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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심사평 14-01-14 19:28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심사평

우리는 왜 책을 읽을까. 웃으려고 읽고 울려고 읽는다. 미래가 궁금해서 읽고 과거를 되짚고 싶어서 읽는다. 무엇보다 오늘의 세계와 그 안의 내 모습을 발견하기 위해서 읽는다.
동화를 읽는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삶이 정말 재미있다면, 세상을 이미 다 안다면 읽지 않을 것이다. 잘 모르기 때문에, 별로 재미없기 때문에 동화책에 손을 댄다. 물론 지금 어린이들이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는 재미라는 상품, 지식의 쇼핑목록으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그렇게 구매한 것들이 ‘정말 재미’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반지르르하고 ‘모든 지식’이라고 하기에 어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좋은 동화 작가라면 제대로 된 앎의 구덩이를 파고 날 것 그대로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의 재미를 발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런 작품을 찾고 싶었다. 흔한 진열대에 익숙해진 어린이들의 생각에 차디찬 마중물처럼 스스럼없이 새 이야기를 끼얹는 작품, 삽으로 툭 건드리면 샘물이 콸콸 나오는 작품, 어느새 종이배에 올라타게 되는 작품, 둥둥 떠내려가다가 새로운 계곡과 강물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을 기다렸다. 원고가 담긴 상자를 여는 일은 늘 설레고 두렵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분이 각고의 노력으로 빚어낸 소중한 작품을 투고해 주셨다.
해가 거듭될수록 일정 수준을 넘어선 완성도 높은 응모작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섣불리 어떤 작품을 먼저 내려놓을 수 없었다. 문장과 묘사가 안정적인 작품이 많은 것으로 보아 오랜 습작 시기를 거친 작가들이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아쉬웠던 것은 이야기의 간절함이 부족하고, 서사와 인물이 정형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이었다. 글은 문장이나 구성의 재능으로만 쓸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작품이 많았다. 가슴에 울림을 주는 작가의 진정성, 상품 진열대의 틀을 벗어난 자유로운 상상력이 아쉬웠다.
제15회 응모작은 전반적으로 어두운 소재의 작품이 많았다. 마냥 웃고 즐기기에는 팍팍하고 그늘진 현시대 상황이 어린이문학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떤 심각하고 무서운 이야기 속에서도 작가는 휘둘리지 않고 한 호흡의 여유를 지녀야 한다. 그런데 소재의 무게가 이야기를 짓누르거나 주제를 향한 작가의 조급함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작품이 적지 않았다. 작가가 얼마나 자신의 공간을 잘 숨기고 노련하게 운영하면서 인물과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가를 보았다. 이것이 어린이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어린이를 위한 코너에 전시된 이야기인가를 보았다. 심사위원들 몇몇 사람이 하나의 작품에 쏟아부은 작가의 열정을 함부로 짐작하거나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독자의 눈에 걸리는 부분은 꼼꼼히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작가의 시선이 작품을 가장 솔직하게 관통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여섯 편을 본심에 올려 논의를 시작했다.

첫 번째로 논의한 작품은 『네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이다. 사후 영혼의 모습을 독창적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서사의 진척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음에도 계속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점이 좋았다. 문장도 안정된 편이었으며 특히 전반부는 책을 내려놓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러나 전개 부분에서는 사건을 쑥쑥 치고 나가지 못하더니 절정 부분부터는 서사의 긴장감이 두드러지게 확 풀린다. ‘눈깜빡이’는 왜 갑자기 모든 사람 앞에 나타난 것인지, 산 사람 눈에는 안 보인다더니 엄마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 건지 아무런 해명 없이 그려져 있다. 결말로 급히 달려가느라 전후 사정의 논리적 연결을 미처 가다듬지 못한 부분이 곳곳에 보인다. 소리가 코마 상태에서 ‘눈깜빡이’를 만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나중에도 계속 그가 보이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각각 인물들이 가진 상처는 아프지만 작품 안에서 서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고 이야기는 서로를 보듬는 따뜻한 분위기로 서둘러 마무리된다. 인물의 상처를 보여 주기 위해 전반부에서 제시되는 왕따, 자살, 성폭력, 교통사고와 같은 무거운 사건이 이야기 안에 녹아 들어가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 할머니의 죽음 이후, 등장인물들의 상처가 모두 치유되는 것도 좀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두 번째 논의한 작품은 『모래 소금』이었다. 염전에서 소금 만드는 것을 배우며,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이끌어 가는 여만의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구성이 치밀하고, 소금을 만드는 과정도 새로운 사실을 중심으로 고증이 잘되어 있어 흥미롭다. 고어나 옛 지역의 이름 등을 볼 때 자료 조사에 공들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불우한 인물과 성공의 서사 구조가 기존 미디어가 제공하는 대중 드라마와 별반 차이가 없어서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우리는 모두 열심히 노력하면 여만처럼 성공할 수 있을까. 열세 살의 소년이 윗사람의 눈에 들어 단 몇 년 만에 상단의 후계자가 된다는 설정은 매력적인 성공담이지만 우리가 겪고 있는 삶의 녹록함에 비추어 보면 잘 와 닿지 않는다. 좋은 동화는 ‘성장’을 이야기하면서도 쉽게 ‘성공’을 장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성취’로 귀결되는 것을 조심스럽게 여긴다. ‘우리’를 통하여 ‘한 사람’을 다루려고 노력한다.
