조의 용서로 친정에 서광이 비치는 듯했으나 정조가 갑작스레 죽는 바람에 다시 칼바람이 불었다. 생일까지 꼭 같은 손자 순조가 왕위에 올랐지만 어린 나이라 오랜 정적인 정순왕후가 권력을 잡았다. 정순왕후는 혜경궁의 동생 홍낙임을 죽였다. 혜경궁은 이 첩첩한 아픔과 억울함을 담아 몇 편의 유려한 산문을 남겼다. 그것이 바로 『한중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