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인물들 『주역』 괘효사로 해석
『주역』은 넓고도 크다. 말 그대로 “천지 사이에 모든 것이 완비되어 있다以言乎天地之間則備矣.” 그래서인지 중국 문화의 모든 영역에 걸쳐 활용되었다. 역학을 논하는 많은 사람은 『주역』의 괘효사에 담긴 구체적인 의미를 얘기하지 않는다. 음양오행론과 관련하여 『주역』을 빌려 추상적인 헛소리를 하고 있다. 저자는 과연 이런 논의들이 현대적 학문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주역』의 괘효사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려고 했던 의리역학은 현대적 의미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인간과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경전의 본질이다. 『주역』에는 서사 구조 혹은 이야기 구조가 담겨 있다. 의미 맥락 구조다. 이러한 측면은 현대의 다양한 방면과 관련해서 연구될 수 있다. 정치학, 사회학, 행동경제학, 행동윤리학, 문화과학, 서사 담론 분석, 심리학, 윤리학, 미학 등등 현대 학문과 만나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은 서사적 상상력으로 『주역』의 괘효사를 읽으려는 시도다. 『사기』의 인물들을 『주역』의 괘효사와 연결해서 해석했다.
‘이사징역以史徵易’이 드러내는 풍부한 삶의 이야기
『주역』은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 오직 상징과 기호, 모호한 말이 있을 뿐이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수학 공식이 있다고 치자. 함수 공식이다. 그 함수 공식에 구체적인 수를 넣으면 답이 나온다. 마찬가지다. 『주역』의 텅 빈 기호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넣고 독해하는 것이다.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를 서사적 상상력narrative imagina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서사적 상상력을 통해 모호한 뼈대에 살을 붙여 구체적인 형체를 드러나게 하는 것과도 같다. 『주역』의 상징과 기호가 담긴 괘와 효를 독해하는 방식이다. 『주역』은 모호한 상징으로 말한다. 그것을 독해하는 사람은 각자의 인생을 투사하여 이해한다. 각자의 머릿속에서는 각자의 인생 이야기와 의미가 이해되고 해석된다. 우물효과다.
역사적 사실과 인물로 『역』을 해설하는 것을 ‘이사징역以史徵易’이라 한다. 역사적 사건으로 역을 증험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남송 시대 학자인 양만리다. 양만리의 『성재역전誠齋易傳』은 역사적 인물과 삶의 이야기를 통해 괘와 효를 설명한다. 은밀하게 감춰진 구조를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풍부한 삶의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주역』에는 서사적 구조가 감춰져 있다.
음陰과 양陽은 한 인간의 자질才과 능력德 보여줘
서사학에서는 시공간적 배경과 사건, 인물의 성격과 행위, 인물의 정신 상태 등을 분석하면서 서사물을 독해한다. 『주역』에도 이러한 데이터의 요소들이 있다. 『주역』 64괘의 각 괘는 단절적이지 않다.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시간적인 흐름이며 형세 변화의 흐름이다. 시세時勢의 변화라고 할 만하다.
『주역』은 흥망성쇠의 연속이다. 다시 건과 곤으로 돌아가 새로운 창조와 실천으로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완성과 종말은 없다. 끊임없이 생성하고 다시 살아내려는 역동적인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역사는 끝없이 이어지고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거기서 인간은 살아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각각의 괘는 하나의 상황과 사건 즉 때時를 상징한다. 이 각각의 괘가 상징하는 상황 속에 한 개인이 처해 있다. 음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