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Grand Art Tour!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쿠멘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아트 바젤
미술계 빅 이벤트 현장으로 안내할 아트 투어 가이드북
해마다 세계 각지에서 크고 작은 미술계 행사들이 열리지만 2017년은 그 어느 해보다 더 풍성하고 굵직한 미술 축제로 전 세계가 들떠 있다. 바로 올해가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그랜드 투어의 해이기 때문이다. 매년 6월에 열리는 아트 바젤(6월 15~18일)을 비롯해 격년으로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5월 13일~11월 26일), 5년 주기로 열리는 카셀 도쿠멘타(6월 10일~9월 17일),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6월 10일~10월 1일) 등 유럽을 대표하는 미술 축제가 올 한 해 동시에 열린다. 유럽 대륙 안에서 펼쳐지는 이 굵직한 행사들을 한 해 동안 모두 즐길 수 있다고 하여 미술계에서는 이를 두고 ‘그랜드 투어’라 일컫는다. 그랜드 투어의 해가 되면 전 세계 미술인들의 시선이 유럽으로 집중되고, 여행사에서는 그랜드 투어 관련 상품을 선보이기도 하며, 미술 애호가들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축제의 현장을 찾는다.
21세기 그랜드 투어의 특별한 여정
『그랜드 아트 투어』는 그랜드 투어를 준비하는 미술인들과 미술 애호가들, 특별한 미술 여행 정보를 원하는 일반 독자들을 위해 유럽 4대 미술 축제를 소개하고, 이들 행사가 열리는 도시를 중심으로 인접한 도시나 국가의 신생 미술관들도 함께 안내한다. 유럽 미술 축제와 현대미술관 기행을 아우르는, 말하자면 ‘21세기형 그랜드 투어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다.
원래 그랜드 투어란 17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유럽 상류층 자제들 사이에서 교양 교육의 일환으로 유행했던 유럽 여행을 말한다. 당시 그랜드 투어는 재력을 갖춘 상류층에게나 허락되었는데, 그들은 가정교사와 하인들을 대동하고 그리스와 로마의 유적지나 르네상스 문명을 꽃피웠던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장기간 여행했다. 오늘날 그랜드 투어는 과거처럼 소수의 특권층들만 누리는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여행을 말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그랜드 투어를 “10년에 한 번씩 겹치는 유럽의 주요 미술 축제를 둘러보는 미술 여행”이라고 정의하며, “미술의 축복이자 세계 미술인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문화 경험”이라고 역설한다.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자연미술관을 걷다』 『숲으로 간 미술관』 등의 전작들을 통해 ‘뮤지엄 스토리텔러’로 널리 알려진 지은이는 『그랜드 아트 투어』에서도 직접 발로 뛰어 얻어낸 생생한 경험담과 값진 정보들을 친절하게 풀어놓는다. 유럽 미술 축제의 현장과 현대미술의 새로운 메카가 될 신생 미술관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랜드 투어의 여정을 밟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랜드 투어를 떠나는 이들에게는 충실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유럽 4대 미술 축제와 신생 미술관을 함께 즐긴다!
총 열한 개의 챕터로 구성된 『그랜드 아트 투어』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한 그랜드 투어의 주요 행사들을 소개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이 책에서 다룬 유럽 4대 미술 행사들은 그동안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미술을 통해 시대 담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1895년에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는 전 세계에서 열리는 수많은 비엔날레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미술 행사다. 비엔날레에 참가한 여러 나라들은 국가관을 운영하면서 자국의 대표로 선발된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이는데, 국가의 이름을 걸고 하는 전시이기 때문에 ‘미술계 올림픽’이라 불리며 참여국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다. 카셀 도쿠멘타는 급진적인 현대미술 전시의 대명사이자 실험미술의 산실로 잘 알려져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보다 전시 기간이 짧지만 관람객 수는 훨씬 많으며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전시로 유명하다. 카셀 도쿠멘타와 함께 ‘100일간의 미술관’이라 불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는 유럽 최대의 공공미술 전시회로서 예술을 통해 도시의 실제 지형도를 바꾼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마지막으로 아트 바젤은 세계 유수 갤러리 300여 곳이 참가해 4,000여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대표적인 아트페어로, 고품격 미술 백화점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 네 개의 행사가 열리는 도시와 이웃해 있으면서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유럽의 신생 미술관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책 속의 여정은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거쳐 스위스에서 끝을 맺는다. 지은이는 행사가 열리는 베네치아, 카셀, 뮌스터, 바젤을 포함해 전체 열한 개의 유럽 도시를 방문하며 오늘날 미술관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보여주는 현대미술관들을 찾아 나섰다. 독자들 또한 지은이의 발자취를 좇아 기왕에 유럽으로 떠난 김에 루브르니 오르세니 혹은 반 고흐 미술관 같은 늘 가는 곳이 아닌 새로운 현대미술 명소를 찾아간다면, 10년 만에 찾아온 그랜드 아트 투어의 기회가 더욱더 신선한 기운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 그중에는 자하 하디드 최고의 역작이라 불리는 로마 막시 현대미술관(국립21세기현대미술관)이 있으며, 외계인 같은 독특한 외관이 특징인 쿤스트하우스 그라츠, 자연 속에 파묻힌 듯한 파격적인 디자인의 리아우니히 미술관과 파울 클레 센터 등도 있다. 이 신생 미술관들은 개성 넘치는 건축과 다양한 프로그램, 탁월한 컬렉션으로 여행객들을 이끌 듯, 책 속에서도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현대미술관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의 건축 작품들이 수집된 비트라 캠퍼스와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예술적인 스파 리조트 로그너 바트 블루마우 등 예술과 여가, 휴식이 결합된, ‘아트 피플’이 즐겨 찾는 숨은 명소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4대 미술 행사를 소개하는 챕터의 끝에 ‘더 가볼 곳들’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행사에 갔다가 둘러볼 만한 인근 미술관과 주변 행사들을 놓치지 않게끔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