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 그 후,
최초의 중국 통일에서부터 칭제 후 15년 만의 극적인 멸망
분서갱유, 진승·오광의 난, 항우와 유방…….
그토록 강력했던 진秦나라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이번 권부터 『이중톈 중국사』 제2부가 시작되었다. 제2부의 제목은 ‘제1제국’이다. 제국시대는 장장 2132년이나 계속되어서 중국사 전체 3700년 중 약 60퍼센트에 해당한다. 『이중톈 중국사』 제2부의 여섯 권은 800년의 역사를 펼쳐낼 것이다. 그 안에는 두 개의 단명한 왕조(진秦나라와 진晉나라), 하나 혹은 두 개의 장수한 왕조(전한과 후한) 그리고 천하의 삼분(삼국)과 남북의 대치(남북조)가 포함되어 내용이 풍부하고 시야가 넓다. 그러나 넓은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방향을 잃기가 쉽기 때문이다. 방향을 파악하는 유일한 방법은 목표를 명확히 보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무엇일까? 3700년 동안의 우리의 운명과 선택이다. 그러므로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역사적 고비에 이르러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선택은 있었는가?
없었던 것 같다. 그 전에는 확실히 선택한 적이 있었다. 탐색도, 실천도 있었다. 서주가 건립한 봉건제도나 방국제도가 그것이었다. 세 등급(천하, 국, 가)이 존재하면서 각기 권한을 나눠 갖고 역할을 수행한 것은 모든 면에서 제국제도와는 상반되었다. 만약 그 제도의 시험이 성공했다면 우리는 전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애석하게도 그랬을 가능성은 없다. 왜 가능성이 없는지는 이번 권에서 설명하고 있다. 전쟁을 통해 중앙집권을 완성한 통일제국은 세계 역사의 공통된 추세였다. 중국만의 특수성이 있다면 그것은 제국이 있기 전에 방국이 있었다는 점이다. 방국제도는 중국인의 독창적인 창조물이었다. 폴리스제도가 그리스인의 발명품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방국과 폴리스의 명확한 차이점은 동주 열국과 인도 열국 그리고 서아시아와의 차이점과 동일하게 각 방국들 위에 천하의 주인이 존재했다는 데 있다. 그것은 주 왕국과 주 천자였다. 천명을 받아 온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는 ‘전 제국시대’의 다른 민족들에게는 없었던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아시리아 제국, 페르시아 제국, 마우리아 제국에 비해 중화제국은 더 강력한 법적·심리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 천자는 본래 존재했고 또 존재해야 했다. 전국시대에는 천자가 없어서 천하에 전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제국은 탄생과 동시에 주 천자를 진시황 혹은 한 고조로 바꿔놓았고, 정반대의 것으로 보이는 방국제도가 뜻밖에도 제국의 초석이 되었다. 중화제국은 이로 인해 세계의 다른 제국들에 비해 더 성숙하고 더 제국다워졌다. 이것은 행운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이것은 운명이었을까, 선택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