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감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진실,
세계 최고 과학자들이 밝혀내다
200개 이상의 방사성 원소가 있으며 각각 고유의 반감기, 생태적 특성, 먹이 사슬과 인체의
침입 경로가 있다. 놀랍게도 그 생태적 경로는 거의 규명되지 않았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고 맛이나 냄새도 없다. _ 핼렌 캘디콧(이 책의 저자, 반핵운동가)
원전이 폭발했다.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에서. 얼마나 많은 암 환자를 만들어내고 나서야,
얼마나 많은 지역이 황폐해지고 나서야, 그리고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 붓고 나서야
원전을 폐쇄할 것인가? 언제쯤에야 원자력 에너지를 지속 가능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
효율적인 에너지로 전환할 것인가? 이 책은 어떤 무관심이라도 ‘필요한 행동’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_랠프 네이더(미국 시민운동·소비자운동가, 전 미국 대선 후보)
의료·생물학·원자력학·에너지학 관점에서 미래의 핵 재앙을 말하는 최초의 책
체르노빌에서 한 번의 붕괴와 폭발로 유럽 대륙의 40퍼센트가 오염됐다. 뉴욕과학아카데미가 발표한 2009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100만 명 이상이 사고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사망했다. 유럽의 많은 지역이 향후 수백 년간 방사능에 노출될 것이다. 이제 발생 5주년을 맞는 후쿠시마의 사고는 의학적 측면에서 체르노빌 재앙에 필적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후쿠시마의 멜트다운으로 방사성 원소를 흡수한 주민들 사이에 향후 암이 만연할 것이다. 일본과 지구에 미친 후쿠시마 재앙의 영향을 평가하고 전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원전 사고 시 누출된 방사성 원소에 노출된 데 따른 생물학적이고 의학적인 결과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도 필수다.
『끝이 없는 위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의학적·생태학적 영향에 관한 최신 자료와 연구 결과, 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참석한 심포지엄 자료를 모아 다양한 과학적 조사 방법으로 원자력과 방사능에 관해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책임저자이자 감수자인 헬렌 캘디콧은 서문에서 우리가 몇 가지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방사선의 의학적 영향에 대한 것이다.
사실 1: ‘안전한 방사선량’이라는 것은 없다. 몸에 들어간 방사성 원소는 축적돼 악성 종양이나 유전적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사실 2: 어린이는 방사선의 발암 영향이 성인의 10~20배다. 여성은 남성보다 민감하고, 태아와 면역결핍
환자도 매우 민감하다.
사실 3 원자로의 멜트다운(또는 핵무기 폭발)에 의해 노출된 고농도의 방사선은 탈모, 심한 구토, 설사,
출혈 등 심각한 방사선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질환, 특히 어린이의 질환은 후쿠시마 사고
몇 달 뒤부터 보고되고 있다.
사실 4: 암과 백혈병의 잠복기는 5~10년. 고형암의 경우 15~80년. 모든 종류의 암이 방사선 체외 및 체내
피폭으로 인해 유발될 수 있다. 난자와 정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6000가지 이상의 유전자 질환이
생기고, 그것은 미래 세대에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미래 세대에 암이나 유전적 질환을 물려주는 전리 방사선의 종류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전리 방사선에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1. 엑스선 : 전자파이며 인체를 통과하는 순간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방사성 물질에서 방출되지 않고,
사람이 만든 의료 기기에서만 발생한다.
2. 감마선 : 전자파이며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의 대부분이 방출한다. 토양의 방사성 물질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는 자연스럽게 생긴다.
3. 알파선 : 미립자이며 우라늄 원자와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플루토늄, 아메리슘, 퀴륨, 아인시타이늄 등의
원소에서 방출되는 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구성돼 있다. 알파 입자는 인체 내에서
극히 짧은 거리만 이동하며, 표피의 각질층을 통과해서 살아있는 피부 세포에 손상을 줄 수
없다. 그러나 이 방사성 원소가 폐와 간, 뼈와 다른 장기에 들어가면 오랜 시간에 걸쳐 매우
좁은 범위의 세포를 대량의 방사선에 피폭시킨다. 이런 세포의 대부분은 죽어버리지만,
방사선 영역의 끝에 있는 세포는 살아남는다. 그것들은 자주 변이되며,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알파 방사체는 발암성이 가장 높은 물질이다.
