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위하여 소설 잘 쓰기의 모든 것
- 저자
- 김원우
- 출판사
- 글항아리
- 발행일
- 2015-09-07
- 사양
- 708쪽 | 142*210 | 양장
- ISBN
- 9788967352332
- 분야
- 문학이론
- 정가
- 2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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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일본 문화에 대한 고찰을 저자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간 이후 1년 반 만에 소설가 김원우가 펴낸 소설 작법서. ´재미없다´는 독후감이 통설로 굳어진 국내 소설에 대한 작가의 의구심과 반성에서 시작해 좋은 소설, 그럴듯한 소설, 읽히는 소설, 진지한 소설을 왜 써야만 하고,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문장 하나하나에 저자의 사유가 체계화되어 있다.
저자가 사유의 완결성을 좇으며 문장을 조립해나가는 과정은 소설가로서 어떻게 언어와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각 장 각 절마다의 내용을 요약으로 간추려 그 핵심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소설가로서 소설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밝히는, 소설가들을 올바른 소설 쓰기로 이끄는 지침서이자 우리 소설에 대한 일침이며 동시에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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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47년생. 소설가. 등단 이래 읽으면서 쓰고, 쓰면서 읽는 한결같은 걸음을 걸어왔다. 그의 소설 문장은 이제 그 자체로 한국어의 개별 장르이자 계보가 되면서 우리 삶의 세부를 켜고 전망의 허실을 가늠하는 특별한 상징이자 희한한 은유의 자리에 이르고 있다. 소설집 『무기질 청년』 『장애물 경주』 『세 자매 이야기』 『아득한 나날』 『벌거벗은 마음』 『안팎에서 길들이기』 『객수산록』 등과, 장편소설 『짐승의 시간』 『가슴 없는 세상』 『일인극 가족』 『모노가미의 새 얼굴』(전2권) 『모서리에서의 인생독법』 『돌풍전후』 『부부의 초상』 등이 있다. 한국 소설의 허실과 문단의 제도적 적폐를 신랄하게 고발한 문학담론집 『산책자의 눈길』과 저자 특유의 시각으로 일본 문화 전반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일본 탐독』, 소설 쓰기의 지침을 제시한 『작가를 위하여』 등도 펴냈다. 한국창작문학상, 동인문학상, 동서문학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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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장 현대소설은 사자使者의 기록이다
1. 나그네 세상의 이정표
2. 현대소설의 위상과 쓸모
3. 현대소설의 자손과 친척
제2장 이야기란 무엇인가
1. 이야기의 정체
2. 이야기의 구성 요소
3. 이야기의 속성
4. 이야기와 정보와 상품
5. 이야기의 허상과 실상
6. 이야기의 보편성
제3장 이야기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
1. 이야기의 태생지
2. 이야기의 주체는 "일"이다
3. 이야기와 소설은 다르다
4. 이야기 꾸리기의 여러 갈래
제4장 구성은 이야기들을 줄 대어 엮어가는 것이다
1. 구상의 허실
2. 이야기를 엮어가는 다섯 가지 서술법
3. 이야기를 실감나게 하는 세목
4. 이야기 마무리 짓기
제5장 시간은 건너뛴다
1. 시간대時間帶
2. 움직이지 않는 시간
3. 시간의 걸음걸이
4. 시간의 밀도
제6장 공간도 움직이고 만들어진다
1. 하늘과 들판과 마당
2. 황무지와 골방
3. 인물과 사물의 보금자리
제7장 인물=캐릭터를 어떻게 살려내나
1. 이름 짓기와 신원 밝히기
2. 외모, 복장, 학력
3. 취미, 버릇, 기호
4. 말투, 몸짓, 심리
5. 나이, 생업, 기질, 지병/결함, 별명
6. 부속인의 출몰과 대우
제8장 작의를 살려야 한다
1. 작의란 무엇인가
2. 이야기에는 주제가 없다
3. 소설에는 작의가 있다
제9장 제목을 어떻게 꾸며내나
1. 제목의 탄생
2. 제목 짓기의 참고물
제10장 소설의 성취는 문장/문체가 좌우한다
1. 원고 작성을 정성스럽게
2. 동어반복은 금물이다
3. 문장/문체는 개성이다
제11장 작가의 길
1. 소설가의 자세
2. 등단과 입신의 장벽
3. 자기 관리
꼬리말
참고서적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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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현대세계에서 사자使者의 길을 걷는 소설가들을 위한 지침서!
