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인생을 바꿀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입원한 지 3일 만에 한 의사가 와서
내가 뇌전증에 걸렸다고 알려주었다.
“이제 당신의 삶은 많은 것이 바뀔 겁니다.
그중 하나가 더이상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 책 『두 발의 고독』은 어느 날 뇌전증 진단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게 된 저자가 모든 길을 두 발로 걸어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간 에세이다. 그는 이전과 달라진 삶에 금세 익숙해진 자신에게 놀라며 생활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걸어서 출근하자 안 보이던 길이 보이고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린다. 늘 다니던 길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는 배낭 무게를 다르게 하고 맨발로 걷는 등 새로운 걷기의 방식들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그사이 길은 점점 넓어지고 길어져 그는 노르웨이 하르당에르고원을 가로지르는 옛 산길을 탐사하기도 하고, 오슬로 인근의 노르마르카숲을 태양에만 의존해서 기존의 탐방로가 아닌 길을 찾아가며 관통하는 모험도 감행한다. 그리고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걸었던 외갓집 오두막 뒷길을 회상하며 혼자 그 길을 탐색하기도 한다.
나는 걷고 또 걸었어요. 나는 끊임없는 흐름 속에 있었어요.
마치 하루에 몇 시간씩 명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죠.
처음 4주 동안은 발바닥이 부르트고 물집이 생겨
매우 쓰리고 아팠지만, 이내 상태가 좋아졌어요.
나는 생각했지요. 걷고 또 걸어라. 이게 바로 인생이라고.
저자는 아무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며 떠돌고, 갑자기 옆길로 새기도 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찾아 거닐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길을 물리적으로나 지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러한 길 위의 여정을 반복하며 그는 길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시에 과거로 돌아가게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성인이 되어 걸었던 모든 길들이 어릴 적 가족들과 여름 휴가지로 머물렀던 오두막 가는 길로 이어진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는 길을 걷는다는 것이 단순히 그 길이 있는 자연 속 공간을 걷는 것이 아니라, 그 길과 연결된 시간, 즉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하며 걷는 것임을 확인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잊어버린 걷기의 감각을 일깨우고 길과 여정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돕는 책이다. 모든 길은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다. 길의 앞에는 여행의 목적지가 있지만, 뒤에는 최초로 그 길을 만든 사람들을 포함해서 우리보다 먼저 그 길을 걸었던 모든 이가 있다. 따라서 길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다. 그것은 노동과 삶, 탐험과 이주에 대한 이야기이며, 실타래에 감긴 실처럼 지구를 거미줄같이 복잡하게 둘러싸고 있는 망網에 대한 수없이 많은 이야기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것들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