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 당신은 라면을 어떤 ‘순서’로 끓일 것인가?
당신은 라면을 어떤 순서로 끓이는가? 아마 물을 먼저 끓인 뒤 면과 수프를 집어넣고, 면이 거의 다 익으면 채소나 계란 등을 넣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물과 수프를 같이 넣고 끓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면을 넣기 전에 계란을 먼저 풀기도 한다. 넣는 재료가 동일하더라도, 그 재료들을 어떤 ‘순서’로 끓이는가에 따라 미묘한 맛의 차이가 발생한다.
카이스트 이광형 교수는, 이처럼 순서의 작은 ‘변화’에 따라 ‘다른 맛’이 생겨나듯, 다른 생각, 새로운 아이디어 역시 기존의 생각에 작은 변화를 줌으로써 떠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시간축 위에서 미래로 이동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새로운 발상이 가능해진다.
질문 둘. 30년 후에도 우리는 지금과 같은 종이컵을 이용하고 있을까?
일회용 컵을 편리하고 유용하게 다시 만들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자유롭게 해주려면 지금의 시간에서 탈출해야 한다. ‘30년 후에도 우리는 지금과 같은 종이컵을 이용하고 있을까?’ 시간을 바꾸어 생각하면 이런 ‘질문’을 만날 수 있다. 10년, 20년 뒤의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먼저 생각해보자. 그렇게 바뀐 사회에서는 어떤 일회용 컵을 쓰고 있을지 생각해보면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읽기만 해도 생각이 퐁퐁! 창의력이 보글보글!
괴짜 교수와 함께 떠나는 창의력 여행
이광형 교수는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온 괴짜 교수의 실제 모델이다. 그만큼 ‘괴짜’로 유명하다. 늘 남들과 다른 행동과 사고를 추구하는 그는 TV를 거꾸로 매달아 보고, 신발끈의 색을 양쪽을 달리해 묶고 다닌다. 학생들에게도 자율성과 창의성을 북돋아주는 교육철학 덕에, 그의 연구실에서는 김정주(넥슨), 김영달(아이디스), 김준환(올라웍스), 신승우(네오위즈) 등 여러 벤처 창업자들이 태어났다. 이광형 교수가 ‘벤처 창업의 대부(代父)’로 불리는 이유다.
인공지능, 바이오정보, 미래 예측에 관심이 많은 저자는 ‘인간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3차원 창의력 개발법’을 창안하게 되었다. 괴짜 교수를 따라 시간, 공간, 분야의 3차원을 여행하다보면 어느덧 자신의 머릿속에 창의력이 부쩍 자라나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어렵지 않다. 시간, 공간, 분야의 3개 축을 설정하고, 각 축을 3가지 방법론으로 나눔으로써 총 9가지 ‘생각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간축’ 위에서는 하나의 대상을 두고 ‘모양’ ‘위치’ ‘크기’를 달리해 생각해보는 식이다. 이로써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생각’이 가능하다.
‘모양’을 살짝 바꿈으로써 새로운 기능을 얻은 사례로, 기존의 국자에 요철을 만들어 국물과 건더기를 한꺼번에 건져올릴 수 있게 만든 것을 들 수 있다. 벽걸이 세탁기는 설치하는 ‘위치’를 조절해 생활의 편리함을 향상시킨 좋은 예다. 『누가 내 머릿속에 창의력을 심어놨지?』는 이처럼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도록 도우며, 이를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훈련하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3차원 창의력 개발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창의력 왼손법칙’이다. 왼손을 들고 손가락 세 개를 서로 직각이 되도록 편다. 가운뎃손가락(중지)은 시간축, 집게손가락(검지)은 공간축, 그리고 엄지손가락은 분야축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3차원이 만들어진다. 아울러 각 손가락은 두 개의 마디에 의해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중지의 세 부분에는 순서 바꾸기·속도 바꾸기·해석 바꾸기를, 검지에는 모양 바꾸기·위치 바꾸기·크기 바꾸기를, 엄지에는 기능 바꾸기·재료 바꾸기·융합하기를 대응시킨다. 낯선 문제를 만나면 세 손가락을 펴고 각 부분이 가리키는 요소를 따라서 3차원의 질문을 던져보자. 그리고 이 책에서 언급된 다양한 사례들에 어떤 요소가 적용돼 있는지 떠올려보자. 그 과정 속에서 창의력은 자연스레 길러질 것이다.
저자는 일상 속의 사소한 사례를 넘어, 보다 과감하게 발상의 전환을 적용한 사례들도 소개한다. 그 가운데, 시간축의 ‘속도 바꾸기’를 적용한 항공모함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일반적으로 비행기는 착륙시 속도를 줄인다. 반면 함재기는 항공모함에 착륙을 시도할 때 매우 빠른 속도로 내려온다. 그 상태에서 함재기 꼬리 부분의 갈고리가 활주갑판 바닥에 설치된 4중의 쇠줄에 걸리면 속도를 줄여 착륙을 마치면 된다. 하지만 네번째 줄에도 걸리지 않으면 함재기는 그대로 다시 이륙한다.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있기에 재이륙이 가능하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감속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오히려 속도를 높임으로써 짧은 활주갑판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을 해소한 것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비행기와 조종사의 안전을 도모한 매우 극적인 예다.
『누가 내 머릿속에 창의력을 심어놨지?』는, 이 밖에도 창의적 질문을 이끄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시간여행
- 라면 끓이는 순서만 바꿔도 창의력이 보글보글
- 생각의 속도가 바뀌면 생각의 방향도 바뀐다
- 포스트잇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공간여행
- 창조는 ‘물건’이 아니라 ‘가치’와 ‘용도’를 만드는 일이다
- 거꾸로 보기만 해도 새로움이 보인다?
- 더 얇게, 더 가볍게, 하지만 더욱 넓게
분야여행
- 분야를 뛰어넘은 ‘돌출행동’의 힘
- 재료의 변화가 불러온 놀라운 혁신들
- 창의의 삼박자, 개방, 포용, 융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