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이 경험하는 무수한 감각,
그 혼란과 황홀감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독창적이고 관능적이고 대담한 상상력
소설가 손보미, 천선란 추천!
셜리 잭슨 상 수상,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2017)
이렇게 말하면 조금 섣부른 감이 있지만,
2021년 최고의 소설로 나는 이 소설을 뽑고 싶다. _천선란
비애감에 젖어 있지만 에너지가 넘친다.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순간들을 담아내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 _손보미
독창적이고 전복적인 상상력, 장르와 형식을 초월하는 대범함으로 미국 문단을 깜짝 놀라게 한 작가 카먼 마리아 마차도의 데뷔 소설집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가 출간되었다. 여성의 몸과 욕망,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말해지지 않은 진실을 거칠고 뜨겁고 생생한 언어로 이야기한 8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은 2017년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모으며 신인 작가의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첫 주에 3쇄를 찍었다. 뿐만 아니라 심리 서스펜스, 호러, 다크 판타지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셜리 잭슨 상, 그해 최고의 데뷔작에 주어지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존 레너드 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고, 전미도서상과 딜런 토머스 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함께 <뉴욕 타임스> 선정 ‘21세기에 소설을 읽고 쓰는 길을 만들어가는 여성 작가의 주목할 만한 책 15권’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Her Body and Other Parties)’라는 제목은 영미권 소설집에 흔히 쓰이는 제목인 ‘○○ and Other Stories’의 변형으로, 여성의 몸이 여성 스스로 기쁨과 쾌락을 경험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당사자를 제외한 타인이 쾌락을 추구하고 즐기는 파티의 대상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제목이 가진 이 모순과 긴장은 소설집에 실린 8편의 단편 전체를 관통하며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작가는 여성이 스스로 무엇을 욕망하고 또 두려워하는지를 대담하고 집요하게 들여다보면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초현실을 탐사한다.
독창성, 퀴어함, 관능, 기이함으로 진동하는 이야기들. _록산 게이
첫번째 단편 「예쁜이수술」에는 목에 녹색 리본이 달려 있는 여성이 등장한다. 욕망에 솔직하고 삶의 중요한 선택을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그녀는 마음에 드는 남자를 먼저 탐내고, 그에게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잠들 때 내 눈꺼풀 속에서 어른거리는 게 뭔지” 가르친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함께 사는 내내 그녀는 남자에게 모든 것을 내주지만, 단 하나 리본에 손대는 것만큼은 금지한다. 리본에 대한 것은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 여자에게 남편은 “왜 그걸 나한테 숨기고 싶어하는데?”라며 화를 내지만, 여자는 “숨기는 게 아냐. 이건 그냥 당신 게 아니라고” 하고 답할 뿐이다. 이 단편에서 여자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독자에게 들려주는데, 육체적 쾌락을 기쁘게 즐기는 그녀와 달리, 이야기 속 여성들은 늘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외딴 호숫가에 차를 세우고 섹스를 하다 갈고리손 살인마를 만나고, 남편을 위해 자신의 간을 요리하며, 담력을 증명하기 위해 한밤중에 혼자 묘지에 갔다 죽는다. 그리고 주인공의 리본이 욕망과 침범, 통제를 상징하게 되면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는 그녀에게도 결국 피할 수 없는 파국이 찾아온다.
마차도는 이 소설집에서 섹스와 죽음을 주요한 테마로 삼는데,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목록」과 「현실의 여자들은 몸이 있다」에서 이 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목록」에는 한 여성이 어린 시절부터,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이 멸망해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섹슈얼한 관계를 맺은 모든 남자와 여자들의 목록이 나열된다. 이 바이러스는 신체 접촉을 통해 감염되지만 취약한 신체는 기쁨의 원천이기도 하기에, 주인공은 계속해서 몸과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는다. 「목록」에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종말이 닥친다면, 「현실의 여자들은 몸이 있다」에서 소멸을 맞이하는 것은 여성들, 그중에서도 특히 퀴어로 추정되는 자들뿐이다. 여자들은 어느 날부터 점점 몸이 투명해지다 결국 형체가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이 세상에 존재하기 위한 방법은 드레스에 투명한 몸이 꿰매어지는 것뿐이다. 소멸의 대상이 되지 않는 남성들과 시스젠더 여성들이 이런 현실에 아랑곳없이 일상을 유지해가는 가운데, 주인공은 여자친구 페트라가 서서히 사라져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무력하게 지켜본다.
