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국에 사절로 가게 된 다이키. 기린으로서 왕을 보좌하기는커녕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닐까 고민하는 다이키에게 염왕은 어떤 말 한마디로 다이키를 위로한다. 다시금 교소의 곁에서 다이키는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까.
승월
봉왕 주타쓰를 친 혜주후 겟케이의 앞으로 경왕의 친서를 든 사자가 찾아온다. 선대 왕에 대한 애뜻한 마음과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감히 가왕에 서지 못하는 겟케이. 그에게 전해진 친서의 내용은 무엇이며 과연 방국의 운명은 어찌될까?
서간
경국의 왕과 안국 대학 학생으로 각각 새로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라쿠슌과 요코. 왕과 학생이라는 해피엔딩을 맞이했지만 그런 그들 앞에도 어려움은 끊이지 않는다.
화서
재국의 왕 시쇼는 재위 이래 한결같이 정도를 추구한다. 하지만 삼십여 년 후, 기린 사이린은 실도하고 재국은 황폐해져간다. 그의 국정 운영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
귀산
오랜 치세를 자랑하는 나라의 왕족과 왕인 리코와 후칸은 언제나 기울어가는 나라에서 우연히 재회해 나라가 기우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백이십 년이나 안정된 치세를 이어온 유국이 기울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어김없이 마주치게 되는데…….
‘십이국기’ 시리즈를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었던 다른 권들에 비해 『화서의 꿈』은 주요 나라와 캐릭터들의 후일담을 그린 이야기가 대부분이라 ‘십이국기’ 시리즈 이전 권들을 읽어야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시리즈의 외전 격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덧붙여 「승월」과 「서간」은 애니메이션 <십이국기>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로 소개되기도 했다.
독서의 편의를 위해 꼭 읽어두어야 할 이전 권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안내한다.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 「동영」 → 『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 「승월」 → 『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 「서간」 →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 「화서」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늘』 → 「귀산」 → 『황혼의 기슭 새벽의 하늘』
“책망은 일을 이루지 못한다.”
각 나라는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오랫동안 번성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정도正道를 잃은 것이 失道로 이어져 황폐해지는 나라도 있다. 천명에 의해 왕이 되는 것치고는 왕이 가질 수 있는 권한은 적다. 자연히 얻는 것은 기린의 주인이 되는 것과 불로불사의 몸이 되는 것뿐. 일단 왕이 되고 나면 이후에는 스스로의 지혜와 노력으로 황폐해졌던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려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 짐은 굉장히 무겁다. 조정 관료들을 임명하고 그들을 감독하는 것은 온전히 왕이 되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대국의 교소처럼 전 왕의 치세를 봐왔거나 지방 행정을 잘 알고 있다면 보다 쉽겠지만(「동영」), 아무것도 모르는 여고생이 갑자기 대통령이 된 것과 같은 경국의 요코의 경우, 나라의 운영을 궤도에 올리기까지는 많은 실패와 좌절이 뒤따를 것이다.(「서간」)
이전 왕의 그릇된 치세에 불만을 가지고 궐기해 왕이 되더라도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재국의 시쇼와 관료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명확한 비전이 없다. 그릇된 정치를 일삼은 선대 왕을 비난할 뿐, 황폐해진 나라를 어떻게 재건하고 백성들을 어떻게 구하면 좋을지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한다. 남을 비난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화서」)
장기간 안정된 치세를 이어나간다 하더라도 옳은 정치, 옳은 치세에 대한 정답을 알지는 못한다. 백이십여 년이나 치세를 이어왔어도 유국처럼 끝을 맞이할 수도 있다. 왕이 정도를 잃으면 기린의 실도로 이어져 불로불사의 몸이 무색하게 나라와 함께 왕의 목숨도 종언을 맞이하는 것은, 그만큼 왕의 어깨에 얹어진 책임이 고되고 막중하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방증일 것이다. (「귀산」)
화서를 머리맡에 두고 잠들면 이상의 나라를 꿈꿀 수 있다고 한다. 그 꿈속의 모습과 현실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으로 치세가 잘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려 했던 사이린은 실도에 이르게 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저마다 이상의 나라를 그리고 꿈꾸지만 마음먹은 대로 쉬이 풀리지 않는 치세와 왕으로서의 고뇌를 그리면서도 너무나 가까운 곳에 답이 있다는 사실을 『화서의 꿈』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