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소설 『벨칸토』로 펜/포크너 상과 오렌지 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밀리언셀러 작가로 등극한 앤 패칫이 아마존 정글을 배경으로 한 매혹적인 소설 『경이의 땅』을 펴냈다. 출간과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 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다시 한번 앤 패칫의 저력을 증명한 수작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2011년 최고의 책’, 타임 선정 ‘2011년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고, 백만 부 가까이 판매되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경이의 땅』은 거대하고 광포하면서 동시에 더할 나위 없이 서정적인 자연의 모습을 앤 패칫 특유의 섬세하고 탄탄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눈이 내리는 미네소타와 아마존의 열대우림, 회상 속에 등장하는 인도의 풍경 등이 생생한 묘사로 독자를 찾아간다. 여기에 반전을 거듭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인간의 심리에 대한 예리한 통찰, 중요한 윤리적 이슈들이 더해지며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진다. <가디언>의 “책 읽기를 끝내자마자 당신은 책을 꼭 끌어안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는 평은 결코 과찬이 아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됐어요.
에크먼 박사가 이틀 전 열병으로 사망했습니다.”
보걸 사의 임상약리학자 머리나 싱에게 동료인 앤더스 에크먼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가 전달된다. 아마존에서 진행중이던 신약 개발 상황을 파악하려고 현지 책임자 애닉 스웬슨 박사를 찾으러 떠난 앤더스가 죽었다는 것이다.
앤더스의 아내 캐런은 시신도 없는 남편의 죽음을 믿을 수는 없다며 머리나에게 아마존에 다녀와달라고 부탁한다. 머리나의 연인이자 보걸 사의 대표인 폭스 역시 머리나가 아마존에 가서 직접 신약 개발 상황을 보고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애초에 아마존에 파견될 예정이었던 건 앤더스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머리나는 미지의 세계인 브라질로 향한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것, 머리나에게는 없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머리나는 비행 내내 말라리아 백신 부작용으로 악몽에 시달린다. 게다가 폭스가 준 위성전화를 비롯한 모든 것이 든 가방이 분실되는 사고까지 겪는다. 푹푹 찌는 더위와 수많은 벌레들이 맞이하는 낯선 땅 브라질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없이 스웬슨 박사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머리나를 마중 나온 운전기사 미우통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스웬슨 박사의 비서 역할을 하는 보벤더 부부를 만나게 되지만 그들은 박사의 소재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머리나는 스웬슨 박사를 찾을 수 있을까? 스웬슨 박사는 왜 그토록 철저히 연구 내용을 비밀에 부치려는 것일까? 앤더스의 시신은 찾을 수 있을까? 앤더스가 열병 때문에 정글에서 죽어 어딘가에 묻힌 게 사실이긴 한 걸까?
공포와 매혹의 땅 아마존,
미지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운명 같은 이야기
보걸 사가 지원하는 애닉 스웬슨 박사의 연구는 생식능력만은 노화되지 않아 늙어서까지 임신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라카시족에게서 ‘임신 신약’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현대 의학 사상 가장 획기적인 약이 될 것이기에 폭스는 개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스웬슨 박사는 개발 상황은커녕 라카시족이 사는 곳이 어디인지도 공개하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라카시족 마을을 찾아낸 머리나가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과 시야를 가로막는 벌레떼, 원숭이와 새, 몸에 달라붙는 넝쿨 같은 것들에 차차 익숙해져갈 때쯤, 하나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머리나는 여러 선택의 기로에 직면하게 된다.
진실을 파헤치며 분투하는 머리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사건들이 곁가지를 치며 이야기는 더 입체적으로 조형된다. 십삼 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머리나와 스웬슨 박사의 관계, 인도계 혼혈인으로 자란 머리나의 어린 시절, 머리나와 앤더스 부부의 우정…… 거기에 아주 중요한 반전을 만들어줄 부족 아이 이스터에 얽힌 숨은 이야기에까지 다다르면 읽던 책을 내려놓기 어려워진다.
한 작품을 딱 하나의 틀로 소개하기란 어느 경우에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경이의 땅』은 그러기가 더욱 곤란한 책이다. 장르소설 같은 흡인력 있는 전개에 성장소설의 따스함을 장착하고 로맨스소설의 면모까지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혼돈의 오지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희생, 윤리의식, 해결하기 어려운 도덕적 난제들을 함께 마주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긴장감 넘치고 충격적이고 감동적이다. 패칫의 대표작 『벨칸토』를 뛰어넘는다. _커커스 리뷰
훌륭하다. 후반부의 예상밖의 전개와 반전, 배신이 책을 전속력으로 읽어내려가게 만든다. 어떤 것도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 결말은 충격적이고 동시에 만족스럽다. _보스턴 글로브
마음을 사로잡는, 나무랄 데 없는 작품. _뉴욕 타임스
앤 패칫의 책은 너무나 따뜻하고 사랑과 애정이 흘러넘친다. 책 읽기를 끝내자마자 당신은 책을 꼭 끌어안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 _가디언
교과서에 들어가 있을 법한 윤리적 난제들이 맵시 있고 단정하게 이야기에 스며들었다. _월 스트리트 저널
패칫의 묘사는 놀랍고 이국적이며 근사하다. 아마존 정글의 공포와 경이로움에 생명을 불어넣는 특별한 능력을 보여준다. 인물들이 힘있고 매혹적이다. _라이브러리 저널
■ 책 속에서
당신도 알겠지만 희망이란 건 참 끔찍해요. 누가 희망을 좋은 덕목으로 분류했는지 모르겠어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건 역병이에요. _66쪽
꿈은 언제나 바로 전에 느꼈던 진짜 행복을 지워버리고 끝났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되는데. 진실은 그보다는 훨씬 복잡했다. 진실은 슬픔과 커다란 보상으로 채워져 있었고 머리나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해내야 했다. _93쪽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시간의 일이라는 걸 머리나도 이해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른다면 좋았으리라. _94쪽
그녀는 오르페오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지만 노래가 시작되자 그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였음을 깨달았다. 그녀가 오르페오고 앤더스는 말할 것도 없이 뱀에 물려 죽은 에우리디체다. 머리나는 그를 데리고 돌아오기 위해 지옥으로 보내졌다. 캐런이 아이들을 두고 올 수 있었다면 그녀가 오르페오가 되었을 것이다. 캐런이 태어난 이유는 오르페오를 연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캐런은 미네소타에 있고 지금 머리나의 마음은 앤더스 그리고 그와 함께한 칠 년간의 우정으로 가득했다. _173쪽
“정글에서는 스스로를 믿기 어려워요. 시간이 가면서 적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끝까지 익숙해지지 못하는 사람도 있어요. 사실 너무 낯선 곳이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통용되지도 않고요. 도덕적인 문제나 법규가 적용되는 때에도 단순히 그것들만 생각하진 않아요. 그보다는 생존이라는 간단하고 구체적인 사실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것이 아니라는 걸 고려해야 해요.” _194쪽
“박사님은 우리 모두 안에는 나침반이 있고 우린 그것을 찾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지.” _316쪽
상실감이 사라지는 분명한 지점이란 없었다. 사소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 상실감은 계속해서 밀려오기 마련이다. _3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