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사례를 고찰하면서 맥락과 이론을 살펴본 사리병중事理幷重적 접근
‘21세기 시민’을 위한 정치 교과서
이 책은 선거 기획자나 후보자들을 주 대상으로 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후보를 당선시켜주는 비급이 아니다. 단언컨대 세상에 그런 책은 없다. 당선은 좋은 책(?)을 읽고, 토론하고, 고민하는 것의 산물이 아니다. 선거는 ‘서류 더미 위에서 논의되는 형이상학적 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는 철저히 현장에서 미디어, 소셜 미디어, 사람을 통해 우리말과 너희의 말이, 우리의 세와 너희의 세가, 기와 기가, 지략과 지략이, 돈과 돈이 맞붙는 유혈이 낭자한 난타전이다. 단순히 책 몇 권 읽고, 전문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뒤 단박에 그 맥락과 흐름을 알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 책은 선거 관련자들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모든 개인이 SNS라는 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네거티브의 수행자, 소비자, 관련자로 얽혀들고 있는 복잡다단한 커뮤니케이션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치의 발전은 네거티브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정치주권자를 위한 ‘교양서’이자 ‘교과서’로도 손색없다고 자부한다.
‘쉬쉬했던’ 네거티브의 판도라가 열린다
이 책의 가치는 당연히 현실에서 유용하게 쓰이면서도 ‘쉬쉬했던’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실증적인 자료와 현장에서의 경험, 객관적인 관찰과 분석을 통해 네거티브 캠페인에 대해 개념화, 유형화를 했다는 점에 있다. 이를 통해 후보나 참모 등 독자들이 선거판에서 속절없이 당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비전이나 방향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일에 시간과 공력을 쓸 수 있다. 아울러 냉정한 선거판의 현실을 이야기함으로써 선거 본래의 작동 원리와 현실에 대한 이해를 높여 처녀 출마자나 초심자들이 선거에 대한 개념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이 책의 집필 의도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선거 캠페인에서 네거티브는 한 요소이며, 동시에 필수적인 술책이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을 옹호하거나 권유, 조장하는 것은 아니다. 당선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당선돼서는 안 되며, 문제가 있는 후보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 그것이 사실에 기반하고, 우리 공동체의 보편적 윤리와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는 규범에 충실함을 전제로 한다. 네거티브도 품격이 있으며, 나름의 원칙을 지킬 때 그 가치는 충분하다.
선거에 꼼수는 없다. 그것은 당한 사람(진영)의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이는 ‘붓을 들어 칼과 맞서려는’ 순진함에 다름 아니다. 네거티브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 그것이 곧 선거를 정확히 이해하는 길이다. 여야와 좌우를 떠나 우리 공동체를 제대로 발전시키는 합리적 방법과 도구로서 선거를 생각할 때, 네거티브를 반드시 정확하게 이해하고 체득해야 함을 거듭 밝힌다.
기존 책들과의 차별성
* ‘사례 나열’에서 본연의 다이내믹스 도출로 ‘도약’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체적인 사례를 고찰하면서 그 맥락과 관련 이론을 살펴보았다. 이른바 사리병중事理幷重적 접근이다. 선거와 관련된 책들을 보면 어떤 유는 포괄적이고, 어떤 것은 학술적·이론적 논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와 반대로 네거티브 캠페인 관련 서적을 보면(특히 외국 서적) 사례 중심의 해설서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이를 두고 문제 삼을 순 없다. 각각의 특성으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선거 본연의 의미와 속성, 그 역학dynamics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과 함께, 실제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자료나 책에 대한 아쉬움은 늘 갈증으로 남아 있었다. 총론과 각론, 이론과 현실, 추상과 구체의 변증법적 이해를 하지 않으면 선거에 대하여 관념적·사변적 이해로 흐르거나, 단편적 기교와 기술을 습득하는 데 그치고 만다.
정치와 선거 본래의 의미(병도兵道)와―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대한 제반 준비(전도戰道)―실제 현장에서의 대응(쟁도爭道)을 반드시 통시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선거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자료’에는 안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중요한 내용 다뤄
둘째, 현장에서 꼭 필요한 내용만 뽑았다. 이른바 실사구시적 접근이다. 이 책은 후보자와 선거 스태프를 주 독자로 상정하고 만들었다. 선거를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 후보와 스태프는 관련 법령에 대한 교육과 이해가 필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나오는 자료( 『후보자의 선거운동 방법』 『알기 쉬운 선거운동 길잡이』 등)는 초보자라도 선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선관위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아울러 각 정당에서 나오는 교육 자료나 지침서 등의 매뉴얼 북은 실무에 있어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구체적인 응용에서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은 앞의 자료에서 언급하지 않은, 그렇지만 실제 선거 현장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고, 중요하게 논의되며, 실제적인 효과를 주는/받는 ‘네거티브’를 다루고 있다. 중요한 것은 두루 살펴보고, 폭넓은 이해를 하는 것이다.
* 반면교사적 접근으로 실수 예방에 초점
셋째, 과거의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보자는 취지를 강조했다. 이른바 반면교사적 접근이다. 제왕학의 교범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정요』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구리를 거울로 만들면 의관을 단정하게 할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천하의 흥망과 왕조 교체의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신의 득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오늘 접하는 현실은 비록 똑같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이전에도 유사하게 작동했을 것이다. 또한 지금 이 순간, 현실 속의 나(우리)에게 작용할 것이다. 이 점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다. 역사서는 결코 한가하게 소일거리나 교양으로 읽을 성격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현재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유용한 소재가 될 것이다.
각 장의 구성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했다. 첫 번째 장은 네거티브 캠페인 고찰에 관한 글로, 긍정적인 면과 함께 부정적인 면을 살펴보았다. 아울러 네거티브 캠페인과 관련된 연구 흐름을 정리했다. 이어서 네거티브 이슈를
사실 여부와 공익 부합 여부로 매트릭스를 구성하여 영역별 특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네거티브 이슈를 제기하는 주체와 제기한 내용에 따라 이슈 특성과 진행되는 양상을 분류했다.
두 번째 장은 네거티브에서 캠페인 공방의 원칙과 기술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수명 주기 개념을 이용하여 네거티브 이슈 진행을 단계별로 살펴보았다. 또한 이슈 수명 주기와 함께 검색량과 언급량을 이용하여 유권자 행태 변화를 감안한 이슈 수명 주기를 설명했다. 그리고 네거티브 공방의 원칙과 관련하여 속성 및 원칙을 병서에서의 전쟁 개념을 차용하여 해설했다. 제대로 된 네거티브를 진행하기 위해 기본 6대 요소로 A·C·T·I·V·E라는 개념과 공격 5대 기술로 S·P·E·A·R, 방어 5대 기술로 A·E·G·I·S를 제안하고 있다.
세 번째 장은 네거티브를 고려한 선거 캠페인 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어 각종 여론조사와 소셜 빅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선거 캠페인에서 여론조사의 필요성과 조사 방법별 특징을 정리했으며 후보자나 선거 캠프가 체크해야 할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PI(President Identity) 조사 등 후보 전략의 핵심에 대해 살펴보았다.
네 번째 장은 선거 캠페인 툴과 네거티브에 관한 글이다. 이 장에서는 선거 캠페인과 커뮤니케이션 간의 관계와 의미에 대해 정리하고 동시에 미디어 관계, 구전, 소셜 미디어, 텔레비전 토론 등 네거티브 캠페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한 방법을 이론적 논의와 함께 실례를 들어 살펴보았다.
마지막 장은 선거 캠페인에 관한 내용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후보와 조직, 참모를 중심으로 갖춰야 할 자질과 주의할 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