4. 베타선 : 알파선처럼 미립자다. 스트론튬90, 세슘137, 요오드131 등의 방사선 원소에서 방출되는
강렬한 전자다. 베타 입자는 질량이 작고, 알파 입자보다 멀리 이동하며, 역시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5.중성자선: 원자로나 원자폭탄의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된다. 후쿠시마 1호기는 주기적으로 중성자를
방출하고 있다. 녹아버린 노심 부분이 간헐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중성자는
큰 방사성 입자로 수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콘크리트나 철 등 거의 모든 것을 통과한다.
중성자선으로부터 몸을 숨기는 방법은 없다. 심각한 돌연변이 유발 물질이다.
캘디콧은 “이외에도 200개 이상의 방사성 원소가 있으며 각각 고유의 반감기, 생태적 특성, 먹이 사슬과 인체의 침입 경로가 있다”고 말한다. 놀랍게도 그 생태적 경로는 거의 규명되지 않았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고 맛이나 냄새도 없다. 후쿠시마에서 공기와 물로 계속 방출되고 있는 방사성 원소는 트리튬, 세슴137, 스트론튬90, 방사송 요오드131, 플루토늄 등이다. 이들은 어떤 영향이 있을까. 아래에서 핵심만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트리튬 : 방사성 수소다. 산소와 결합해버리기 때문에 물이 오염되면 거기서 트리튬을 분리할 수가 없
다. 트리튬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진 유일한 물질은 매우 조밀한 금이다. 모든 원자로
가 작동할 때 계속해서 많은 양의 트리튬을 공기와 냉각수로 내뿜는다. 조류, 해초, 갑각류, 물
고기 등 수중 생물과 땅 위의 먹을 것에도 농축된다. 트리튬의 반감기는 12.3년이다. 방사선
에너지의 절반이 줄어들 때마다 12.3년이 걸린다는 의미로, 방사성이 완전히 사라지려면 100
년 이상이 걸린다.
2. 세슘137 : 반감기가 30년으로, 베타선과 고에너지의 감마선을 방출한다. 300년 이상 방사성 위험 물질
로 검출될 수 있다. 다른 모든 방사성 원소와 마찬가지로, 세슘은 먹이사슬(인체는 먹이사슬
의 정상에 있다)의 어떤 단계에서도 생태학적으로 농축된다. 칼륨처럼 세포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세슘에 노출되면 뇌종양, 횡문근육종(악성 근육 종양), 난소암, 고환암, 유전적 질
환을 유발할 수 있다.
3. 스트론튬90 : 반감기가 28년이며 높은 에너지의 베타선을 방출한다. 칼슘과 유사하게 뼈로 향하는 경향
이 있다. 먹이 사슬, 특히 우유(모유 포함)에서 농축되고, 인체의 뼈와 이에 축적된다. 스트
론튬90에 노출되면 유방암이나 골수암, 백혈병이 발생할 수 있다.
4. 방사성 요오드131 : 반감기가 8일이며 베타선과 감마선을 방출한다. 10주 동안 위험하다. 먹이사슬에 서 생물학적으로 농축된다. 처음에는 야채와 우유 그리고 인체의 갑상선에 농축돼 갑상선 질환
과 갑상선암을 일으키는 강한 발암 물질이다. 후쿠시마 현에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은
18세 미만 29만5211명 가운데 89명이 갑상선암, 42명 이상이 갑상선암 의심 진단을 받았
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체르노빌에서 사고 4년 후까지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사례는 없다.
