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은 그의 위대한 시적 재능에 대한 때늦은 인증이다!”
장석주(시인, 문학평론가)
“연필로 밑줄을 그었을 뿐인데 그 선을 따라 숨통이 트인다.
이러면 시지. 그렇지 않겠는가?”
김민정(시인)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것들은 이국異國을 지나 아주 멀리까지
퍼져나갔다가도 끝내 우리의 마음으로 가지런히 들어온다.”
박준(시인)
영한대역 특별판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의 보급판 출간
시선집으로 만나는 밥 딜런의 명작들
2016년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노벨문학상 115년 역사상 가장 큰 이변 중의 이변이었다. ‘문학’의 개념과 용어를 재정의하고, 문학이라는 영역에 대한 평단과 대중의 인식이 확장되어야 할 시대적 필요를 전면에 대두시켰다는 점에서 기존 사건들과는 비교 불가한 파격이었다. ‘문학동네’는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그의 일생의 작품을 집대성한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2016년 12월 22일 발행)를 발빠르게 출간했다. 31개 정규 앨범에 수록된 작사곡 전편과 정규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던 99편까지 포함해 총 387편이 실린 이 책은 독보적으로 구축해온 밥 딜런의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하고 결정적인 작품집이자, 387편 전부를 원문과 함께 실은 영한대역 특별판이었다.
밥 딜런 시선집(전3권) 『다시 찾은 61번 고속도로』 『하루 더 많은 아침』 『불어오는 바람 속에』는 독자들이 한층 더 가깝고 편하게 그의 시를 만날 수 있도록 기획·출간된 보급판이다. 영한대역 특별판의 1568쪽·2.18㎏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물리적 요소를 장벽으로 느꼈던 독자들이 있었다면, 각 권 180쪽 내외인 가벼운 시집 형태에 각기 다른 세 가지 주제로 밥 딜런의 명작을 골라 엮은 ‘밥 딜런 시선집’은 독자들에게 더욱 적은 부담, 더욱 폭넓은 선택권과 재미를 제공한다.
밥 딜런의 삶과 작품을 관통하는 세 가지 주제
‘사회비판과 저항정신’ ‘삶의 비애와 계속됨’ ‘반전·평화와 휴머니즘’
‘밥 딜런 시선집’(『다시 찾은 61번 고속도로』 『하루 더 많은 아침』 『불어오는 바람 속에』)은 밥 딜런을 온전히 ‘시인’으로 조명하고 그의 작품을 ‘시’로 읽고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밥 딜런의 삶과 작품을 대표하는 세 가지 주제(‘사회비판과 저항정신’ ‘삶의 비애와 계속됨’ ‘반전·평화와 휴머니즘’)에 따라 영한대역 특별판 387편 가운데 각 주제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선정해 총 세 권의 시선집으로 엮었다. 작품 선정에는 영한대역 특별판의 공역자 서대경, 황유원 시인과 문학동네 편집부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또한 각 권의 주제에 맞춰 총 6편에 달하는 새 ‘옮긴이의 글’을 선보인 서대경, 황유원 시인은 ‘밥 딜런 시론’이라 할 만한 밀도 높은 글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밥 딜런의 시 세계를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시선집에 실린 작품들을 직접 읽고 추천사를 보내온 시인 장석주, 김민정, 박준의 개성 넘치는 글 역시 밥 딜런의 작품을 처음 시로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안내문이 될 것이다.
거침없이 자유로우면서도 놀라울 만큼 정밀한 밥 딜런의 언어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까지 획득한 그의 내러티브
밥 딜런은 평면적 해석을 거부하고 끊임없는 언어실험을 통해 독특한 자기 문법을 창조해냈다. 그의 언어가 이룩한 미적 자율성은 미국 현대시의 빼어난 성취라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리드미컬한 감각과 절묘한 각운, 난해한 비유, 생동하는 입말의 매력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가 다른 뮤지션과 차별화되는 지점, 그의 문학성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바로 뛰어난 내러티브 직조 능력이다.
실제 사건에서 소재를 얻어 가사를 썼던 1960년대의 밥 딜런은 짧은 분량 안에서 완결성 높은 이야기를 구사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며 ‘시대의 목소리’라 불렸고, 그후 자신의 내면에 집중한 작품을 쓰던 시기에도 비판적·예언자적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 「누가 데이비 무어를 죽였나?」 「해티 캐럴의 외로운 죽음」(밥 딜런 시선집 1권) 등을 보면, 그 사건들이 더는 회자되지 않는 시대를 살면서도 우리는 모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세상은 변하면서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모순적 본질을 그는 잘 알았고, 「불어오는 바람 속에」의 후렴(“그 대답은, 나의 친구여, 바람 속에 불어오고 있지”)처럼 손쉽고 명확한 답을 내어주는 대신 함께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획득했다. 재앙의 바람이 그칠 줄 모르는 오늘날, 밥 딜런의 작품은 우리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