이야기 꾸리기, 구성, 시간의 걸음걸이와 공간의 탐색, 작의 살리기…
이 모든 소설 쓰기의 방법론은 현대문명과 소설을 읽는 훌륭한 지적도가 되어준다
문장 하나하나에 사유를 차곡차곡 담으며 벌이는 작가의 사투는
오늘날 소설의 존재론을 뿌리 깊게 되새기며 그 유아독존적 지위를 확고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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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에 대한 고찰을 저자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간 『일본 탐독』 이후 1년 반 만에 소설가 김원우가 『작가를 위하여』를 펴냈다. 이 책은 ‘재미없다’는 독후감이 통설로 굳어진 국내 소설에 대한 작가의 의구심과 반성에서 시작해, ‘좋은 소설/그럴듯한 소설/읽히는 소설/진지한 소설’을 왜 써야만 하고,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여러 타당한/부당한 물음, 의구심, 자성에 대해 나름의 대답을 찾고자 한다. 세상사/인생사를 보는 눈씨야 매일반일 텐데, 어째서 선진국의 턱밑까지 와 있고 모든 분야가 나날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하필 소설만은 그 질이 촌스럽고, 한결같이 제자리 뜀뛰기나 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가. 틀림없이 좋은 소설을 못 쓰게 만드는 무슨 ‘내림’이 있거나, 혹은 어떤 풍토성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저자로 하여금 ‘소설 작법서’를 집필하도록 부추겼다. 가히 ‘소설가들을 위한 좋은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이라 할 만한 이 책은, 우리 소설의 항시적 미달 상태를 하루빨리 개선시키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을 담아 그 방법들을 제법 일목요연하게 제시한다. ‘소설의 잘 쓰기의 매뉴얼’이라 하여 어떤 기술技術적인 책으로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첫 문장을 읽어보면 알 테고, 마지막 한 문장에까지도 긴장감이 스며 있듯이,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에는 사유가 체계화되어 있다. 그리하여 떠오르는 상념들을 주워섬기며 글 한 편에서 한두 개의 사유거리를 제공하는 여타의 책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을 지닌다. 즉 그의 문장은 사유의 완결성을 좇으며 문장을 조립해나가는 과정은 소설가로서 어떻게 언어와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가를 모범적으로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각 장 각 절마다의 내용을 ‘요약’으로 간추려 그 핵심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더불어 좀 생소할 수 있는 ‘사투리’ 표현과 표준어를 저울질하며 수위를 조절해가는 작가 특유의 말씨는 문장 하나하나에 읽는 의미를 더한다. 한마디로 그 자신 소설가로서 소설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밝히는, 현대세계에서 ‘사자’의 길을 걷는 소설가들을 올바른 소설 쓰기로 이끄는 지침서이자 우리 소설에 대한 일침이며 동시에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이 책은 생산적인 독서 능력의 배양, 감동적인 소설, 진정성 넘치는 소설의 탄생에 작게나마 이바지하는 길잡이별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소설을 쓴다는 건 나그넷길을 걷는 일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다. “오늘날에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그넷길의 다사다난을 미리 읽을 수 있거나, 주제넘게 무슨 영감 따위를 주워섬기는 사람은 없다.” 이 문장을 읽으면 곧바로 어떤 책의 문장이 떠오를 것이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는 게오르크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이다. 저자는 루카치의 이 문장을 패러디하면서 ‘현대소설’과 ‘현대성’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목요연해 보이는 현대의 거죽은 사실상 복잡다단하기 짝이 없다. 작가는 그 현대성을 나름대로 해석하기 위해 길을 떠난 나그네다. 어떤 특수한 사명을 좇는 사람이자 볼 것만 면밀히 읽고 외워야 하는 행인 신세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 작법론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웠지만, 소설 읽기의 한 지침이 되는 동시에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즉 소설가는 동시대, 현대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임무를 짊어진 자이기에, 그만큼 현대성에 대한 고민으로 사투를 벌인다. 지금껏 나름대로 문명권에서 특별대우를 받아온 현대소설의 쓸모는 흔히 ‘교훈’과 ‘재미’로 대별된다. 소설을 통해 이런저런 인간사/세상사를 들여다봄으로써 남의 경험을 추체험하고 이를 인생살이에 귀감으로 삼을 수 있지만, 교훈이라는 진부한 덕담에 머물러 있다는 인식이 작가/독자 간에 팽배한 상황이다. 그러므로 현대소설을 읽는다는 건 어떤 교훈을 얻기보다는 자잘한 정보의 획득을 통해 사람다워지는 ‘소양’을 육성하는 일이다. 한편 ‘재미’는 교양소설이냐 추리소설이냐에 따라 다르고, 그 개인별 취향에 따라서도 다른데, 취향은 소설마다의 ‘아우라’(유별스러운 분위기)와 그 가치에 대한 상반된 이해-평가를 불러올 수 있다.
