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회상록』은 ‘셜록 홈스’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셜록 홈스의 죽음이 그려지는 단편 「마지막 문제」가 수록된 단편집이다. 이 단편에서 셜록 홈스는 시리즈 최고의 맞수로 일컬어지는 “범죄계의 나폴레옹” 모리아티 교수에 맞서 숨 막히는 두뇌 싸움을 펼치며, 논리적으로 추리해 범인을 잡는 명탐정을 넘어 정의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구세주의 이미지를 획득한다.
모리아티 교수는 겉보기에 런던에서 조용히 수학을 가르치는 인물이다. 하지만 “거미줄 한복판에 자리잡은 거미처럼” 수많은 가닥으로 이루어진 범죄의 거미줄을 조종하며 천재적인 두뇌로 전 세계적 범죄 조직을 움직인다. 결국 그의 존재를 눈치챈 유일한 인물인 홈스가 조직을 일망타진하려 시도하며 두 사람은 필연적으로 부딪힌다. 왓슨은 두 사람의 최후를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간접적으로 목격한다. 홈스가 작중에서 왓슨에게 “모리아티 교수를 이 사회에서 확실하게 없애버릴 수만 있다면 탐정 경력에 기꺼이 종지부를 찍겠다”는 말이나,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헛되이 산 게 아니야. 내 인생이 오늘밤 끝난대도 편안한 마음으로 과거를 되짚어볼 수 있을 거라네”라는 말은 그의 죽음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한다.
흥미로운 것은 아서 코넌 도일이 당시 《스트랜드 매거진》에 거의 매달 ‘셜록 홈스’ 시리즈의 단편을 발표하며 지쳐, 대중들이 셜록 홈스를 잊어버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홈스를 작중에서 죽게 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성화에 못 이긴 도일이 팔 년 후 홈스를 부활시킴으로써, 셜록 홈스는 되살아났을 뿐 아니라 쉽게 죽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단편 「 마지막 문제 」 는 사상 최악의 범죄자 모리아티를 세상에서 없애기 위해 죽는 홈스를 정의의 표상으로 만드는 동시에 이후 부활을 극적으로 만드는 초석이 되었다.
●다시 읽는 셜록 홈스, 새로운 즐거움
작품 뒤에 수록된 트리비아와 해설은 또 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트리비아는 그간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읽으며 현대 독자들이 궁금해했던 당대의 시대상과 작품과 관련된 비화를 설명하여 작품 이해는 물론 사소한 재미도 놓치지 않도록 돕는다. 『셜록 홈스의 회상록』에 실린 단편 「실버 블레이즈 실종 사건」에서 홈스는 경마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고 독자들에게 비난받았다. 그 행위는 무엇일까? 「장기 입원 환자」가 서로 다른 세 가지 판본으로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난당한 국가 기밀문서가 소재로 나오는 「해군 조약문」은 어떤 시대 배경에서 씐 작품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는 트리비아는 독자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준다.
해설은 “언제나 1895년”이라는 제목으로 홈스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영원한 탐정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된 경위를 밝힌다. ‘탐정’이라는 인물상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프랑스 형사 비도크와 초기 탐정소설 등이 셜록 홈스의 탄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살피고, 셜록 홈스가 빅토리아시대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사회문화적 배경과 함께 ‘셜록 홈스’ 시리즈의 매력이 무엇인지까지 이야기한다.
●엘릭시르 셜록 홈스 단편집의 특장점
엘릭시르는 앞서 셜록 홈스가 활약한 장편소설 네 편을 출간한 데 이어 단편들이 묶인 단편집 다섯 권을 한꺼번에 출간하며 ‘셜록 홈스’ 전 시리즈를 완간했다. 『셜록 홈스의 모험』, 『셜록 홈스의 회상록』, 『셜록 홈스의 귀환』, 『셜록 홈스의 마지막 인사』, 『셜록 홈스의 사건집』으로 이루어진 단편집 세트는 장편 소설 세트와 마찬가지로 영국 Penguin Books의 ‘THE PENGUIN SHERLOCK HOLMES’(2011)를 번역 저본으로 삼았으며 영국 Oxford University Press의 ‘THE OXFORD SHERLOCK HOLMES’(1993)를 참고했다.
번역자인 권도희, 이경아, 이은선은 다양하고 질 좋은 미스터리를 번역한 바 있는 뛰어난 역자이다. 권도희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의 『누명』, 『비뚤어진 집』, 『움직이는 손가락』 및 역사 추리소설의 대가 조지핀 테이의 『시간의 딸』을 작업한 바 있다. 이경아는 『구석의 노인 사건집』, 『오시리스의 눈』, 『영국식 살인』,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등을 옮긴 황금기 추리소설의 전문가이다. 이은선은 코넬 울리치의 『환상의 여인』과 『상복의 랑데부』, 애거서 크리스티의 『끝없는 밤』, 스티븐 킹의 『11/22/63』 등을 비롯해 셜록 홈스 패스티시 작품들도 번역하였다. 이들은 모두 추리소설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 번역자로 뛰어난 문장력을 가지고 직관적이고 정확한 한국어 표현을 직조하여 독서의 질을 한층 높였다.
단편집 각 권말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빅토리아시대의 여성들’(『셜록 홈스의 모험』), ‘셜록 홈스의 영원성’(『셜록 홈스의 회상록』), ‘셜록 홈스의 후예들’(『셜록 홈스의 귀환』), ‘현대 미디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셜록 홈스’(『셜록 홈스의 마지막 인사』), ‘런던 경찰청, 스코틀랜드 야드에 대하여’(『셜록 홈스의 사건집』)라는 주제로 해설을 실어 새로운 관점에서 셜록 홈스를 읽을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엘릭시르판 셜록 홈스 전집은 새로운 독자에게 셜록 홈스를 소개하기 더없이 좋은 판본임은 물론, 이미 홈스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들의 서재를 빛내줄 아름다운 소장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