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시간의 흐름, 삶의 순환 그리고 관계에 관한 책. 유백색 종이 위의 옅은 검은색 연필 삽화가 들려주는 보편적인 이야기._‘볼로냐 도서전 라가치상’ 심사평 중에서
마지막까지 부모는 아기에게 한마디 말도 선명하게 전하거나 끝맺지 못한다. 머뭇거리고 주저하고 끝맺지 못하는 수많은 문장들이 없었다면 결코 이 책의 아름다움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글과 그림이 만나서 이루어 낼 수 있는 제3의 예술적 경험이 무엇인지 알려 준다. 부모인 사람, 부모가 될 사람, 부모가 아닌 사람 모두에게 권한다._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아이는 태어나는 동시에 쉼 없이 커 나간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나의 아기, 나의 설렘, 나의 사연…….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설렘이 사랑이 되고, 이야기는 인생이 되어 갈 때 비로소 나는 ‘나에게서 우리로’ 자란다. 이 평범하고 특별한 이야기를 보통이며 위대한 당신에게 권한다. 언제까지나 이어질 한없이 빛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_서효인(시인)
날개처럼 포개 얹은 손바닥, 손바닥에 고이는 작고 작은 박동, 그 여린 박동으로도 마침내 온 공간과 시간을 뒤흔드는 존재. 엄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돕니다.
너에게 해 줄 말이 많아
정말, 아주 많아
(중략)
이 이야기는
조금 특별해
너와 나, 우리처럼
아이에게 건네는 말의 마디마다, 고르는 숨이 느껴집니다. 그 숨은 규칙적으로 등장하는 텅 빈 페이지와 짧게 끊어지는 말들 사이에서 잔잔하게 번져 나옵니다. 매순간 아이는 그 숨과, 속삭임과 함께 자라납니다. 더 이상 엄마의 두 팔이 아이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이제 아이가 엄마를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여기, 엄마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다음 세대로, 다른 존재로 이어져 언제나 있고 어디에나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이 치마를 입었다고 해서 섣부르게 엄마라고 판단하지 않기를 바란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의 얼굴은 아빠이며 엄마이고, 그 이전에 어느 평범한 어른의 얼굴이다. 보이지도 않는 작은 아기를 기다리고 드디어 만나고 돌보는 일은 성별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찾아오는 행운이며 기적이다. 이 작품을 ‘엄마-아들’의 끈끈한 연결과 흔한 애정 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가장 낡은 방식이다. 커다란 어른의 몸으로도 어디에 어떻게 품어 안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작고 사랑스러운 아기는 자라날수록 점점 더 씩씩하게 부모의 손을 이끈다. 정말, 아주 많이, 중요한 순간마다 둘은 같이 있다. 어떤 인생의 소용돌이에서도 꼭 끌어안으면서 아기와 부모는 서로 성장한다._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사랑과 삶이 그리는 마침 없는 이야기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가 아닌, 살아갔고 살아가고 살아갈 누구나의 이야기
이 그림책은 플립북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멈추지 말고 책장을 넘겨 보세요. 엄마가 아이를 안고 회전하는 동작이 춤추듯 이어지며 뭉클함을 안깁니다. 삶과 사랑은 찰나의 순간 점등되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시작도 끝도 없이 펼쳐지는 무대 위의 춤인 듯도 합니다. 마침 없는 이야기를 은유하듯 원을 그리는 궤적이 돋을새김되는 책 『나의 작고 작은』. 고르던 숨과 건네는 말들과 두 사람이 함께 써 나갈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독자들 저마다의 것입니다.
몇몇 장면은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뭉클하다. 등을 돌린 부모가 아기의 손을 잠시 놓는 장면에서 가슴이 멎는 줄 알았다. 그 순간에도 아기는 부모에게 꼭 매달려 있다. 나는 다시 한번 이 장면을 보았다. 정정한다. 그 순간에도 아기는 부모를 꼭 붙잡아 주고 있었다. 부모가 쓰러지지 않도록._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수상
유머러스한 필치로 현실을 풍자한 『잠시만요 대통령님』, 아이의 첫 기차 여행을 따라가며 빛나는 인생의 비밀과 성장을 이야기하는 『토요일의 기차』 등 여러 작품을 함께한 제르마노 쥘로와 알베르틴의 새 책입니다. 수식 없는 간결한 문장과 단색의 절제된 그림이 깊은 울림을 만들며, 2016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부모가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기다림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은 그 기다림에 관한 가장 정직한 대답이다. 부모는 아기라는 낯설고 작은 존재를 서툰 손으로 받아 안고 그에게 이끌려서 상상해 본 적 없는 세계에 들어서고 정말 많이 배운다. 부모-자녀 관계를 다룬 대부분의 그림책은 부모가 아기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랑의 표현이나 가치 있는 말의 목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그림책은 다르다. 잘 들여다보면 이 그림책은 부모는 아기가 자신에게 준 것에 대해서 고백하고 감사하는 작품이다. 부모는 준비되지 않은 우연 속에서 아기라는 놀라운 기쁨을 맞이하고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아기와 함께 성장의 궤도를 돈다. 아기는 그런 미숙한 부모를 끝까지 바라보고 응원하고 그에게 신뢰와 사랑을 보낸다. 마지막까지 부모는 아기에게 한마디 말도 선명하게 전하거나 끝맺지 못한다. 감탄하고 놀라고 당황하고 묻고 생각한다.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음에도 끝까지 믿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일이 너무나 굉장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사랑은 이런 절대적인 경이의 감정으로부터 온다. 이 책 속의 부모와 자녀는 잠시도 서로 떨어질 수 없지만 영원히 하나로 살아갈 수도 없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야윈 부모가 성큼 자란 자녀의 품에 안기는 순간 부모는 깨닫는다. ‘지금까지 키워진 것은 아기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이었다.’는 것을._김지은(아동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