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웃을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어른의 일상은 만만치 않은 법. 숨넘어가도록 웃은 적이 언제였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 일상은 지루한 일, 슬픈 일, 놀랄 일, 화나는 일들로 범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건 ‘화나는 일’ 아닐까? 하다못해 아침에 눈뜨기만 때만 해도 그 빽빽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생각을 하면 화부터 나니 말이다!
삼십대 싱글 여성의 일상과 고민을 소박하게 고백해온 ‘수짱 시리즈’의 작가 마스다 미리가 이번에는 ‘여자의 분노’라는 감정을 들고 돌아왔다.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는 마스다 미리가 서른두 살에 쓴 초기 작품으로, 자신이 겪어왔던 여러 가지 화나는 경험들을 짧은 에세이와 4컷 만화의 형태로 담아냈다. 그녀는 말한다. “화를 내는 일은 날마다 가볍게 찾아오는 것.” 울컥 치밀어오르는 화, 때려주고 싶을 정도의 화, 폭발 직전의 화 등, 우리 일상엔 여러 종류의 화나는 상황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어른 여자라면 이 화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 걸까?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마스다 미리에게도 화나는 일들이 무자비하게 펼쳐진다. 동창회에서 미인이 아니라고 찬밥 취급하는 동창 녀석들, 모처럼 쉬러간 오사카 고향집에 갔더니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 가족들, 프리랜서라고 우습게 보고 변변찮은 집만 보여주는 부동산 업자,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귀찮게 하는 텔레마케터들, 친구의 진심 어린 응원을 의심하는 나 자신까지…… 화를 부르는 일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게 우리 일상을 꼭 닮았다.
‘이렇게 말해버렸으면 좋았을걸’, ‘저렇게 반론했으면 좋았을걸’ 하면서 분노하는 우리에게 알려주는 그녀만의 비법이 하나 있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화가 날 때면 속으로 이렇게 질문해보라는 것. “그 화에 슬픔은 있니?” 슬픔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그렇게 대단한 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어른이 됐다고 해서 화를 다스리는 기발한 방법이 저절로 생겨나진 않는다. 그저 때로는 이불을 뒤집어써가며 꾹 참고, 때로는 속으로 한참 씩씩거리고, 때로는 다짐하거나 반성하면서 배우고, 때로는 그냥 웃어넘기는 식으로 다양하게 화를 다스려가면 된다. 홧김에 벽에다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조각난 액정화면을 보면서 후회하는 방법보다는 훨씬 현명한 방법 아닌가!
★책 속에서★
어떤 의미에서 크린은 완전히 새것이 되어 있었다.
원래 달랑거렸던 눈이 세탁중에 없어져버린 모양이었다. 당황한 세탁소 아주머니는 크린에게 다른 눈을 달아주었다. 검은색뿐이었던 크린의 눈은 눕히면 눈을 감는 리얼 버전이 되었다.
게다가 크린에게는 처음부터 입이 없었는데, 아주머니는 입도 떨어져버린 줄 알고, 세상에, 입까지 만들어주었다. 빙그레 웃고 있는 입을……. _「클리닝」에서
전원이 자기소개를 할 때, 여자 세 명 가운데 나한테만 하지 않은 질문이 있다. 별로 이런 데서 발표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 질문이란,
“남자친구 있어?”
왜 나한테는 물어보지 않는 거냐고!
여자 전원에게 묻는다고 입이 닳는 것도 아닐 텐데. _「동창회」에서
어젯밤과 마찬가지로 꼬치구이 집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여동생이 돌아와, 베갯머리에서 재잘재잘 말을 건다.
제발 잠 좀 자자고요!
겨우 건넌방으로 가서 잠이 막 들기 시작할 무렵,
“봐, 도쿄에서 언니가 왔쪄요~”
다시 여동생이 돌아와서 키우는 고양이를 내 배 위에 올려놓는다.
당신들, 나한테 관심이 지나치다고!! _「귀성」에서
수박은 강에서 나는 건 줄 알았다.
어릴 때, 아버지네 시골 쪽에서는 어느 집에서나 수박을 강물에다 차게 해서 먹어서, 나는 당연히 그렇게 믿고 있었다.
어느 날 문득 그 얘기를 엄마한테 했더니,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하고 야단쳤다. _「산타도 좋지만」에서
내게도 앞으로의 꿈 같은 것은 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것도 참겠어.”
라는 생각은 촌스러워서 싫다.
미래를 위해 지금의 ‘즐거움’이 줄어드는 것은 수험 생활만으로 충분히 넌덜머리.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라고 주절거리고 있다가는 언제까지고 출세하지 못하겠지만…. _「꿈을 위해서라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