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톡홀름을 구할 기사가 필요해.”
『용을 죽인 형사』의 플롯은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고 위업을 달성하는 전통적 영웅 서사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따왔다. 벡스트룀은 전작 『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에서 국가범죄수사국 살인수사과의 경정이었으나 부도덕한 잘못을 저지르고 스톡홀름 경찰청 재산추적과로 좌천되었다. 이 년 후, 벡스트룀이 스톡홀름 서부 경찰서 범죄과 경감으로 다시 강력범죄 전문 형사가 되며 『용을 죽인 형사』의 이야기가 시작한다. 복귀한 벡스트룀이 첫 번째로 맡은 사건은 연속 살인. 자기집에서 살해당한 은퇴 회계사와 그를 발견한 후 살해당한 신문 배달원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은퇴 회계사의 죽음에 거대 갱이 연관되었을 가능성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현금 수송 차량 습격 사건에서 보안 요원 두 명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인 살인 사건을 겪은 적이 없던 스톡홀름은 흡사 용에 공격당하는 듯한 공포에 빠진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제목의 ‘용’이란 스톡홀름의 안녕을 위협하는 범죄들이다. 스톡홀름 서부 경찰서 서장은 휘하의 부하들 중에서 ‘용을 죽이고 스톡홀름을 구할 기사’, 즉 범죄를 소탕할 영웅적인 경찰을 찾고자 한다. 수사에서 배제되었던 전작의 굴욕을 보상받듯 영웅의 자리에는 벡스트룀이 앉게 되는데 그 과정은 찰스 디킨스의 사실주의와 제임스 엘로이의 비뚤어진 하드보일드를 섞어놓은 듯 흥미진진하다.
작가 레이프 페르손은 스웨덴 국가경찰위원회의 교수이자 범죄학자로서의 경험을 활용하여 국가적인 범죄로 보이는 거대한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더하여 용과 기사 메타포를 사용해 중세 기사문학에 대한 풍자인 『돈키호테』를 환기시키며 작품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경찰 조직 안에서 경찰의 부패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범함이 『용을 죽인 형사』에 녹아들어 있다.
● 안티히어로의 활약
주인공 벡스트룀은 북유럽 경찰소설의 대표적인 인물 마르틴 베크의 정반대에 있다. 헌신적인 경찰 마르틴 베크가 식사도 마다하고 끈질기게 증거를 좇아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인 반면, 벡스트룀은 폭식과 폭음으로 망가진 몸, 전작에 이은 근무시간 중 술집 방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온갖 차별적 시선을 고수하는 인물이다. 『용을 죽인 형사』에서는 그런 벡스트룀에게 두 건의 연속 살인을 해결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벡스트룀은 벡스트룀답게, 일선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대신 휘하의 경찰들에게 일반적인 사항을 지시한 후 단골 술집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즐긴다. 그의 문제적 행동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다른 수사대의 자료를 빼돌려 친구로 지내는 범죄자들에게 수사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취하는 한편, 총기를 소지하기 위해 공문서를 조작하고 뇌물을 제공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전형적인 안티히어로 캐릭터인 벡스트룀은 부패 경찰의 상징이다. 국민에 대해 기만적인 공권력을 고발하고 풍자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시리즈 전반에 흐르는 풍자와 해학은 전작에서 사상 초유로 주인공을 수사에서 배제시키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벡스트룀을 중심에 두고 경찰의 부패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용을 죽인 형사』는 부패 경찰 하나를 바보로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의 독특함이 여기 있다. 사건이나 타인에 대한 벡스트룀의 차별적이고 비윤리적인 생각이 한 겹의 필터도 거치지 않고 고스란히 드러나 그에 대한 독자들의 호감과 동정심이 사라지는 동안, 수사에서는 유능했던 벡스트룀의 동료들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다. 타인의 외모, 성별, 종교, 인종에 대해 폄하하는 등장인물은 모두 일말의 옹호 없이 비판적으로 그려진다. 유능함과 도덕심은 별개의 문제라는 날카로운 메시지가 『용을 죽인 형사』의 블랙 유머 속에 담겨 있다.
● 이 시리즈에 바치는 찬사들
“이 작고 뚱뚱한 형사 때문에 또 한 번 폭소하게 될 것이다.” - 《인포르마티온》, 덴마크
“엄청난 범죄소설. 분량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과 사회와 인간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능력 때문이다.”- 《일 솔레 24 오레》, 이탈리아
“독자들이 부디 스톡홀름 경찰이 모두 벡스트룀 같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 《24 애르스》, 프랑스
“이 봄, 가장 뛰어난 북유럽 작품.” - 《벨트보허》, 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