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사랑한 이유(문학동네포에지015)
- 저자
- 정은숙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1-03-30
- 사양
- 96쪽 | 130×224 | 무선
- ISBN
- 978-89-546-7775-2 03810
- 분야
- 시, 문학동네포에지
- 정가
- 10,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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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차 열쇠를 찾아 시동 모터를 돌리면/너는 나와 똑같구나 얼마나 오랜/이 반복을 견뎌 여기에 왔니
1992년 『작가세계』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정은숙 시인의 첫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를 문학동네포에지 15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4년 10월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은 뒤 27년 만이다. 1985년 출판계에 입문한 정은숙 시인은 2000년 8월 16일 출판사 마음산책을 창업해 사람들이 저마다 품은 ‘마음산’에 올라 사유의 산보를 떠날 수 있도록 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온 출판인이기도 하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나아가 자아까지도 모두 사물로 전락한 스산한 시대를 살아가는 직업인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재치 있게 형상화(이승훈)한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그의 시편에는 자크 프레베르처럼 아스팔트 위의 발라드 같은 인생파적인 목소리로 몽롱한 일상을 각성시키는 디오니소스적 갈망(김승희)이 꿈틀거린다. 처음 시인으로 이름이 불린 순간 시인은 말한다. 종종 주저앉아 지친 다리를 감쌀 때 걸을 때 보지 못했던 꽃들이 주저앉은 자리에서 보였다고. 시(詩)가 될 수 없는 꽃은 없었다고. 그 시의 ‘푸른 꽃’을 독자들 앞에 떨리는 마음으로 내민다. 총 3부 67편으로 구성된 이번 복간본에는 두번째 시집 『나만의 것』(민음사, 1999)에서 시인이 직접 고른 시 10편을 데려와 애틋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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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92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비밀을 사랑한 이유』 『나만의 것』이 있고, 인터뷰집으로 스무 문인과 이야기를 나눈 『스무 해의 폴짝』이 있다. 책 만들며 사는 삶에서 정리한 인문서 『편집자 분투기』 『책 사용법』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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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생, 그것을 모른다 / 세상의 하루 / 사슬 묶인 오리 / 사로잡힌 한순간 / 통속 / 아득한 나날 / 우스꽝스러운 행보 / 집 떠난 인생 / 몸으로 이루는 혁신 / 질주냐 과속이냐 / 불면 / 사막의 여자, 혹은 밀회하는 여자 / 관찰하는 남자를 관찰하는 / 사랑하는 관계는 구토다 / 좋은 것이 다 만족스럽지는 않아 / 소설의 사랑 / 환각에 살고 지고 / 카페의 여자 / 환각의 삶 / 무선전화기의 하루 / 모니터 라이프 / 허공
2부
낙타에게 길 묻기 / 일기장 1 / 일기장 2 / 길 위의 나날 / 나만의 것 / 내 몸에서 독향이 / 휴일의 세계 / 운명보다 강한 것은 없다? / 생각들 / 불균형의 인간 / 고요 속에 몸풀기 / 귀가 / 시든 아침의 노래 / 활자에 어울리는 하루 / ‘진짜’의 사연 / 매스미디어와 섞는 몸 / 병 / 직업병 / 양재동, 하오 2시 / 택시, 택시 / 쓸쓸한 평화 / 참, 근사한, 식사를 / 봉인된 희망 / 한순간
3부
책 읽는 여자 / 도쿄, 흐린 오후의 시 / 채찍을 주면 당근을 주마 / 먼지를 날리는 가벼운 바람을 날려 / 봄날 / 가는 봄 / 예약 녹화된 청춘 / 잠꼬대여, 나를 삼켜라 / 감기와의 화해 / 모독 1 / 모독 2 / 모독 3 / 모독 4 / 모독 5 / 죽음 옆으로 흐르는 샛강 / 내 안의 광인 / 반지 속의 여자 / 나의 사랑, 나의 운명 / 구두에게 묻는 생 / 인생 / 멀리 와서 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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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 편집자의 책소개
차라리 내 속에서 끄집어낸 손
그걸 다시 먹어버리고 말지. _「사랑하는 관계는 구토다」 부분
삶은 국수를 건지려다 국수 가락을 이등분하여
개수대에 버리고 있는 여자를 생각해보자. _「운명보다 강한 것은 없다?」 부분
차 열쇠를 찾아 시동 모터를 돌리면
너는 나와 똑같구나 얼마나 오랜
이 반복을 견뎌 여기에 왔니 _「생각들」 부분
1992년 『작가세계』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정은숙 시인의 첫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를 문학동네포에지 15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4년 10월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은 뒤 27년 만이다. 1985년 출판계에 입문한 정은숙 시인은 2000년 8월 16일 출판사 마음산책을 창업해 사람들이 저마다 품은 ‘마음산’에 올라 사유의 산보를 떠날 수 있도록 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온 출판인이기도 하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나아가 자아까지도 모두 사물로 전락한 스산한 시대를 살아가는 직업인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재치 있게 형상화(이승훈)한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그의 시편에는 자크 프레베르처럼 아스팔트 위의 발라드 같은 인생파적인 목소리로 몽롱한 일상을 각성시키는 디오니소스적 갈망(김승희)이 꿈틀거린다. 처음 시인으로 이름이 불린 순간 시인은 말한다. 종종 주저앉아 지친 다리를 감쌀 때 걸을 때 보지 못했던 꽃들이 주저앉은 자리에서 보였다고. 시(詩)가 될 수 없는 꽃은 없었다고. 그 시의 ‘푸른 꽃’을 독자들 앞에 떨리는 마음으로 내민다. 총 3부 67편으로 구성된 이번 복간본에는 두번째 시집 『나만의 것』(민음사, 1999)에서 시인이 직접 고른 시 10편을 데려와 애틋함을 더했다.
