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은 ‘장애’를 ‘기회가 없다’는 뜻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모두 천사인 건 더욱 아니고요.
그저 어떤 특성을 가진 아이들일 뿐입니다.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 아이들이요.
이 책이 우리 아이들 손을 잡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치게 컬러풀한 이 책을 충분히 즐겨 주세요! 우리 삶의 색깔이 그렇잖아요.“ - 구스티
사랑스러운 아이 말코와 우리 모두의 컬러풀 라이프
『말코, 네 이름』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의 아빠, 구스티가 기록한 가족의 시간이다. 구스티는 말코가 태어나기 전 신을 향해 기도했던 순간부터, 아기의 상태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괴로웠던 마음, 그리고 정직하게 쌓여 가는 하루하루의 노동과 무수한 기쁨까지, 모든 이야기의 조각들을 사각형의 종이 위에 부려 놓았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인 그의 언어는 그 안에 담긴 감정만큼 컬러풀하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완성해 낸 메시지의 무게와 진실하면서도 단단한 작가의 태도는 『말코, 네 이름』을 특별한 이야기로 만든다. 일기, 만화, 그림책, 낙서, 앨범이기도 하고 그 모두를 넘어선 것이기도 한 이 책은, 그 탁월함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 권위의 볼로냐도서전에서 라가치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말코는 엄청난 군대를 이끌고 내 성으로 쳐들어왔죠. 맙소사.”
_구스티
아기의 탄생은 실로 대단한 사건이다. 모든 부모는 기존의 세계와 새로운 세계의 질량이 불꽃을 튀기며 충돌하는 순간을 경험한다. 구스티는 말코가 태어나던 순간을 다시 그리거나 지우거나 포토샵으로 되살릴 수도 없는 망친 그림 앞에 선 기분이었다고 묘사한다. 구스티가 “아기 말코를 만났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난 일들이에요.” 하고 적어 둔 낙서에는 구겨서 던져 버린 그림들로 가득 찬 작업실의 휴지통, 펜을 들어 스스로 그린 인간 형상의 배 안으로 들어가 사라지는 모습, 자신을 집어 삼키는 늑대의 실루엣 등 혼란스러운 그림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구스티는 이내 말한다. “얼마 뒤, 나는 깨달았어요. 그 그림이… 꽤 괜찮다는 걸! 그뿐 아니었어요. 가장 좋은 그림이라는 걸 알았어요. (…) 그래요, 내 이야기가 너무 잔인하게 들리리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그게 진실인걸요. 내 진실.”
“이 아기에겐 ‘그렇게’ 나올 권리가 있어.”
_아네
엄마 아네는 조금 더 고단했다. 이 가족이 맞닥뜨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구스티의 마음까지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아네가 임신 중 양수 검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명확하다. 검사를 하더라도 결과는 두 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이 있거나, 아니면 없거나. 아네는 검사의 결과가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여덟 살 터울의 형 테오는 “아프리카 코끼리 귀라 해도/ 개미 더듬이처럼 기다린 귀라 해도/ 피자 얼굴이라 해도/ 토마토 얼굴이라 해도 아무렇지 않아. (…) 말코는 사랑스러운 내 동생이니까.” 하고 말한다. 이 이야기로 구스티와 아이들이 함께 만든 ‘책 속의 그림책’이 본문에 실려 있다.
불행이 아닌, 작은 천사는 더더욱 아닌,
다른 모든 아이와 똑같이 사랑스러운 아이, 말코
말코는 내 구두나 제 엄마 샌들이나 테오의 운동화를 신기를 좋아해요.
두 발로 땅을 단단하게 딛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
나는 모자를 써
나는 모자를 벗어
벗고 쓰고 벗고 쓰고 벗고 쓰고 쓰고 벗고 쓰고 쓰고 벗고 쓰고 벗고 쓰고
―
말코의 눈은 작은 물고기처럼 생겼다.
―
세상 모든 아이들은 태어날 때 선물을 받죠.
여느 아이들처럼 자라지 못하는 아이에게 주어진 선물은
아주 작은 것일지도 몰라요.
―
날마다 노는 일을 잊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
내 동생 루이스에게.
나는 우리에게 닥친 일이 불행도 아니고 고통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
이건 그저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야.
삶은 계속될 거고, 모든 일은 이대로 잘 흘러갈 거야.
우리 앞에 놓인 길은 두 갈래가 아니라 한 갈래뿐. 그건 바로 사랑의 길이겠지.
(본문 중에서)
구스티가 우리에게 하나씩 건네주는 말코와 가족의 일상은 작은 블록 조각처럼 단순한 모양에 알록달록한 색깔이다. 활자가 아닌 작가의 손글씨와 프리드로잉으로 이루어진 원작의 리듬과 기분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도록 한국어판의 편집과 디자인을 진행하였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만들어지는 성채는 어떤 모양일지. 그것은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의 우리에게는 없던, 소중한 무언가가 깃들어 살 집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작가의 편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구스티고요. 한국의 독자들을 향해 이 글을 씁니다.
우선, 『말코, 네 이름』이 한국어로 출간되다니 영광입니다.
다음으로, 이 책이 다운증후군을 가진 부모와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상태의, 모든 상황의 아이와 어른을 이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름’은 곧 ‘같음’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는 것도 알려드려야겠군요.
말코는 벌써 열 살이 되었어요. 여전히 아주 영리하죠. 아주 고집이 세고요.
말코는 그림 그리기, 동물과 놀기, 영화 보기를 즐기고 있어요.
이제 목말을 태우고 놀아 주기 힘들 만큼 훌쩍 컸지만,
우리 부부는 가끔 말코와 그렇게 놀아 주고 있어요.
테오는 열여덟 살, 여전히 동생을 무척 사랑해 줍니다.
흔히 사람들은 ‘장애’를 ‘기회가 없다’는 뜻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죠.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모두 천사인 건 더욱 아니고요.
그저 어떤 특성을 가진 아이들일 뿐입니다. 사랑받을 권리가 있는 아이들이요.
이 책이 우리 아이들 손을 잡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나치게 컬러풀한 이 책을 충분히 즐겨 주세요! 우리 삶의 색깔이 그렇잖아요.
말코와 우리 가족의 일상이 더 알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Mallko y Papá’를 찾아보세요.
우리 가족의 나날이 담긴 재미있는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꾸벅 인사를 보내며, 구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