‘이야기’란 무엇인가
소설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는 한마디로 그 본질상 털어놓아야만 비로소 제 구실을 다하는 특이한 언어 습벽이다. 이야기에는 화자가 평소 간추리던 생각, 느낌, 직간접 경험 등이 무르녹아 있다. 그러므로 이야기는 화자에게 친근한 것이지 거창하거나 긴가민가하고 반밖에 믿기지 않는 허황된 것이 아니다. 이야기는 그 속성상 일반성=범속성을 지닌 것과 특수성=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어떤 비율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결정되며, 대중적 인지도 또한 달라진다. 이야기라는 ‘상품’은 직간접 경험이나 생산자의 분별에 따라 사기꾼의 입담 같은 너스레를 덧대면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이야기는 신문 기사 같은 글과는 엄연히 다른데, 전자는 가치 판단을, 후자는 사실 판단을 중시한다. 이야기에 형용사·부사가 풍부한 이유도 어휘마다에 작자의 가치 판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가식화-신화화’되어 그 ‘허상’을 숨기고 있는 소설의 허구성은 ‘과장벽’이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화자 나름대로 ‘실상’에 다가가려는 노력이다. 허구성과 더불어 이야기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는다. 이야깃거리의 조립은 이야기로, 무수한 이야기‘들’의 유기적 결합은 한 편의 작품으로 탄생한다. 이야깃거리는 직간접 체험의 산물인데, 간접 체험은 결국 다방면의 책읽기, 즉 개인의 독서 경향을 반영한다. 이는 작가의 작풍을 결정하며, 이에 따라 작품의 기법, 특색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가 소설인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윤곽만 웬만큼 알아보게끔 펼쳐놓은 평면도라면, 소설은 여러 이야깃거리를 온갖 수단 방법을 동원해 독자의 독후감과 작품 자체의 질적 완성도가 얼추 비슷하기를 기약하는 입체도다. 이처럼 소설은 ‘사정=현상=현실’에 대한 관찰-이해-해석을 최대한으로 확보하여 본질의 진정성을 알아보려는 탐구다.
소설을 어떻게 꾸릴 것인가
소설의 구성 요소를 하나씩 채워나가보자. 글쟁이들은 흔히 줄거리가 머릿속에는 가득한데 당최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연신 신음을 토해낸다. 이러한 토로는 결국 자신의 ‘구상構想’이 설익었다는 솔직한 고백에 다름 아니다. ‘구상’이란 먼저 이야기를 떠올리고, 시점을 결정하고, 형식=플롯과 묘사=표현 방법을 정하는 일이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이야기는 반드시 공책에 단어/문장으로 작성해두어야 한다. 구상이 웬만큼 진척되었다 싶으면 바로 첫 단어, 첫 문장, 첫 문단을 시작해야 하며, 마음에 들 때까지 고쳐 쓰는 버릇이 중요하다. 그 때가 되어서야 구상은 그 나름의 틀을 잡아가기 시작한다.
