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은 우리가 봐야 할 것을 보여준다네”
과학과 신비가 충돌하는 경이로운 땅, 아마존을 탐험하다
수증기를 내뿜으며 끓어오르는 강이 존재한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 아마존 한가운데 자리한 이 강에 대한 전설을 듣고 자란 저자가 지질학자로 성장해 전설 속 강을 찾아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페루 아마존에 자리한 ‘끓어오르는 강’을 찾아낸 저자는 이 강이 ‘왜’ 끓어오르는지, 여기에 ‘어떤’ 이야기가 얽혀 있는지, 그리고 이 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면밀히 파헤친다. 뿐만 아니라 이곳을 지키는 샤먼과의 교류를 통해 전통적 삶과 현대적 삶의 공존을 고민하게 된다. 한 젊은 지질학자의 과학적, 정치적, 개인적 도전을 담은 『끓어오르는 강』은, 이 세상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그러니까 우리 일상에는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들과 안다고 여기지만 제대로 모르는 것들이 도처에 존재함을 전해준다.
모든 것이 지도화되고 측정되고 이해되는 시대에, 이 강은 우리가 안다고 여기는 것에 도전장을 던진다. 또한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 오래된 것과 현대적인 것, 과학적인 것과 영적인 것 사이의 경계선에 의문을 품게 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엄청나게 경이로운 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일깨워준다. 그런 일들은 미지의 암흑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일상의 백색 소음 속에도, 그러니까 우리가 잘 알아채지 못하거나 거의 잊어버린 것, 심지어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도 놓친 것들 속에 존재한다. _12~13쪽
개구리가 산 채로 익어버리는 강, 전설 속에 감춰진 진실
지열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으며 페루의 지열 지도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저자는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할아버지가 들려준 아마존 전설 속 ‘끓어오르는 강’을 떠올린다. 그사이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대신해 에너지회사, 광산회사, 대학, 정부단체에서 일하는 다른 지질학자들에게 이 강에 대해 수소문해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부정적인 반응과 비웃음뿐이었다. 그러다 고모 부부가 그곳에 가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강은 신성한 장소로 그곳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샤먼이 마얀투야쿠라는 치료소를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저자는 샤먼인 마에스트로 후안에게 연구 허가를 받고, 두 눈으로 끓어오르는 강을 확인하고자 마얀투야쿠로 떠난다.
물에 빠지면 3도 화상을 입고 개구리가 산 채로 익을 정도로 뜨거운 강. 이 강은 대체 왜 이렇게 뜨거운 것일까? 샤먼에게 연구 허가를 받은 뒤, 저자는 세 가지 가정을 세운다. 첫째, 강이 마그마계의 영향을 받아 뜨거워졌다는 것, 둘째, 땅속 깊이 스며들었던 물이 지표면으로 다시 분출되기 전 가열됐다는 것, 셋째, 유전 사고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 그 해답을 찾고자 과거 이 지역을 연구한 자료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끓어오르는 강’을 직접 찾아가 물의 성분이나 지형 등을 분석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 강이 유전이 개발되기 전부터 존재해온, 단층대에서 뜨거운 물이 뿜어져나와 물을 데우는 자연적 산물임을 밝혀낸다.
경고는 필요 없다. 열기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 강의 그 어느 지점보다도 훨씬 뜨겁다. 무더운 날임에도 강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수증기의 타는 듯한 열기로부터 내 눈을 보호하려면 실눈을 뜨는 수밖에 없다. 평생 이토록 엄청난 속도로 흐르는 지열수를 본 적은, 게다가 이토록 위태로운 지점에서 본 적은 없었다. 한번 미끄러지면 즉시 3도 화상을 입을 테고, 물길을 헤치고 나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수면에 물거품이 솟아오르고 수증기는 날아올라 그 위를 빽빽하게 덮는다. 주위를 산만하게 하는 딴생각이나 실수 따위는 용납될 수 없다. 바짝 정신이 들면서 본능적으로 한 가지 생각에만 몰두한다. 모든 숨길, 모든 발걸음, 모든 생각은 계획적이고 계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실수란 있을 수 없다. _129쪽
오래된 미래, 아마존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끓어오르는 강’ 주변뿐 아니라 아마존 정글은 동물 밀렵, 벌목 등으로 파괴되고 있다. 하지만 개발이 곧 파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이 환경과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선행조사를 하고, 사후 복원 계획까지 세운 뒤 사업을 시행하는 것처럼 책임과 의식을 가지고 개발을 추진한다면 지역을 보호하며 개발할 수 있다. 페루와 니카라과,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는, 깨끗한 공기와 물, 경제적 안정, 건강한 사회를 바라지 않는 국가는 없다는 걸 일찍이 감지한다. 이에 그는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어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에너지와 자원을 생산하고 사용하는 더 나은 방법이 무엇인지를 지질학을 통해 찾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며 연구에 매진한다.
저자인 안드레스 루소는 ‘끓어오르는 강’의 현장 조사를 통해 이 강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메커니즘을 파악해 강의 상류부터 하류까지 통틀어 어디가 가장 민감한지, 어디를 보호해야 할지를 알아내고, 아마존인뿐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쳐 정글을 보호할 방법을 찾고자 한다. 전통과 비전이 공존하는 아마존 땅에서 아무도 그 존재를 믿지 않았던 ‘끓어오르는 강’을 발견하며 이 세상에는 아직 신비한 일들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 저자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증명하는 이 강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도 세계 곳곳의 이들과 연대해가고 있다.
아마존 원주민은 잉카 제국과 스페인 정복자들, 고무 농장주들에게 벗어나 이제 현대사회에 주도적으로 적응해간다. 단지 생존이 아니라 번창을 위해 전통적 삶과 현대적 삶을 뒤섞여 자기네 삶으로 새로이 세워간다. 시피보족 샤먼과 함께 앉아 있자니 뭔가 분명해지는 듯했다. 그와 나는 전혀 차이가 없다. ‘그’의 사람들과 ‘내’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똑같이 이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 또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사랑받고 성공하길 원하며, 우리 모두 희망과 꿈을 갖고 있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행성의 원주민일 뿐이다. 각자의 ‘정글’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개인의 결정이지만, 그 결정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듯 지낼 수는 없다. _16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