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미궁
- 원서명
- 透明な迷宮
- 저자
- 히라노 게이치로
- 역자
- 이영미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17-12-15
- 사양
- 246쪽 | 128*188 | 사륙판 | 양장
- ISBN
- 978-89-546-4940-7
- 분야
- 소설집
- 정가
- 12,8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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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사랑과 고독에 대한
가장 기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신작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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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 출생.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다.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의고체 문장으로 중세 유럽의 한 수도사가 겪는 신비한 체험을 그린 이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일본 열도를 히라노 열풍에 휩싸이게 하며 일본 내에서 4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9년 메이지 시대를 무대로 젊은 시인의 탐미적인 환상을 그려낸 두번째 소설 『달』을 발표한 이후 매스컴과 문단에서 쏟아지는 주목과 찬사에도 불구하고 3년여 동안 침묵을 지키며 집필을 계속해, 2002년 19세기 중엽의 파리를 배경으로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을 그려낸 대작 『장송』을 완성한다. 같은해 특유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본 산문집 『문명의 우울』을, 2003년에는 이윽고 작품의 배경을 현대 일본으로 옮겨 실험적인 형식의 단편 네 편을 수록한 『센티멘털』을 발표한다. 2004년에는 현대사회의 여러 테마를 아홉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을, 2006년에는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정체성을 파헤친 『얼굴 없는 나체들』을, 2007년 소설집 『당신이, 없었다, 당신』을 잇달아 내놓으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2008년 또 하나의 장편 대작 『결괴』를 발표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떠올리게 하는 걸작’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다시금 문단과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후 현대인의 정체성을 분석한 ‘분인주의’ 사상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근미래 SF 『던』, 사고로 다리를 잃은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농밀한 연애감정을 그려낸 『형체뿐인 사랑』, 죽은 이들이 되살아난다는 설정으로 독특한 사생관을 펼친 『공백을 채우세요』 등 다양한 성격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그 외 작품으로 『책을 읽는 방법』 『소설 읽는 방법』 『나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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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사라진 꿀벌 7
하와이로 찾으러 온 남자 37
투명한 미궁 47
family affair 97
불빛 호박琥珀 147
Re: 요다 씨의 의뢰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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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1998년 첫 장편소설 『일식』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후로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로 불리며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네번째 소설집. 비교적 난해하고 실험적이었던 지난 소설집들과 달리 보다 대중적인 필치로 연인과 가족의 관계, 기억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다룬 여섯 편의 단편을 담았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사람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사랑과 고독의 이야기
앞선 소설집에서 인터넷과 기술 발달로 갈수록 모호해지는 인간의 정체성 탐구를 주요하게 다뤄온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번에는 좀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영역의 고독과, 그 안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표제작 「투명한 미궁」의 주인공 오카다는 부다페스트 출장중 우연히 만난 매력적인 여자 미사와 함께 부유층 저택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받았다가, 알몸으로 감금되다시피 한 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랑을 나눌’ 것을 강요받는다. 기묘하고도 굴욕적인 그날 밤의 경험을 떨쳐내려 노력하고 미사와 만남을 이어나가지만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둘의 관계는 길을 잃고 헤매듯 끝없는 사념으로 빠져든다. 그 외에 남의 필체를 똑같이 흉내낼 수 있는 능력 탓에 도리어 사람들의 반감을 사고 마는 우편배달부(「사라진 꿀벌」), 타오르는 불꽃에서 성적 매력을 느끼고 남몰래 정욕을 키워가는 청년(「불빛 호박」) 등도 타고난 성향이나 사회적인 관계에서 표면으로 드러내기 힘든 문제를 지닌 인물들이다. 또한 히라노 게이치로가 그간 단편세계에서 꾸준히 다뤄온 가족과 죽음이라는 소재도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아버지의 유품에서 뜻밖의 물건을 발견하고 처리에 고심하는 자매의 이야기 「family affair」는 일본의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배경으로 한 사람의 죽음이 불러일으키는 일상의 균열과 감정의 진폭을 담담하게 그려내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중편 「Re: 요다 씨의 의뢰」에서는 교통사고로 연인을 잃고 시간의 흐름을 비정상적으로 느끼게 되는 기묘한 병에 걸린 극작가의 독백이 (히라노 게이치로 본인의 분신 같은 캐릭터인) 소설가 오노를 통해 이뤄지며, 데뷔 당시부터 그의 작품세계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인 근대문학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희곡이 언급되어 눈길을 끈다.
아름답고 관능적인 필치로 엮어낸 여섯 가지 불가사의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법을 생각하며, 나는 잠깐이나마 일상을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꿈꾸곤 했다.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 없는’ 소설이 아니라, ‘책장을 넘기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고 싶은’ 소설을. 그리고 우리가 의도치 않게 만나고 또 헤어지게 되는 이 ‘투명한 미궁’을 상상했다.
_히라노 게이치로 공식 홈페이지(k-hirano.com)에서
로맨스부터 사소설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히라노 게이치로는 우리가 삶에서 예기치 못하게 마주치는 갈등과 상실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록작들 모두 2013년에서 2014년 사이 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설의 배경으로 잠깐 언급되는 동일본 대지진이 창작 시기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탐미적이고 현학적인 문체의 매력을 여전히 간직하면서도, 기존에 천착해온 예술의 세계에서 한 걸음 나아가 동시대를 사는 독자들과 나누고자 하는 희망과 재생의 메시지가 더욱 뚜렷이 다가오는 이유다.
● 본문에서
그 벽은 전혀 보이지 않을뿐더러 만져지지도 않아서, 바깥세계가 티끌 한 점 없이 훤히 보이는데도 출구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아낼 길이 없었다. (……) 나는 그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따라 걸어갈 뿐이다. 이따금 막다른 곳에 부딪혀 돌아서고, 제 딴에는 다른 길을 선택한 줄 알고 다시 같은 길을 더듬어간다.
_「투명한 미궁」
나는 늘 불과의 입맞춤을 꿈꿔왔습니다. 그 이미지는 명백히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행위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내가 불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곡선이나 사랑스러운 몸짓도 아마 매우 여성적인 것으로 인식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막상 살아 있는 여자를 앞에 두고 보니, 서로의 점막을 점액과 함께 휘감는 행위에 역시나 도를 넘어서는 오싹함을 느끼고 만 것입니다.
_「불빛 호박」
내 주위에서는 엄청나게 느린 시간이 흐르고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실은 내 의식의 시계가 맹렬한 속도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컵이 손안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져서 깨지는 사이에 시 한 편을 쓸 수 있는 인간이며, 십 년에 백년 분의 희곡을 구상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재능이 무궁무진하다면.
_「Re: 요다 씨의 의뢰」
사랑과 고독에 대한
가장 기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신작 소설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