·서술
주로 장면-현재, 요약-과거, 설명-묘사, 논평-해설, 인용-열거의 다섯 가지 서술법이 쓰인다. ‘장면-현재’와 ‘요약-과거’는 이야깃거리들의 나열과 이야기의 진행을 관장하므로 두 서술의 분할이 적절할 때 가독성이 높아진다. 나머지는 장면/요약의 사실감, 개연성, 설득력을 높여주는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그렇다고 단지 줄거리만 이어가는 것이 원고지 매수를 늘리는 데 능사는 아니다. 이야깃거리 속에 숨어 있는 ‘세부’를 잘 골라내서 활수하게 사용하면 된다. 모든 일의 마무리가 그렇듯 소설의 결말 역시 독자에게 큰 인상을 남기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소설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기 위한 작업에는 반전화, 강조화, 인용화, 여운화 등의 기법이 있다.
·시간/공간
이야기에는 반드시 일정한 ‘시간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소설에는 세 종류의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웅크리고 있다. ‘정해진 시간’은 1960년대, 2015년 같은 구체적인 시간, ‘주어진 시간=자연적인 시간’은 계절 감각을 드러내는 시간이다. ‘만들어진 시간’은 ‘장면-현재’의 배경을 이룬다. 소설 속 시간의 걸음나비는 관장하기에 따라 매번 다르게 반응한다. 쏜살같이 내빼버려서 그 행방이 묘연한 놈(‘달아나는 시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그 중심 무대에서 들리는 대화, 소음, 생각, 속말 따위의 흐름을 따르는 것도 있으며(‘흘러가는 시간’), 어느 한자리에 머무적거리며 어떤 동정을 찬찬히 살피는 풍경, 사물, 인물 등을 묘사하는 것(‘고여 있는 시간’)도 있다. 이런 구분과는 별개로 모든 소설은 기본적으로 ‘장면-현재’와 ‘요약-과거’의 이야기를 번갈아 지면 위에 펼쳐 보이므로 그 배분상의 차이는 이야기의 밀도를 드러내고, 소설 쓰기라는 시간여행을 통해 시간을 관리하는 기량은 플롯 짜기로 이어진다.
소설의 공간은 크게 원경, 중경, 근경으로 나눌 수 있다. 원경은 하늘이나 우주, 지구 같은 물리적 자연이며, 중경은 들판이나 도시, 마을 같은 인위적 자연 환경이다. 중경은 타자와의 관계 설정에 구실을 하는 공간이므로 이야기의 보편성 획득에 나름의 역할을 한다. 근경은 이야깃거리들의 구체적인 실물=세목을 아우른다. 원경이든 중경이든 근경이든 이는 작가의 표현력/묘사력에 따라 재구성된다. 그러므로 소설 속 모든 공간에는 평소 작가의 ‘이상-욕망-희원’이 배어 있다. 공간은 ‘황무지’ 아니면 ‘골방’으로 볼 수 있는데, 황무지는 우리 주변에서 숱하게 접하는 공적 공간으로 사용자가 이용하기에 따라 개성적으로 이미지화할 수 있다. 이에 반해 골방은 납작 옹동그리고 있는 사적 공간으로 그 주인의 개성=취향이 장식술로 붙박여 있다.