정은숙의 첫 시집은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일을 견디고 살아가는 것을 견디다 문득 견딜 수 없어지는 순간, 자기 분열의 틈 사이로 솟아오르는 위반과 전복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 환각의 싱싱한 힘은 담의 이쪽과 저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경계를 지워버린다. 정은숙에게 ‘모독과 모독 사이의 푸른 멍을 가로지르는 탐색’은 삶과 동의어이다.(김승희) “‘갑’ 또는 ‘을’ 또는 풍문 속에서 ‘나’인/삶을 살아”(「내 몸에서 독향이」)가는 나. “나 아닌 내가 같이 흔들리며/번져오르는 생의 취기”(「사로잡힌 한순간」) 속에서 ‘내면의 유리벽 뒤에 서서 다정히 소통’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현기증을 느낀다(「모독 3」). “간신히 존재하려고 무릎이 깨지도록 기어가면서”(「세상의 하루」) 시인은 묻는다. “나는 만진 것인가. 현실이라는/이름의, 염하지 않은 시신을.”(「일기장 2」) “바람이 불어와 쓰다듬는 상처 속의 빛”(「통속」)은 ‘작은 성냥갑 속에 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이제는 다 흘러가버린 어린 시절의 물안개 같은 그리움들을(「생, 그것을 모른다」). 서른 살 무렵의 시를 다시 만나 자신이 어떻게 이 세상을 통과해왔는지 느낀 시인은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이제 나는 세상과 잘 어울리는가.”(개정판 시인의 말)
눈을 깜짝거려본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잠깐 사이
내 차가 뒤차의 꽁무니를 박았고,
그사이, 아이는 급브레이크에 코가 깨져
음악 소리보다 더 큰 울음을 터뜨린다.
뒤를 따르던 차들의 높은 경적 소리가 거리를 일시에 메운다.
날카롭게 내려찍는 두통을 느끼는 순간
앞차의 운전석에서 사내의 일그러진 얼굴이 떠오른다.
친구 연주회에 바칠 꽃다발이 낯설다.
바이올린 현의 떨림, 예술의전당 로비의 소곤거림이
한순간, 명멸하고
이제 경찰차 사이렌 소리만 기다릴 뿐.
세계는 단 일 초 만에 바뀌고
그 일 초 만에 바뀐 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는 몇억만 분을 소모했는지.
세상이 정말 견고한가 되물어보는
눈 깜짝할 사이.
_「한순간」 전문
차 열쇠를 찾아 시동 모터를 돌리면/너는 나와 똑같구나 얼마나 오랜/이 반복을 견뎌 여기에 왔니
1992년 『작가세계』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한 정은숙 시인의 첫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를 문학동네포에지 15번으로 새롭게 복간한다. 1994년 10월 민음사에서 첫 시집을 묶은 뒤 27년 만이다. 1985년 출판계에 입문한 정은숙 시인은 2000년 8월 16일 출판사 마음산책을 창업해 사람들이 저마다 품은 ‘마음산’에 올라 사유의 산보를 떠날 수 있도록 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온 출판인이기도 하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나아가 자아까지도 모두 사물로 전락한 스산한 시대를 살아가는 직업인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재치 있게 형상화(이승훈)한다는 평을 받으며 등단한 그의 시편에는 자크 프레베르처럼 아스팔트 위의 발라드 같은 인생파적인 목소리로 몽롱한 일상을 각성시키는 디오니소스적 갈망(김승희)이 꿈틀거린다. 처음 시인으로 이름이 불린 순간 시인은 말한다. 종종 주저앉아 지친 다리를 감쌀 때 걸을 때 보지 못했던 꽃들이 주저앉은 자리에서 보였다고. 시(詩)가 될 수 없는 꽃은 없었다고. 그 시의 ‘푸른 꽃’을 독자들 앞에 떨리는 마음으로 내민다. 총 3부 67편으로 구성된 이번 복간본에는 두번째 시집 『나만의 것』(민음사, 1999)에서 시인이 직접 고른 시 10편을 데려와 애틋함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