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과 전복적 상상력이 빛나는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신통방통 왕집중』은 제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공모에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전복적 상상력, 오락적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그 속에서 생명과 제도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놓치지 않는 점이 높이 평가되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첫 작품집인 만큼 작가가 쏟은 공력이 만만치 않게 녹아 있는 이 작품집에는 일상의 사건들 속에서 변화무쌍한 곡선을 그리는 어린이의 심리를 재치 있게 따라잡은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발랄한 글에 재미를 더해 주는 톡톡 튀는 일러스트는 글 속에 담겨 있지 않은 상상의 공간으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퉁퉁 부은 얼굴이나, 쥐 포위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사뭇 진지하기까지 한 아이의 표정 속에서 초등학교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포착해 낸 일러스트레이터의 꼼꼼한 관찰력과 순발력을 엿볼 수 있다.
「5월 5일」에선 생활 전선에 나갈 수밖에 없는 엄마 때문에 외롭게 어린이날을 보내야 하는 한 아이가 멀리 떨어져 사는 동생을 만나기 위해 홀로 감행한 기차 여행을 그리고 있다. 사회의 그늘에 가려진 가정 안에서 피어나는 형제애, 가족의 따뜻한 사랑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밝고 알록달록한 색채를 띤 다른 삽화와는 달리 흑백의 모노톤으로 그려져 가볍지 않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뒤로 걸은 날」은 늦잠 자는 엄마 아빠에게 떠밀려 보란 듯이 집을 뛰쳐나온 아이가 고양이 마을로 들어간 이야기를 담았다. 앞을 보고 걷는 것이 아니라 뒤로 걸으면서 우연히 부딪치게 된 새로운 세상은 부모에 대한 아이의 반항심과 독립심으로 읽힌다.
「살려 줘, 제발!」에선 학원과 학교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오고가는 한 아이가 쥐의 입을 빌려 자신의 심정을 웅변하는 작품이다. 쥐 사냥에서 겨우 목숨을 건진 쥐가 ‘살려 줘, 제발!’이라고 쓴 메시지는 아이가 부모에게 하는 하소연 같다.
「신통방통 왕집중」은 엄마가 자기에게 먹이려던 약을 거꾸로 엄마에게 먹이고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을 유쾌하게 담았다. 공부 좀 시키려고 ‘신통방통 왕집중 약’이라는 펀치를 먹이려다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약을 먹고 엄마는 온종일 아이 말에 따라 공부를 하고, 청소를 하고, 밥을 차린다.
부모, 학교, 학원…… “이것 해라, 저것 해라!” 끊임없는 강요 속에서 아이들이 상상으로나 해봤음직한 반항을 익살스럽게 다루고 있다. 역전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미아가 될 뻔도 하고, 고양이에게 쫓기기도 하고, 로봇처럼 변해 버린 엄마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다가 결국 일상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그 모험은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모험을 거치면서 모험의 위험성과 다른 존재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할 줄 알 만큼 주인공들의 마음도 훌쩍 자라 있기 때문이다.
이 네 편의 작품들은 단순한 재미를 뛰어넘어 아이들에게 일상의 틀에서 해방된 기쁨, 뒤바뀐 위치에서 오는 만족감을 안겨주며 동시에 어른들에게는 한쪽 가슴이 뻐근해지는 반성의 기회도 갖게 해 준다.
「신통방통 왕집중」은 재미있습니다. 물론 이 재미는 단순히 오락의 한 기능을 담당하는 재미가 아닌 익살스럽고 진지한 재미입니다. 「신통방통 왕집중」은 익살스런 상상력이 배어 있어 재미있으면서, 목숨의 내면에 대한 탐구와 제도의 본질에 대한 탐구, 이 두 가지 문학의 본질에 대한 탐구 정신 또한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_이재복(아동문학평론가)
글쓴이 전경남
1970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뒤 방송 작가와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면서 동화의 매력에 빠져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린이 김용연
한겨레 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글이 주는 감동을 살찌우면서도 글만으로는 맛볼 수 없는 재미가 가득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소망이다. 그린 책으로 『좋은 엄마 학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