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는 시간입니다. 난 칠십 년 가까이 배우고, 배우고, 또 배웠습니다. _모리스 베자르
마릴린 먼로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으면 나도 그녀처럼 아름다워질 겁니다. 내 작품은 바보 같고 단순합니다. _제롬 벨
무엇을 정해놓고 안무를 하진 않아요. 줄거리는 관심 없어요. 그저 움직일 뿐이죠. _보리스 샤르마츠
음악이 곧 춤입니다. _안 테레사 드 케이르스마커
안무는 재미죠. _필립 드쿠플레
몸이 말을 해야 합니다. _장-클로드 갈로타
춤은 몸을 정의하는 이상적인 수단입니다. _에두아르 록
클래식을 현대적으로 만들기 위해 안무를 하죠. _장-크리스토프 마이요
형태를 바꾸는 것에 대해 집중합니다. _호세 몽탈보
텍스트를 분석하면서 안무에 들어갑니다. _조제프 나주
추상적인 게 싫어요. 현실을 환상적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_롤랑 프티
이 세상의 모든 소재를 춤으로 만듭니다. _앙즐랭 프렐조카주
아름다움엔 관심 없어요. 효율성을 추구합니다. 어떤 동작이 주제에 적합한지만 몰두합니다. _피에르 리갈
테크닉은 잊어야 해요. 완벽한 동작도 중요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동작도 꼭 존재해야 합니다. _로익 투제
책 속에서
피나 바우슈의 작품을 보면서 안무 동작을 분석한다거나 해프닝의 내용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큰 의미가 없다. 그녀가 제안한 여행에 마음을 열고 동참하는 것이 가장 최상의 감상법일 것이다. 바우슈의 여행에는 애틋한 사랑도 있고, 끈적끈적한 애환도 있고, 무엇보다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이 있으니까. _피나 바우슈: 희망으로 실려온 리스본발 훈풍 p.22~23
아무 설명 없이 단지 ‘BEJART’라고만 적혀 있었는데, 그것은 오히려 프랑스인들이 크게 자부심을 느끼는 혁명 기념에 견줄 만한 그의 명성을 한눈에 알게 해주었으며, 마치 주소나 전화번호 없이 달랑 이름만 적혀 있는 어느 유명인사의 명함을 받아든 것처럼 가슴 설레게 했다. _모리스 베자르 : 혁명의 춤, 베자르 p.34~35
타 장르 예술의 장점을 가져온 매튜 본의 뛰어난 연출은 마임이 적절하게 섞인 연기와 곡예에 가까운 동작들로 더욱 돋보였다. 발레의 기본동작을 교묘하게 일상생활 속의 동작과 섞어 보기 드문 에너지를 폭발시켰는데, 라나와 뤼카의 이인무는 이 점에서 가히 모던발레의 한 레퍼토리로 꼽을 만큼 관능적이면서도 뛰어난 기술을 자랑했다. _매튜 본: 원작보다 더 흥미진진한 현대판 댄스뮤지컬 p.65~66
오 분쯤 지나자 무용수들은 입고 있던 운동복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어수선하게 지켜보고 있던 관객들은, 세 명의 무용수가 티셔츠 하나만을 남기고 속옷까지 모두 벗어던지자 깜짝 놀라 숨을 죽이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다른 비슷한 작품들에서 보아온 대로, 잠시 후면 다시 의상을 입으리라는 관객의 예상은 완전히 어긋났다. 그 상태 그대로 사십오 분 동안 거친 움직임이 이어졌다. 음악도 조명도 하나 없이 단지 무용수들의 가쁜 숨소리와 바닥을 튕기고 올라오는 소음들과 공중에 매달려 있는 공에서 나오는 빛만이 열기를 더해갔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육체가 뿜어내는 탄탄하고 과격한 테크닉은 압도적이었다. _보리스 샤르마츠: 단순한 호기심인가, 새로운 ‘예술’인가 p.82~83
한국 사람들이 유독 두아토의 작품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아토가 그려 보이는 스페인의 정서가 우리의 그것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까. 작가정신이 투철한 두아토의 메시지가 발레 동작과 어우러져 이해하기가 보다 쉽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는 두아토의 춤의 언어가 갖는 유연한 세련미를 흠모하는 것일까. 한 가지 이유를 딱 꼬집어말할 수는 없지만 나초 두아토는 한국인이 뽑은 이 시대 최고의 모던발레 안무가임에 틀림없다. _나초 두아토: 바흐를 녹여낸 열정, 또 한번 우리를 매료시키다 p.114
누벨 당스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춤에 연극적 요소를 깊게 삽입한 ‘테아트르 당세Théâtre Danse’가 그 주된 양식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피나 바우슈의 그것과는 다른 안무형식으로, 연극뿐 아니라 영상을 결합한 접근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마기 마랭이 있었다. _마기 마랭: 꿈꾸지 않아도 혁신을 낳는다 p.185~186
무대는 막이 열린 채 관객의 입장을 기다린다. 객석과 가까이, 투명하다고 느낄 정도로 하얀 조명 아래 영원한 잠에 빠져 있는 엔디미온이 보인다. 그리고 어느 사이 관객들 틈에 두 님프가 나타나 반대편 무대에 놓인 과녁을 향해 실제로 활을 쏜다. 활은 정확히 적중한다. 우리는 달의 여신 디아나의 성스러운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환상 속으로 빠져든다. 님프들의 군무와 디아나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플라텔의 차가운 듯 우아한 여신의 솔로는 1막의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를 압도한다. _존 뉴마이어: 간결한 구성, 조형미의 극치 p.213
작은 캡슐 안에서 자유자재로 펼쳐 보이는 신체의 리듬, 곡예하듯 유연한 몸놀림, 의자를 이용한 오브제와의 결합, 라이브로 정교하게 짜맞추어진 음향 그리고 그 안에 살아 있는 유머. 1미터도 안되는 높이로 낮아져버린 공간 속에서 미끄러지듯 반복되는 빠른 회전은 극의 절정을 이루었다. 로봇 카메라와의 사투 끝에 로봇의 붉은 눈을 입에 넣은 남자는 기계인간이 되어 끝까지 투쟁한다. 하지만, 결국 틈새 없이 줄어든 공간 사이에서 샌드위치맨이 되어 압사—프레스 당한다. _피에르 리갈: 사각의 캡슐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사투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