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을 잡으려면 말이야,
많은 연습이 필요해
두 살 아이가 첫 걸음마를 뗄 때, 아홉 살 아이가 처음 두발자전거를 탈 때 필요한 것. 빵 반죽에 설탕을 더 넣을지 소금을 더 넣을지 고민할 때, 이 말과 저 말, 이 생각과 저 생각,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찾게 되는 것. 간신히 얻었다가도 자칫 잃을 수 있는 것. 균형.
이 책은 ‘균형’을 그려 냅니다.
원뿔 모자를 쓰고 기다란 봉을 들고 걸어가는 한 아이가 보입니다. 동그란 기구 위에서 아슬아슬 중심을 잡아 보기도 하고요. 잠깐 말을 걸고 싶더라도 참아 주세요. 집중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지금 멋진 무대를 위해 연습 중이거든요. 관중석에 있던 여러분은 마지막 무대의 커튼이 젖혀질 때 보게 될 겁니다. 홀로 외줄을 타던 아이가, 모두와 함께 호흡을 맞춰 완성한 무대를!
유준재 작가의 네 번째 창작그림책
한 걸음 한 걸음 여러분이 내딛는 무대를 응원합니다
아버지에게 바치는 사랑 고백이자 유년에 대한 헌사 『마이볼』,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상상 『엄마 꿈속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파란 말 이야기 『파란파도』 에 이은 네 번째 창작그림책입니다. 『균형』은 십수 년 전 작가가 지인들과 함께 만든 소책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막 사회에 나와 새로운 삶의 무대를 경험하며 작가는, 작은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목각 마리오네트가 그 틀을 깨고 나오는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세 권의 창작그림책과 수십 권의 어린이책을 그렸지만 그때의 단상은 늘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였습니다. 십 년이 훌쩍 지났어도 아직 경험하는 모든 일이 두렵고 설레어, 목각 마리오네트는 원뿔 모자를 쓰고 줄을 타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무대를 준비해 나가는 또 다른 아이가 되었습니다. 때로는 주연으로 때로는 조연으로, 서로 호흡을 맞춰 가면서 균형을 찾아 나갑니다.
한 아이가 걸어가는 외줄, 모두가 함께 이룬 피라미드
균형을 잡으려면 말이야, 모두의 호흡이 필요해
마지막 무대, 아이도 어른도 코끼리도 거북이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환한 피라미드를 이루고 있습니다. 모양도 크기도 상관없습니다. 무너질까 겁내지 않아도 됩니다. 서로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을 테니까요.
태어나 걸음마를 연습하게 되면서부터 균형이라는 숙제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자라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면서 무언가를 찾아 노력해 가면서도 그 숙제는 변함이 없죠. 이 책에서는 같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세상은 혼자만 살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하고, 사회라는 곳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자신부터 균형을 받아들일 연습을 해야 하겠지요._유준재
작가가 이 책을 구상할 때는 아이가 네발자전거에서 두발자전거로 바꿔 탈 즈음이었습니다. 절대로 놓지 말라던 아이의 부탁에도 작가는 어느 순간 자전거를 잡은 손을 놓았습니다. 뒤뚱거리며 멀어지는 자전거가 이내 넘어졌습니다. 울먹이며 원망하리라 예상했던 아이의 눈빛에는 설렘과 성취감이 가득했습니다.
“아빠 나 혼자 이만큼 왔어! 아빠도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 무서웠어?”
“그럼, 아빤 그때 울었던 것 같아.”
누구나 끊임없는 흔들림 속에서 균형을 잡습니다. 그 일은 매번 어렵고 무섭기도 합니다. 연습하고 또 겪었는데도 말이에요. 하지만 자전거 뒤를 잡아주던 손처럼 함께하는 손이 있습니다. 『균형』은 세상이라는 무대에 서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함께하는 손에 대해 들려줍니다. 온몸으로 균형 잡기에 집중하던 아이가, 모든 이의 균형이 어우러진 피라미드 위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것입니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주저앉거나 큰 벽에 가로막혀 어찌 할 바를 모를 때, 용기 내어 한 걸음 다시 내딛어 봐. 걱정 마! 비틀거리고 흐트러져도 다시 내딛을 수 있어. 우린 함께니까.
비우고 채우고
긴장과 안도를 넘나드는 그림의 공간
작가는 점, 선, 면이 모여 거대한 그림이 완성되듯, 원 세모 네모와 같은 단순한 도형에서 시작해 큰 피라미드로 이미지를 쌓아 나갔습니다. ‘균형’이라는 주제에 맞게,
구도와 색을 탐색하고 절제해야 할 때와 서로가 모여 풍성해야 할 부분, 공간과 여백 구성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고요한 관중석에 앉아 때로 긴장하기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하면서, 곡예를 펼치는 아이를 지켜보게 됩니다.
그 아이는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