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현대사회에 날리는 유쾌한 펀치라인!
“이 책은 사회를 관찰하고 그것을 농담조로 담은 내 최근 작업을 모은 것이다”
세계적인 비주얼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작품집 『모던 라이프』는 단순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이미지로 현대사회를 예리하게 짚어낸다. 일상과 시대상을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그의 작품은 위트 있는 풍자와 컬러풀한 드로잉으로 유명하다. 수록된 작품들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상에 기초하는데, 이는 무료한 현실에 유머와 재치를 더해 새롭게 바라보게 하거나 사물을 다른 관점에서 인식하도록 돕는다. 더불어 현대사회를 꼬집는 날카로운 메시지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모던 라이프』는 일에 대한 스트레스, 반복된 일상에서 생기는 염증, 스마트폰 중독이나 사이버 폭력 등의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유분방함과 단순함으로 무장한 한 컷,
검은 윤곽선과 컬러풀한 채색으로 옮긴 우리의 ‘웃픈’ 일상
장 줄리앙의 단순명료하고 코믹한 작품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는 종이, 나무,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자유로운 표현으로 일러스트에서 사진, 비디오, 의상, 설치, 책, 포스터, 가구 등 다방면에 걸쳐 작업을 펼친다. 또한 애플, 나이키, 스텔라 아르투아, 유니클로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도 패션, 음료, 제과 브랜드와 협업해 캠페인을 벌여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이렇게 그의 광범위한 활동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누구나 쉽고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단순한 이미지로 명쾌하게 메시지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보는 즉시 알아볼 수 있는 장 줄리앙 특유의 스타일을 담은 『모던 라이프』는 일상에서 뽑아낸 소재로 현대인의 경험과 감정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책은 크게 1부 「모던 라이프」와 2부 「세상 속의 예술가」로 나뉜다. 표제작 「모던 라이프」를 보면 장 줄리앙의 특징이 부각된다. 등장인물이 모두 바쁜 일상에 지쳐 스트레스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월요일’이라는 낭떠러지로 떠밀리는 장면, 일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일 때문에 늘 피곤하며, 결국은 책상과 사무용품을 발로 차버리는 모습, 옷 무덤이 되어버려 제 기능을 상실한 의자 앞에서 우리는 결국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지독한 현실을 코미디로 바꾼 그의 예리한 관찰력에 기인한다.
“내 작업 대부분은 사람이든 상황이든 사물이든 간에 내 주변 것들을 관찰한 것에 기초한다. 나는 나를 둘러싼 이런 환경을 관찰한 결과를 소통하기 위해 시각언어로서 드로잉을 한다. 내게 소통과 교환 개념은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기 위한 방식으로서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것은 그래픽 저널리즘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기록함으로써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려 하고 그것을 유머와 겸손으로써 이론화하려는 것이다.” (8쪽)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의존하는 모습 또한 작품 곳곳에서 발견된다. 식사하기 전 음식 사진부터 찍거나 콘서트장에서 눈과 귀로 즐기기보다는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을 들이대는 ‘인증 문화’를 익살스럽게 담아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혼자가 아니라며 위안하는 모습, 정서적 스킨십보다는 온라인상에서 ‘팔로잉’ ‘팔로워’로 연결된 인간관계를 특유의 블랙유머로 짚어낸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적나라한 초상이기도 하다.
무료한 일상에 얹은 위트,
빛나는 아이디어가 선사하는 시각적 기쁨
2부 「세상 속의 예술가」는 장 줄리앙의 아이디어 발상법을 담고 있다. 그는 매일 아침 작업실에서 주변의 사물들을 갖고 놀며 나름의 ‘창의력 체조’를 한다. 사물에 눈, 코, 입을 더하거나 서로 이질적인 사물을 결합하는 것으로 재치 있는 작업을 선사한다. 가령 나뭇잎, 동전, 바나나, 달걀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체에 자신의 드로잉을 덧입혀 입체와 평면을 넘나드는 이미지를 창조한다. 이는 사물을 완전히 새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지며 대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돕는다. 각각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아이디어는 언어와 문화 장벽을 뛰어넘는 재치와 상상력으로 우리의 사고를 유연하게 하며, 생각이 막혔을 때 돌파구가 되어줄 것이다.
특히, 한국어판 『모던 라이프』에는 장 줄리앙이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한글 메시지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훌륭한 관찰자이자 낙서쟁이인 그가 일상에서 창조한 가장 빛나는 아이디어를 담은 이 책은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각적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