·인물=캐릭터
캐릭터의 근본은 성별, 나이, 이름이다. 캐릭터의 이름 짓기는 의외로 만만치 않다. 이름을 익명화시키거나 K씨 S씨처럼 반 익명화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등장인물에게는 이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저자는 기중 쓸 만한 ‘작명용 참고물’로 신문의 인사란과 부고란을 꼽는다. 이름도 정하고 신원도 밝혔다면 이제 그만의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그려나가야 한다. 주인공의 체취는 작품 속에서 알게 모르게 독자의 예민한 후각에 풍겨질 테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떠안겨야 하는 분장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 복장, 학력이다. 세 가지를 만들어냈다 싶으면 인물의 취미, 버릇, 기호를 결정한다. 이는 주인공의 성격 창조에 크게 기여하며 캐릭터에 구체성을 입히는 작업이다. 주인공의 성격은 말투(대화), 몸짓(행동거지), 심리(속생각, 의식)로 지면에 드러난다. 이외에도 인물의 나이, 직업, 기질, 별명 등의 구체적인 사항들을 정해야 한다. 주인공은 단독자일 수 없기에 그 주변에는 반드시 ‘부속인’이 있다. 부속인의 위상은 주요 인물의 그것 못지않게 종요롭다. 역할도 그러려니와 부속인이 있음으로써 주인공의 실존감, 주체감 일체가 제대로 조명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의
흔히 함부로 써버릇하는 ‘주제’는 사실상 애매하기 짝이 없는 용어다. 한 작품에 주제가 여럿 있을 수 있다는 것하며, 그것들마다를 잘 분별해서 하나로 뭉뚱그려 이름 붙이는 것 역시 헷갈리기 딱 좋은 일거리다. 그래서 주제라는 다소 거창하고 허황된 말뜻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면서 실속을 챙기는 ‘작의’라는 대체어가 그럴듯하다. ‘이야기’의 재생적 성격과 반복적 성향을 고려할 때, 같은 사실을 옮기더라도 화자의 말솜씨, 소양, 어떤 의도의 유무와 그 경중에 따라 작의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데 비해 자잘한 이야기의 집합인 소설은 깨달음을 쌓아감으로써 어떤 ‘작의’를 지향한다. 작의는 작품마다에 드러나는 작가의 의도이면서 그 작품만이 유일하게 거느리는 ‘뜻=의의=가치’다. 달리 말해 작의가 없는 작가도, 그것이 없는 작품도 근본적으로 있을 수 없다. 강조하건대 작의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며, 어떤 것이라도 작가의 득의의 세계관을 피력하면 그것이 작의에 값한다. 작의가 없는 통속소설은 떠버리의 현란한 말솜씨에 지나지 않는다.
·문장/문체
세상사/인간사가 어디서나 어슷비슷하듯, 이야기 역시 고만고만하다 해도 문장/문체로 모양내기에 따라 소설의 성취는 달라질 수 있다. 문장/문체야말로 한 사회의 전반적인 숙성 정도를 알아보는 척도이자 그 시대만의 특이한 ‘기류’를 읽을 수 있는 지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문장력은 작가의 기량을 솔직하게 대변한다. 정확한 문장을 쓸 수 있는 비결은 ‘최대한 정성을 들여 완제품 만들기에 임하는’ 것이다. 좋은 문장 쓰기의 원칙은 같은 단어를 한 문장 안에 절대로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억지로라도 같은 어휘를 안 써버릇하면 이야기가 샘물처럼 불어나고, 이야기 조작술이 몰라보게 향상된다. 만부득이 이것까지는 제쳐두더라도 동어반복 피하기가 문장의 풍요로움, 세련화, 고급화를 기대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국 문장/문체는 작가 개성의 산물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독보적인 문체=스타일을 갖고 싶어하지만 ‘자기 문장’을 확보하기가 손쉬울 리 만무하다. 그래서 더러 ‘타고나야 하는 건가’ 하는 체념을 토해내지만 언어 감각=문체의식 역시 반복 학습에 따라 습득 가능하다. 문체 취향은 작가/독자마다 가지각색이기에 독자의 취향을 미리 고려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 작가와 독자는 제가끔 갈 길을 고수하면서 서로 등지고 각자의 ‘보석 찾기’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현대소설에서의 문체로 특히 ‘만연체’를 강조한다. 모든 정보와 지식이 활발하게 유통되는 오늘날에 단문으로 이 사회의 중층화 현상을 그리려는 것은 허릅숭이의 작태나 다름없다. 작가의 지적 수준이나 취향과는 무관하게 만연체의 문체 감각은 당대의 복잡다단한 사회 구조, 충동적으로 터뜨려지는 감정 표현을 만부득이 수용해야만 하는 생활세계, 자기분열적인 의식 수준 등을 어떻게든지 수렴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므로 장황한 문장, 중문/복문, 온갖 수식어가 매달린 문체는 시대의 절박한 요청에 의해 태동한 것이라 본다. 저자는 특히 그 정점에 있는 작가로 필립 로스와 토마스 만을 꼽는데, 최근 번역, 소개되고 있는 필립 로스의 작품은 가독성, 재미, 구성 등의 면에서 뛰어나다고 추어올린다.
