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사랑한다면, 이 책부터!
미술과 일상이 동행하는 행복한 책읽기
『미술책을 읽다』는 제목 그대로 미술책 애독자인 지은이가 출판인으로서, 미술 애호가로서 어떤 미술책을, 어떻게 읽었는지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미술책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책을 읽고 그것을 토대로 “일상에서 미술을 가까이하며 미술관이나 아트페어 등에서 실제 작품을 즐겼으면”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의 지향점은 ‘미술과 동행하는 삶’을 추구해온 지은이의 독서 이력을 통해 미술이 주는 기쁨을 함께 누리는 것이다.
“미술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도 한다. 또 미술은 우리 삶과 무관한 세계라고들 한다. 편견이다. 편견의 벽은 견고하다. 이 책은 그것이 편견임을 일깨우기 위해 다양한 주제와 포즈로 무장한 대중서들로 독자에게 접근한다. 그리하여 쉬운 방식으로, 현실과 교감하는 삶의 방식으로서 미술을 제시한다.”_「시작하며」에서
‘미술책 읽기’를 권함
학창 시절,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지은이는 예비 화가로서 각종 인문서와 미술이론서를 가까이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탕이 되어 미술출판을 업으로 삼고 있다. 한때 미술잡지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그동안 몇몇 출판사에서 편집 일을 했다. 그리고 2001년에는 ‘미술의 생활화’를 향한 미술 전문 출판사를 설립해 18년째 책을 만들고 있다.
“미술 전문 출판사에서 으레 나오는 미술책에서 벗어나서 미술책 같지 않은 미술책을 만들고자 해요. 독자들이 미술책이라고 하면 ‘내 분야는 아니야’라고 재단할 때가 많은데, 그 틀에서 벗어나 미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_「책도 미술작품처럼 감상할 수 없을까?」,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2015년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 출간 후, 한 매체에서 지은이가 한 말은 미술출판 중심축이 ‘미술의 일상화’ ‘미술의 대중화’에 있음을 시사한다. 그런 지은이가 “미술과 생활의 접점을 찾아주고, 미술이 일상과 함께하는 것임을 알려주는” 미술 대중서 56권을 꼽았다.
출판 현장의 전문가로서, 미술을 오랫동안 즐겼던 애호가로서, 매달 20~30권의 단행본을 구입하는 애독가로서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과 독서 이력을 살려 보다 넓은 시각에서 미술과 책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본다.
『미술책을 읽다』는 56권의 미술책 리뷰를 각각의 성격과 주제에 따라 구성했다. 1장 「보고 그리다」에서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 일상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양서를 꼽아 ‘그리는 즐거움’을 말한다. 2장 「마음을 전하다」에서는 미술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를 위해 선별한 10권의 미술 에세이로 자신의 경험으로 능동적인 예술 감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3장 「새롭게 보다」에서는 경제, 연애, 음식, 문학 등 특정 소재와 분야의 시각에서 미술에 접근한 책들을, 4장 「삶을 그리다」에서는 박수근, 이중섭, 최순우 등 우리 시대 예술가들의 평전을 지은이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친절하게 해설한다. 5장 「시대를 읽다」에서는 동서고금의 작품을 통해 현재를 반추해보는 책들을 엮었고, 6장 「깊이 껴안다」에서는 그림을 소장하고 후대에 전하는 즐거움을 다룬 컬렉터들의 책을 통해 미술시장을 현장감 있게 들여다본다. 마지막으로 7장 「세계를 해석하다」에서는 난해한 이론서에 당황하는 미술 입문자를 위해 미술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도록 ‘미술 공부’에 재미를 붙여준다. 이렇듯 지은이는 『미술책을 읽다』를 통해 미술에 갈증을 느끼는 독자들이 저마다의 입맛에 맞게 미술책을 고르고 음미할 수 있게 돕는다.
미술과 일상의 간극을 좁히는 가이드북
‘미술책 읽기’를 권하는 이 책은 서평 에세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출판 전문가인 저자의 생각과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책에 관한 책’이다. 가령 일반적인 서평집이 책의 ‘내용 소개’에 집중한다면, 지은이는 도판과 텍스트의 편집 순서, 북디자인 등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여 책 자체를 탐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리뷰’ 자체로 읽는 재미를 주고자 소개한 책의 원문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글로 소화하면서 새로운 시각을 더한다. 몇몇 리뷰 뒤에는 지은이 특유의 경험을 살린 후일담을 붙여 책을 풍성한 맥락에 위치시킨다.
지은이에게 책은 일종의 그릇 같은 존재다. 그는 그 그릇에 긴 시간 동안 ‘미술’을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미술 이야기에 제 그릇을 찾아 넌지시 한번 맛보라며 조심스레 내밀고, 그릇이 없다면 새롭게 만들어 선보인다. 책을 사고 읽는 걸 좋아하고, 그 책에 대해 알리고 쓰는 걸 좋아하는 지은이의 취향이 여실히 드러난 서평 에세이인 이 ‘미술책’은 말하자면 미술과 일상의 간극을 좁히는 데에 더할 나위 없는 가이드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