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당연한 것에 가하는 합리적 의문!
도넛의 구멍에서 발견하는 유쾌한 반전
수학, 공학, 미학, 역사학, 인류학, 법학, 화학, 경제학, 정신의학 등
도넛의 구멍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다양한 학문의 맛을 경험하다!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쩐지 당황스러운 질문이다. 도넛 하나를 통째로 먹어버리면 구멍이 남을 리 없다. 그런데도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을 묻다니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이 책은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상식을 의심해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상식을 의심하는 일.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정말로 그런지 파고들어 생각해보는 일. 이것이 학문을 대하는 사람들의 기본자세다. 지금까지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을 무너뜨리는 데에 학문의 참맛이 있고, 학문은 그런 식으로 발전해왔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이라는, 상식 밖의 일처럼 보이는 문제도 ‘어리석다’고 일축해버릴 수 없다.
사실 이 질문은 학문의 힘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으려면?’이라는 물음을 학문적 관점에서 파헤쳐보면 어떻게 될까? ‘도넛의 구멍’에 대해 생각해봄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나거나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세계가 보일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런 관점에서 오사카대 교수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와 관련해 ‘도넛의 구멍’에 대해 진지하게 파헤쳐보는 학문적 탐구 과정을 담고 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전공 영역에서 자르고, 깎고, 계산하고, 역사를 파헤치며, 4차원으로 공간을 확대하고, 판례를 들여다보고, 미학적 관점에서 도넛을 탐구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학문과 탐구라는 영역을 고루하다고 여기는 많은 독자를 흥미진진하고 새로운 지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도넛의 구멍이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학문의 세계
: 잊었던 학문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지적인 구멍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정작 우리는 아주 약간의 지식만을 접하면서 살아간다. 아무리 유익한 이야기라도 지금 당장 필요한 게 아니라면 쉽게 눈길을 끌지 못하고 금세 정보의 바다 저편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재미가 없고 지루한 이야기, 이를테면 학문이라든가 공부와 관련된 내용은 시험에 나오지 않는 이상, 굳이 찾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수많은 학문을 배우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학문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지루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재미있는 학문이 아주 많다.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은 이 정보의 바다에서 건져낸 쓰지만 몸에 좋은 지식을 구멍 속에 감추어놓고, 겉에는 밀가루 옷을 입혀 달콤한 설탕을 뿌린 하나의 도넛과도 같은 책이다.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이라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 책의 각 장에 붙어 있는 재미있는 제목에 끌려 한 장 두 장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쓰기만 할 것 같은 학문도 달콤하게 먹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학문을 숨긴 이 맛 저 맛의 도넛을 먹다 보면, 아마 평생 자신과는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낯선 학문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열 세가지 탐구를 통해 밝혀낸 도넛 구멍의 비밀
: 수학부터 경제학까지, 다양한 지적 탐구로의 여행
이 책의 저자인 ‘오사카대학 쇼세키카 프로젝트’는 오사카대학의 지적 자산을 책으로 펴내고 이를 사회에 전하기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 팀이다. 오사카대학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수와 출판부 직원들이 힘을 합쳐 첫 번째 결실로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을 펴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만이 아니다. 구멍을 남긴다는 문제를 떠나서, ‘도넛의 구멍’이나 ‘도넛’ 그 자체를 학문의 세계에서 바라보면 무엇이 보일까 하는 의문의 답을 찾아보는 것이다.
총 2부 13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는 수학, 화학, 경제학, 미학, 법학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학문의 세계를 접할 수 있다. 먼저 제1부에서는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에 대해서, 제2부에서는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좀 더 폭넓게 ‘도넛의 구멍’에 대해 탐구한 결과를 다룬다. 덧붙여 세계 각국의 도넛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오사카대 외국어학부 교수들을 인터뷰한 칼럼 기사도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예컨대 제1장에서는 자르기와 깎기라는 공학적 메커니즘을 통해 깎을 수 있는 도넛이란 무엇인지 살펴본다. 손이나 입으로 깎는 경우와 가위나 칼로 깎는 경우, 그리고 기계 가공을 이용한 도넛 깎기 등을 다룸으로써, 대부분의 일반인이 어려워하는 공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어서 제3장에서는 수학에 기반을 두고 ‘차원’의 변화를 이용해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에 하나의 차원을 더한 4차원의 세계를 상정함으로써, 그리고 토폴로지라는 논리적 트릭을 통해 수학에서의 논리적 증명이란 무엇인가를 흥미진진하게 파헤친다.
이 밖에도 제7장에서는 사이클로덱스트린이라는 도넛형 올리고당을 이용해 도넛의 구멍에 대해 탐구하고, 제8장에서는 법의 궤변을 도넛에 투영시켜, 법이 종종 거짓을 통해 발전한다는 아이러니를 설명한다. 또한 제9장에서는 도넛화 현상을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쳐보고, 이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논의한다. 제10장에서는 세계사를 통해 도넛의 발견이 근대의 탄생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제11장에서는 법의 구멍과 법규제의 패러독스에 대해 자유의 법적 규제에 관한 법적 논쟁을, 제12장에서는 ‘맥도널드 커피 사건’이라는 유명한 사건을 통해 무차별 소송의 구멍 속에 존재하는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런 다양한 학문적 접근을 통해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학문의 세계가 고루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며, 조금만 편견을 버리고 바라보면 얼마든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또한 학문의 출발점이 거대한 담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상식과 무조건적인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학문적 편식에 갇혀 있는 이들을 위한 종합 지식 교양서
: 문과와 이과를 넘나들며 학문의 경계를 허무는 재미를 깨닫게 하는 책
이 책에서는 수학, 공학, 미학, 역사학, 인류학, 법학, 화학, 경제학, 정신의학 등 다양한 학문을 통해 도넛의 구멍에 대해 논한다. 때로는 어려운 수식이 등장하기도 하고, 철학적이거나 언뜻 이해하기 힘든 법적 개념이 소개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읽지 않은 독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며 외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도넛을 통해 전달하는 학문의 세계에 빠져버리고 말 것이다. 그만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탐구로 가득한 책이다. 문과 전공자라면 수학이나 공학적 접근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랄 것이고, 이과 전공자라면 법학이나 정신의학, 미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도넛에 대한 개념 정리가 새삼 흥미로울 것이다. 아울러 알지 못하던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워나가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독자는 학문에 대해 딱딱하고 어렵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도넛을 구멍만 남기고 먹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파헤쳐본다니, 어딘가 이상한 사람들일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도넛의 구멍’을 눈앞에 둔 연구자들이 ‘애초에 도넛에 구멍이 있었나?’ 하는 의문을 품기도 하고, ‘도넛은 근대국가 그 자체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또 ‘도넛’에 대해 탐구하면서 일반인이 도넛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과는 전혀 다른 것을 이야기하는 모습도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도넛의 구멍’과 씨름하는 교수들은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려고 탐구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학문의 세계에서 도넛을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라는 질문과 진지하게 마주한 결과다. 동시에 ‘도넛의 구멍’을 둘러싸고 씨름하는 모습을 통해, 학문이 어떤 것인지 전하고 싶다는 것이 이 책에 등장하는 오사카대학 교수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만약 독자들이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게 된다면 더 이상 학문적 편식에 가로막혀 다른 경계의 학문을 외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학문적 편식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