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십 년 화엄의 마당에서 나무들과 함께
섬진강이 낳은 시인 김용택의 여덟번째 시집 『그래서 당신』이 말간 꽃망울을 터뜨리며 세상 나들이를 나왔다. 『연애시집』 이후 근 사 년 만에 만나는, 봄꽃처럼 반가운 신작시집이다.
혜성이 충돌할 때
내가 여기 선 연유가 생을 미는 것이 된다 해도
온몸을 실어 힘껏 눌러앉았던
마침내 우는 아이를 내 몸에 다시 넣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깊은 우물 하나 포르르 빛나고 있었지
나는 장승처럼 서서
시인이자 승려였고, 한학자이자 불경 번역가로서 우리 시대의 큰 봉우리로 우뚝 서 있는 월하 김달진 선생. 1996년부터 해마다 선생을 기려 이어지고 있는 김달진문학제에 참가했던 내로라하는 시인들이 김달진 선생의 시와 삶, 그리고 그의 고향 진해를 시로 노래했다. 1999년에 "당신의 마당"이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던 시집에 김달진문학제 열 돌을 맞아 새로이 이십여 편의 시를 더하고 고쳐 실었다.
암염처럼 딱딱한 눈물방울들
그곳을 찾았을 때
소담스러운 언어미학과 삶의 소박한 풍경들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선보여온 안도현의 일곱번째 시집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를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장정으로 다시 선보인다. "아무것도 아닌" 사물들에서 빛나는 의미를 길어올리는 시인 특유의 상상력의 진가를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자,그대와나의불결한사랑
내밀한 생의 감각으로 들여다본 당대의 변방
몸을 벗고 사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 두렵고 매혹적인 힘
시인의 꿈은 극도로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의 자장 위에서도 모나기보다 둥글고, 날카롭기보다 부드럽다. 그런 점에서 강문정의 상상력은 모성적 상상력을 연상시킨다. 그러한 모성적 상상력의 풍경화에서 모든 외롭고 우울한 영혼들은 그립고 따뜻한 쉼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생근(문학평론가)
『마음의 오지』 이후 오 년 만에 내놓는 이문재 시인의 네번째 시집. 시인의 언어는 부드러운 폭력으로서의 제국, 네트워크로서의 제국이라는 이 멋진 신세계의 참혹함에 대한 통렬한 시적 고발이다. 시인이 거기에서 달아나기 위해, 혹은 거기에 맞서 되살려내는 자연과 육체성에 대한 촉감과 기억은 애절하고, 결연하고, 경건하다.
떠도는 방랑자의 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