8편의 단편 중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하는 「특히 극악한 범죄」는 형식적으로 가장 실험적인 단편이기도 하다. 작가는 TV 드라마 <로&오더: 성범죄전담반>의 두 주인공 벤슨과 스테이블러를 소설에 등장시키되, 300편에 달하는 에피소드들의 제목만으로 연상되는 이야기를 새롭게 써나간다. 드라마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설에서도 여성들이 폭행당하고 강간당하고 살해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이 단편을 읽으며 독자는 이런 사건들을 당연한 현실로 여기며 드라마로 만들고 지켜보는 시청자로서의 우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여성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가장 강렬하고 독창적인 목소리
마차도의 소설 속 여성들은 대체로 퀴어이고, 때때로 귀신을 보며, 현실과 초현실에서 일상적으로 공포와 폭력을 마주한다. 성폭행으로 추정되는 범죄의 피해자는 포르노 배우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고(「파티에서 난처한 사람」), 조그만 황동 종 두 개가 눈꺼풀 위에서 달랑거리는 귀신들이 여성 수사관을 찾아가고(「특히 극악한 범죄」), 비만대사수술을 받고 날씬해진 여자는 없애버린 자신의 일부를 집에서 발견한 후 지하실에 가둔다(「여덟 입」).
SF, 호러, 디스토피아, 판타지, 우화 등 어느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려운 이 소설들은 “연못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한데 모여 섞여”들면서 공통의 정서와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수세기에 걸쳐 쌓아온 여성들의 경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본 작가의 예리한 시선이 존재한다. 작가는 여성이 무엇을 욕망하고 두려워하는지, 혹은 두려워하면서도 욕망하는지를 샅샅이 찾아내고, 굳어지고 내면화된 여성에 대한 관념을 완전히 해체해 작가 자신만의 언어로 새롭게 보여준다. 그렇게 이 책 『그녀의 몸과 타인들의 파티』는 여성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이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가장 강렬하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생생하게 세상에 내놓는다.
▶ 추천의 말
비애감에 젖어 있지만 에너지가 넘친다.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순간들을 담아내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 폭력은 낭종처럼 집요하게 신체를 파고들고, 목소리를 잃어버린 여자-유령들은 지금도 이 도시를 배회하고 있지만, 여자-유령들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특권이자, ‘그녀’들을 단수의 세계에서 ‘우리’라는 복수의 세계로 도약하게 만드는 첫번째 전제 조건이다. 그리하여, 비로소 그녀-우리는 자유와 신체를 동시에 획득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세계,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도약에 동참하고 싶은가? 바로 이 소설집 속에 그것에 관한 모든 것이 다 포함되어 있다. 손보미
이렇게 말하면 조금 섣부른 감이 있지만, 2021년 최고의 소설로 나는 이 소설을 뽑고 싶다. 첫 장을 넘겼을 때 재미있다 생각했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땐 어서 다른 독자들도 이 전율을 느꼈으면 했다. 소설은 저 너머의 세계를 그린다. 굳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혹은 보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었던 숲 너머를. 그곳에 숨겨져 있던, 이를테면 레즈비언, 여성의 육체적 쾌락, 폭력, 그리고 주체성을 가진 몸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가 차마 듣지 못했던 몸의 언어로 말한다. 몸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기에 소설은 거칠고, 뜨겁고, 생생하다. 여성의 몸이 권리를 찾기 위해 내지르는 이 언어를 모두가 들어주기를. 천선란
독창성, 퀴어함, 관능, 기이함으로 진동하는 이야기들. 록산 게이
형식적으로 뛰어나고 감정적으로 격앙된 이 단편들을 통해 마차도는 여성의 기억과 갈망, 욕망에 실체와 형태를 부여한다. 캐런 러셀
마차도의 글은 억눌린 신체 에너지와 몰살당한 여성의 날것 그대로의 분노로 가득하다. 여성의 몸은 주체이자 범인이고 무고하다. 여기 실린 단편들은 재밌고 그 점이 나는 불편했는데, 내 웃음소리에서 위협을 당하는 작은 개의 낑낑거림과 똑같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루이스 어드리크
느닷없이 나타난 독창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들.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만 말해지지 않은 진실을 포착한 기이한 신화들로 가득한 이 책은 사실주의가 해내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NPR