후쿠시마에서 이렇게 빨리 발병했다는 것은 일본의 어린이들이 높은 수준의 요오드131에
노출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5. 플루토늄 : 매우 치명적인 물질로, 알파선을 방출한다. 독성이 높고, 100만분의 1그램이라도 폐에 흡수
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철과 유사하게 철 전달 단백질 트랜스페린과 결합해 간암, 골수
암,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의 원인이 된다. 고환과 난소에서 농축돼 고환암이나 난소암을 일
으키고 미래 세대에게 유전적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기형 발생 물질로, 발육 중인 태아의
세포를 죽여 심각한 선천성 이상을 유발한다. 체르노빌에서는 플루토늄에 의한 피폭의 결과
로 의학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많은 선천성 이상 어린이로 병원이 가득 찼다. 반감기는 2만
4400년이므로 약 25만년 동안 방사성을 유지한다. 원자로 하나가 1년에 플루토늄 25킬로그
램을 만든다. 1킬로그램만 적절히 분배돼도 지구상 모든 사람의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과학의 눈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핵 재앙을 꿰뚫어본다
이 책을 엮은 헬렌 캘디콧은 의사이자 세계적인 반핵운동가다. 핵에너지·핵무기·원자력에 관해 활발히 연구하고 강연하는 한편,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사회’와 ‘핵 폐기를 위한 여성 행동’ 등의 단체를 창립하여 반핵 운동을 펼치고 있다. 캘디콧은 의학적 견지에서 원자력발전과 핵전쟁이 인체에 끼칠 영향을 알려 사회 전체의 인식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비극적인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전 세계 주요 미디어는 방사능에 관해 끔찍한 무지를 드러냈고, 이에 헬렌 캘디콧은 ‘후쿠시마의 의학적·생태학적 영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013년 3월 뉴욕 의학아카데미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모여 후쿠시마에 관한 최신 데이터와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 책 『끝이 없는 위기』는 그 가운데 주요한 발표를 엮은 것이다.
책은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의 에세이로 시작된다. 간 나오토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려 고심하던 3월 11일의 상황을 담담하게 정리했다. 사태에 대처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에너지 문제에 관해 고민했고, 그 결과 ‘가장 안전한 에너지 정책은 원전을 보유하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그는 열성적인 반핵 운동가가 되어, 원전을 다시 가동시킨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한편, 원전의 위험을 알리는 강연을 세계 곳곳에서 이어가고 있다.
물리학자이자 방사성안전관리 전문가인 고이데 히로아키는 사고 당시의 후쿠시마 제1원전의 상태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는 예상되는 방사선량을 계산하면서, 엄격히 1만4000제곱킬로미터의 도호쿠와 간토 지방을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일본 정부가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사실상 그들을 버렸다”고 비판한다.
일본 국회 사고조사위원회의 사키야마 히사코는 위원회의 활동을 간략히 정리한다. 도쿄전력은 이미 위험을 알고 있었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전을 정지시키는 조치가 나오지 않게끔 원자력안전위원회NSC와 원자력안전보안원NISA와 문부과학성에 지속적으로 로비를 벌여온 것이, 도쿄전력과 일본 전력사업연합의 내부 회의록을 통해 드러났다.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종사해온 일본 외교관 마쓰무라 아키오는 사고 후에도 일본 정치인들이 방사능의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데 충격을 금치 못하며, 이후 당시 총리인 노다 요시히코에게 도쿄전력이 숨겨온 정보에 관해 알리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고 밝힌다. 일본 정부의 강경한 대처와 함께,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조치를 촉구한다.
역학자 스티븐 윙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생존자에 대한 원폭 상해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통찰력 있는 글로 담아낸다. 위원회는 원폭 이후 5년 동안 아무런 데이터도 수집하지 않았으며, 13년이 지난 1958년까지 피폭자의 암 발병률을 고려하지 않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해왔다. 이런 결함투성이 연구가 현재까지도 원자력 기관에 복음처럼 받아들여지며 의학계와 원자력 산업계의 방사선 피폭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관한 다년간의 축적된 연구가 의미 깊다. 유전학자 블라디미르 베르테레키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우크라이나 리우네 지역에서 나타난 선천성 이상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사고 이후 일본 신생아의 선천성 이상을 역학적으로 추적한다.
진화생물학자 티머시 무소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출입 금지 구역에서 조사한 조류·포유류·곤충의 돌연변이, 선천성 이상, 종양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다. 내부 피폭과 저선량 방사선에 관한 무소의 선구적인 연구는, 국제원자력기구, 세계보건기구, 유엔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가 권장하는 ‘안전한 방사선 피폭’이라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뒤집는 것이다.