작가로 산다는 것
소설은 작가 자신만이 알고 있는 어떤 특출한 이야기를 여러 독자에게 전하겠다는 소신의 표현이다. 작가는 매번 자신의 전작 따위야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고 그 진부하고 상투적인, 어느새 낡아빠진 언어 무더기를 짓밟고 어딘가로 나아가야 하는 순례자의 운명을 타고났다. 작가의 신작은 전작보다, 그 전작은 전전작보다 무언가 한 가지 이상 달라져 있어야 한다. 적어도 서너 편 되는 여러 가작과 어깨를 겨룰 만한 개성적인 수월성, 그때까지의 소설 문법에서 일탈한 참신성을 보여줘야 비로소 제 목소리를 내는 작가로서의 자격이 주어진다. 작가 평생의 수학修學 여행은 ‘산더미처럼 쌓인 읽을거리’의 답습이다. 이에 따라 메모·독후감 습벽이 요구되며, 나름대로 행세하는 작가가 되려면 자신만의 유별한 ‘작가의식-소설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저자는 ‘표절’에 대해 누누이 경계한다. 표절이나 도작盜作은 말 그대로 남의 작품을 무단으로 ‘탈취’하는 행위다. 요즘은 함께 소설 쓰기 실습에 임하는 ‘동인’들도 남의 작품을 부분적으로든/전체적으로든 부지불식간에 ‘도용’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 기왕의 짱짱한 여러 선행 작품을 그대로 흉내 내거나, 서투른 ‘패러디=작정한 모방’임을 자임하면서도 눈가림용 ‘색칠’만 덧대서 결국에는 송두리째 베껴먹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이처럼 ‘표절’ 소동은 자주 터뜨려지는 글쟁이들의 추태이므로 사전에 경계해야 할 것이다.
소설가로의 등단은 어떨까. 실제 등단 여부는 각자의 몫이지만 선배 작가들의 작품 감별을 거쳐 자기 이름 앞에 ‘작가’라는 호칭을 붙이는 요식적 절차는 여러 갈래로 뚫려 있다. 각 신문사가 앞다투어 투고를 독려하는 ‘신춘문예’ 공모제가 가장 전통 있고 권위를 지님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밖에도 각종 계간지, 월간지 등에서 작가 지망생에게 등용문을 열어놓고 있다. 여하튼 작가는 자기 관리가 중요한 직업이다. 여느 전문직/기술직 종사자보다 제 몸 관리에 유독 오만 신경을 다 쓰는 직업인이 바로 작가인데, 정서적으로 예민하기도 할뿐더러 글쓰기에 쫓기는 강박증이 평소에도 무시로 덮쳐서 심신을 녹초로 만들기 때문이다. 섬세한 심경의 변화를 글쟁이답게 과장하는 버릇도 심해 걱정도 팔자라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작가로서의 삶이 천생 책읽기와 글쓰기가 고유한 직무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여기로 심신을 고루 편하게 놀리기도 해야 글쓰기라는 장기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문화에 대한 고찰을 저자 특유의 문체로 써내려간 <일본 탐독> 이후 1년 반 만에 소설가 김원우가 펴낸 소설 작법서. ´재미없다´는 독후감이 통설로 굳어진 국내 소설에 대한 작가의 의구심과 반성에서 시작해 좋은 소설, 그럴듯한 소설, 읽히는 소설, 진지한 소설을 왜 써야만 하고,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기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문장 하나하나에 저자의 사유가 체계화되어 있다.
저자가 사유의 완결성을 좇으며 문장을 조립해나가는 과정은 소설가로서 어떻게 언어와의 사투를 벌여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각 장 각 절마다의 내용을 요약으로 간추려 그 핵심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소설가로서 소설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밝히는, 소설가들을 올바른 소설 쓰기로 이끄는 지침서이자 우리 소설에 대한 일침이며 동시에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