스팽글과 비늘로 덮인 와일드한 작품. SF, 퀴어 이론, 공포소설 등을 차용한 이 소설집은 앤절라 카터에서 켈리 링크, 헬렌 오이예미로 이어지는 이야기꾼들의 영향력으로 활활 타오른다.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데뷔작이 이런 관심을 얻은 것은 실로 오랜만이며, 더 많은 관심을 얻을 만하다. 뉴욕 타임스
힘을 쟁취하기 위해 분투하는 여성을 보여주는 작가의 생생하고 실험적인 렌즈가 놀랍다. 뉴요커
SF와 판타지 요소가 있는 마차도의 소설은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독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작가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린다. NBC
터무니없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으로, 극히 중대하지만 이전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어떤 순간에 대한 글을 압축해서 써내려간다. 작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나온 이야기가 얼마나 독창적이고 전복적이며 에너지 넘치고 즐거울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설령 그것이 상처 입은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일지라도, 아니 특히 그런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라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문장의 결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싶을 정도다. 강렬한 페미니즘이 관통하는 이 책은 섹스, 힘, 쾌락, 고통, 그리고 자기혐오에 대항한 싸움에 몰두하는 여성의 몸을 이야기한다. 마차도는 서로 반목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해 대단한 연금술을 성취해냈다. 보스턴 글로브
판타지 같은 전제가 가득하지만, 성적 욕망과 몸의 가변성, 젠더 불평등의 현실이 그 판타지를 진짜 현실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비틀리고 독창적이며 황홀한 이 데뷔 소설집에서 작가는 소름 끼치고 무서운 이야기를 심리적 사실주의와 음울한 코미디에 결합시킨다. 뜨거운 동시에 서늘한 이 이야기들은 독자를 정신없이 흔들어놓는다. 시카고 트리뷴
▶ 책 속에서
나는 늘 내 삶의 중요한 순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고, 지금이 내가 선택한 순간입니다. 17쪽
어쩌면 우린 모두 어떤 식으로든 표식을 지니고 있을지도 몰라요, 비록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43쪽
세상은, 그 위에 더이상 사람이 살지 않더라도, 계속 돌아갈 것임을 나는 깨닫는다. 어쩌면 조금 더 빨리 돌지도 모른다. 76쪽
나는 불가능한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을 믿는다. 사랑이 잔학성을 누를 수 있고,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상쇄하거나, 아니면 더 아름답고 새로운 무언가로 바꿀 수 있는 세상. 사랑이 본성을 이길 수 있는 세상. 96쪽
내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을 때 나를 사랑함으로써, 나에게 버림받음으로써, 그녀는 불사의 존재가 되었다. 그녀는 나보다 수억 년을 더,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살 것이다. 그녀는 내 딸보다, 내 손녀보다 오래 살 것이며, 지구는 그녀와 그녀 같은 부류와 그들의 불가해한 형체와 미지의 운명으로 가득찰 것이다. 269쪽
입주라니, 희한한 용어다. 처음엔 언뜻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뒤집어보면, 땅에 박힌 돌처럼, 삶이 득실거린다. 입주민은 어디엔가 산다. 당신은 어느 도시의 입주민이거나 어느 집의 입주민이다. 여기서, 당신은 이 공간의 입주민이다, 그건 맞는데, 아무렴 진짜는 아니다. 당신은 방문객이다. 그러나 방문객은 저녁 끝물에 이곳을 떠나 어둠 속으로 차를 몰고 사라지는 반면, 입주민이라 함은 전기 주전자를 설치하고 당분간 머문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당신은 스스로의 생각에 머무는 입주민이다. 당신은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고 인지해야 하지만, 일단 생각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 나면 차를 몰고 떠나야 할 일 따위는 결코 없다. 297~298쪽
그제야 나는 이해했다. 그제야 나의 과거와 미래의 윤곽을 수정처럼 또렷이 봤고, 머리 위의 것들(셀 수 없는 별, 헤아릴 수 없는 우주)과 발밑의 것들(몇 마일의 아무 생각 없는 흙과 돌)을 마음에 그렸다. 앎이란 것이 왜소화, 망각, 모조리 잡아먹는 일임을 이해했고, 안다는 것은 감사하고도 대단히 고통스러운 일임을 깨달았다. 나는 무심한 우주의 틈에 갇힌 아주 작은 피조물이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337쪽
어느 쪽이 더 끔찍할까. 본인의 마음에 빗장이 걸려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서성이는 것, 아니면 그 안에 갇히는 것?
어느 쪽이 더 끔찍할까. 비유比喩를 쓰는 것, 아니면 비유가 되는 것? 하나 이상의 비유가 되는 것. 3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