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
16년 만에 개정판 출간
“새로운 공주의 출현/고정관념과 성차별을 뛰어넘는/힘이 나고 공감 가는/꼭 읽히고 싶은 동화…” 2002년 출간된 이래 아이, 어른, 독자, 평론가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스테디셀러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가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딱 16년 만이다. 어린이문학의 황금기라 불릴 만큼 새로운 작가와 다양한 창작동화가 탄생했던 2000년대, 임정자 작가는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창비)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우리교육)를 연달아 발표하며 저학년 동화의 한 모범을 제시했다. 간결한 문장, 소리 내어 읽기 좋은 호흡과 리듬, 따라가기 쉬운 전개, 교훈을 앞세우기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먼저 다독이는 이야기, 현실에 발 디딘 환상세계, 즐거운 놀이세계의 구축. 당글공주가 2020년을 향해 가는 지금까지 어린이 독자 곁에서 숨 쉴 수 있었던 것은, 술술 읽히는 재미와 살아가는 데 힘을 주는 위로와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판형과 출판사를 바꿔 출간된 개정판에는 초판과 같은 단편 네 편이 실려 있으며 이야기의 큰 줄기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더 자연스럽게 읽히도록 문장을 손질하고 다듬었으며 세부를 보완했다. 그림은 아예 달라졌다. 홍선주 화가가 많은 고민과 시도 끝에 창조한 새로운 캐릭터와 장면구성 들로 2018년의 아이들은 초판과는 또 다른 맛과 해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6년 만에 출판사를 옮겨 다시 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재출간을 기회 삼아 평소 탐탁지 않아 했던 문장들을 고쳐 썼습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으면서 고쳤습니다. 화가도 바뀌었습니다. 더벅머리 당글공주가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몹시 씩씩한 여자아이로 변신을 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잘 어울리는 여자아이라고 할까요. 이 또한 좋습니다._임정자
무지무지 힘이 센 웃음, 대단히 똑똑한 상상, 아주아주 용감한 질문을 담은 네 가지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무서운 괴물이 와도 놀이성은 끄떡없지.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가 있으니까
달려도 달려도 끝이 안 보이는 들판, 백 명이 달려도 끄떡없는 나무, 손짓하면 날아오는 새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과자 상자, 모든 것을 다 갖춘 신나는 놀이성. 울타리가 없는 놀이성은 누구라도 환영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놀이성을 호시탐탐 노리는 이가 있다. 바로 홍역괴물. 당글공주는 동생과 함께 멀리까지 산책을 나섰다가 홍역괴물에게 물리고 만다. 당글공주는 무엇이든 다 알고 있는 하얀할머니를 찾아가 파란 물병과 노란 주머니와 하얀 가루를 받아 오고, 괴물과 맞서 싸우기 위해 홀로 기다리는데.
두 번째 이야기
아무리 작은 애벌레라도 함부로 괴롭히면 안 돼.
「여기에 애벌레 있어요」
순미는 심부름 가는 길에 본 애벌레가 자꾸만 생각난다. 애벌레는 무섭고 싫지만, 재미로 괴롭힘당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다. 돌아오는 길에 순미는 용기를 그러모아 애벌레를 못살게 구는 아이에게 말한다. 애벌레라고 해서 함부로 괴롭히면 안 된다고. 집에 와서도 순미는 애벌레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결국 그림을 그려 다시 애벌레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세 번째 이야기
입과 귀가 오리로 당나귀로 변한 이유?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들어야 할 말을 안 듣기 때문.
「오리 주둥이와 당나귀 귀」
제 할 말만 하며 달수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 엄마.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하지 못하고 마음을 앓는 달수. 하룻밤 새 달수 입은 오리 주둥이로 엄마 귀는 당나귀 귀로 변했다. 현대 의학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자 둘은 선녀님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선녀님 말을 따라 앙상한 나무 아래 나란히 앉아 그들을 도와줄 사람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도와줄 이는 오지 않고, 입과 귀는 자꾸만 간지럽다. 과연 그들을 도와줄 사람은 누구일까?
네 번째 이야기
소풍날 내리는 비는 이무기의 눈물.
사람들 잘못으로 용이 못 된 이무기를 웃게 해 준 건?
「담이의 소풍」
담이는 속상하다. 햇볕이 쨍쨍 나는 날이 계속되다가도 소풍날만 되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그런데 이 비가 어른들 잘못으로 살던 곳을 빼앗기고 용도 되지 못한 이무기가 흘리는 눈물이라나. 담이는 이무기를 만나 어른들이 저지른 잘못을 사과하고 소풍 가게 해 달라고 빌기 위해 길을 떠난다. 마침 저마다의 이유로 이무기를 찾는 지렁이와 잉어와 학을 만나 길동무가 된다. 그러나 어렵사리 만난 이무기는 그들을 봐도 홱 고개만 돌리는데.
아무리 평범해도, 누가 뭐라 해도 너희 하나하나는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화
작가는 홍역과 싸워 이겨 내는 딸의 모습을 보고 당글공주라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홍역괴물과 맞서 싸운 당글공주뿐만 아니라 이 동화집에 등장하는 아이들, 생명을 소중히 여겨 용기를 낸 순미,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게 된 달수, 당차게 이무기를 찾아나선 담이 또한 또 다른 당글공주들이다.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 비록 작고 약하지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들을 응원하는 이야기로, 아무리 평범해도, 누가 뭐라 해도 너희 하나하나는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하다는 것을 마음 깊숙한 곳에 새겨 주는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