알렉세이 야블로코프는 소련·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에서 많은 역학 논문과 데이터를 검토하여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질환과 사망 사례를 정리했다. 수십 개의 그래프 및 표와 함께 책에 수록된 그의 연구 결과를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방사성 핵종마다 영향이 다르고 사람마다 방사성 배출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일관된 기준으로 내부 피폭을 계산할 수 없는데, 정부는 이를 무시하여 사실상 데이터가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사능 연구자 메리 올슨은 일반적인 방사선 연구에서 젊고 건강한 남성이 기준이 됨을 지적한다. 태아·어린이·여성·노인 등 면역력이 약한 다양한 그룹을 대상으로 방사선의 영향에 대한 그녀의 보고서를 통해, 같은 양의 방사선에 피폭되었을 때 남성보다 여성에게, 성인보다 아동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성별과 연령에 따른 방사능 대책이 절실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사회’의 스티븐 스타는 상세한 데이터와 함께 일본에 퍼진 방사성 물질의 피해를 밝혀낸다. 특히 세슘은 물에 녹아들어 쉽게 퍼져나가고, 칼륨과 같은 원자 그룹으로 모든 생물에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체내 오염이 심각하다. 특히 스티븐 스타는 체르노빌과 미국 인디언포인트 원전으로부터 확산되는 세슘137을 추적하면서, 생체 축적이 늘어남에 따라 내부 피폭이 심화되는 현상을 풀어낸다. 특히, 대량으로 일시에 피폭되는 경우와 소량으로 지속적으로 피폭될 때의 체내 방사능 총량을 비교하면서 만성 피폭이 더 위험하다는 결과를 도출한 그의 연구는 방사능 체내 축적에 관한 탁월한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원자력 엔지니어 데이비드 로크바움과 아널드 건더슨은 지진으로 약해진 건물, 녹아버린 노심, 막대한 방사성 폐기물로 가득 찬 연료 풀에 관해 사고 역학을 바탕으로 구조를 분석하면서 이를 선명하고 상세하게 묘사한다. 역학적 증거로 볼 때 이미 예견된 참사였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사고 때문에 발생한 비용은 대략 5조7000억~20조 엔(약 57조~2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원자력발전이 지속적으로 환경에 주는 부담은 점점 쌓여만 가는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처의 전 관료인 로버트 앨버레즈와 핵 폐기물 전문가 케빈 캠프스는 미국과 일본에서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이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한다. 그 밖에 면역력이 약한 태아·어린이·여성·노인 등을 대상으로 방사선의 영향에 관한 보고서와 식품의 방사능 오염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미국 환경보호국, 미국 식품의약국과 같은 기관의 무책임함을 추궁하는 글도 수록했다.
체르노빌부터 후쿠시마까지, 원자력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후쿠시마 사태가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는 후쿠시마보다 25년 먼저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경위를 토대로 짐작할 수 있다. 『끝이 없는 위기』에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체르노빌의 방사능 오염에 관한 연구를 이어온 생물인류학자의 논문이 수록돼 있다. 우크라이나 리우네 지역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고립되어 방사능 물질과 계속 접촉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오염지역과 가까운 곳에 거주할수록, 그리고 면역력이 약한 여성과 어린이일수록 더욱 크게 피폭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특히 임신부가 피폭되면서 체내에 누적된 방사능 물질이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전이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참사는 예고된 것이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설계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이 맡았다. 당시 턴키(일괄 수주)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재정이 거덜난 GE는 설계를 변경했고, 결국 화를 불렀다. 무엇보다도 GE의 엔지니어들은 쓰나미의 위력을 경시하여, 이에 관한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았다. 해일보다 낮게 방파벽의 높이를 설계했고, 예비 발전기를 침수 방지 설비가 없는 곳에 설치했다. 그밖에 격납 용기 누출, 불활성 가스 발생, 세슘 제거 등, 연이은 문제들이 터져나왔다.
인재人災는 일본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때문에 더욱 커졌다. 국회 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현 주민 대부분은 요오드제를 복용하지 않았는데, 제때 복용하라는 권고가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심지어 알약은 가정마다 배포되지 않았고, 부작용이 있다는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경고 때문에 1만 명 정도만 복용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본 정부는 사태를 덮어버리기에만 급급하다. 사고 후 방사선에 관한 초·중·고 교재가 새로이 편찬되었는데, 여기는 100밀리시버트 미만의 방사능은 안전하니 이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라고 권고할 따름이다.
그러나 낮은 수준의 방사선이라도 암이나 유전자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가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다. 낮은 방사능에도 DNA 이중 가닥이 절단될 수 있으며, 그 절단 수는 방사선량에 비례한다. DNA 이중 가닥이 절단되면 돌연변이나 유전자 불안정이 생기고, 암이나 백혈병에 걸릴 위험도 기하급수로 상승한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이 책은 말한다. 그것은 원자력의 전면적인 폐기를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