흡인력 강한 도입부와 초반 전개는 무척 인상적이었지만 정작 여만이 본격적인 사건 구도에 노출된 이후 뒤부터는 상단을 둘러싼 인물들 간의 욕망과 갈등이 충분히 그려지지 못했던 점도 아쉬웠다.

세 번째로 논의한 작품은 『이 세상에 없는 아이』다. 고래를 닮아서 ‘고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덩치 크고 힘센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다. 고례는 특이한 외모 때문에 놀림을 받고, 괴물 취급을 받다가 궁에 액받이로 들어갈 운명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갑신정변에 연루되어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부조리한 사회를 개혁하는 일에 앞장섰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개혁운동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그러나 주인공인 고례의 내면이 약하여 인물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그의 삶이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묘사되는 바람에 김옥균이 주인공의 실질적인 배후처럼 묘사된 점이 무척 아쉬웠다. 김옥균에 대한 동경이나 애정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정작 주인공의 역사의식이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잘 파악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역사 속 여성’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모호하게 느껴졌다. 역사동화는 작가의 역사관이 서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작가가 자신이 다루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관점을 뚜렷하게 정리하지 못했을 경우 이야기는 방향을 잃고 만다. 이 작품 또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진행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례를 통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좀 더 명료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네 번째로 논의한 작품은 『홀로세 공원』이었다. 인간의 끊임없는 욕심이 결국 인간을 파괴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비교적 긴장감 있게 조직된 SF 동화다. 구부러진 시공간이라는 물리학적 상상력이나 이상한 조형물을 통해 지구와 서로 연결된 네드별에 대한 개성 있는 설정 등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가 하고자 하는 거대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뒷받침해 주기에는 서사가 너무 빈약하다. 이야기는 흥미롭게 시작되지만, 중반부를 지나며 특별한 사건 없이 등장인물들의 대화로만 풀어지기 때문에 산만했다. 끝까지 다 읽은 후에야 전체적인 구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결말 부분에 전체 사건을 아우르는 힘이 없어 공허한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된다.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매력적인 이야기임에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중, 후반부의 서사를 보강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서사를 좀 더 풍부하게 살리고 그 서사들이 결말에 힘을 실어 줄 수 있게 짜인다면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다섯 번째로 논의한 작품은 『미로의 일곱 밤과 열일곱 개의 기록』이다. 최종심에서 끝까지 가장 많이 논의된 작품이었지만 약점 또한 분명했던 작품이다. 중요한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보여 주는 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서사가 한 가지 내용으로 수렴한다는 것, 즉 밀양 송전탑 투쟁의 빈약한 알레고리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문학이라면 A를 보여 주는데 곧바로 B만 떠올라서는 곤란하다. C도 떠오르고 D, E, F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풍부하게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큰 박수를 받으며 수상작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몹시 아쉬웠다. 처음부터 알레고리를 의도한 동화로 본다 하더라도 결말이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그려진 점이 문제로 여겨졌다.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품들이 대부분 어린이 주인공을 등장시키면서도 그에게 관찰의 임무만 맡긴 채 사건을 서술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한계가 드러났다. 주요 모티브 간의 연관성이 약하며, 무게중심이 뒤로 집중되면서 서사가 균형미를 갖추지 못한 점, 송전탑을 둘러싼 현재의 문제를 주인공 미로의 기록을 통해 날 것 그대로 노출시킨 점 등은 아쉽다. 전반적으로 문제의식이 작품으로 충분히 형상화되지 못했다.
이 작품이 알레고리가 아니라 판타지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독자 입장에서는 처음에 작품 속 할머니들이 산속의 신이한 존재인 줄 알았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맥이 빠지기도 한다. 아마 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설정으로 뒷받침해 끝까지 밀고 나갔다면 최고의 작품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톡톡 튀는 발랄한 문체와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이 시대의 아픈 손가락인 밀양 송전탑 투쟁을 통해 예민한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소재나 설정 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고, 세 할머니가 매우 개성 있는 인물로 그려진 점 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여섯 번째로 논의한 작품은 『저승에서 온 노자 장부』이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폭력을 일삼던 동우는 자신이 늘 괴롭히던 준석이를 쫓아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저승에 간다. 너무 어린 나이에 저승에 온 동우는 노자를 빌려 다시 이승에 올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동우가 빌린 노자는 준석이의 것이어서 정해진 시간 안에 그에게 노자를 갚지 못하면 동우는 다시 저승으로 돌아가야 한다. 빌린 노자를 갚기 위해 준석이 주위를 맴돌며 동분서주하는 동우의 이야기가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학교 폭력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피해자 입장에 서서 상처받은 아이들의 삶을 보여 주고 있다면 이 작품은 시종일관 가해자인 동우 시선을 따라다니는 것이 새롭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쇄적인 고리는 제3의 인물을 만나면 뒤바뀌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우는 또 다른 아이에게 공격받는 피해자가 되고 자신이 괴롭히던 준석이와 함께 길고양이를 돌보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간다. 이 작품은 학교 폭력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그물로 걸어 놓고 그 사이에서 빛나는 두 아이의 아름다운 화해와 우정의 성장을 그려 낸다. 자칫 감상적으로 흐를 수 있음에도 작가는 끝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으며 적절한 보폭으로 동우의 변화를 이끌고 나간다.
하지만 저승과 이승이라는 이분법적인 공간 때문에 일반적인 선악 구도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는 점, 동우와 준석이라는 두 구체적인 인물의 감정을 촘촘히 따라가다 보니, 학교 폭력의 사회적 원인을 좀 더 폭넓게 조명하지 못하는 점 등이 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응모 작품 전체를 돌아볼 때 이 작품이야말로 아이들의 삶에 밀착해서 그것을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극적이면서도 내면에 접근하기 어려운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인 두 아이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되어 단지 선악으로만 나누기 어려운 사람 마음의 다양한 결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동우는 노자를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비로소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만나고 소통하게 되는데 이러한 타자와 새로운 관계맺음의 과정을 이만큼 실감 있게 그려 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이야기 전체를 아울러 어린이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논의 끝에 『저승에서 온 노자 장부』를 우수상으로 결정하였다. 어린이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에서 기록하고 그들의 다채로운 상상을 증명해 줄 작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동화작가는 끝없이 분발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동화 창작에 매진하는 이유는 아니다.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향한 지속적인 회의와 성찰을 놓지 않아야 하며 그것이 멈출 때 작품은 고장 난 기계인형처럼 작동을 중지해 버린다. 우리는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음에도 끊임없이 삶의 근원적인 성찰에 도전하는 『저승에서 온 노자 장부』라는 작품의 출발을 응원하기로 하였다. 이 작품에 드러난 동우와 준석이의 우정을 통해 우리가 회복하고자 하는 어떤 가치의 실마리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이 논의에 작품이 오르지 않은 많은 분들이 부디 낙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고른 수준의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이야기는 날마다 자신이 뛰어들 작가를 찾는다. 오늘 만나지 못한 비가 내일 내릴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작가는 오늘도 자기만의 우산을 가다듬는다. 어린이의 삶과 작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주시하고자 한다면 언젠가 반드시 멋진 이야기의 소나기를 만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심사위원 : 장주식, 임정자, 유영진, 김지은, 김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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