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숲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말을 배운 여우가 전하는 위트 있는 경고!
맨부커상 수상 작가 조지 손더스가 쓴 슬프고 사랑스러운 우화
“현존하는 영어권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 “영미문학계의 천재” “작가들의 작가”라는 평을 듣는 조지 손더스의 소설 『여우 8』이 출간되었다. 어깨너머로 인간의 말을 배운 여우가 인간들에게 쓴 편지의 형식을 띠고 있는 이 짧은 소설은 2013년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되었다가 2018년 디자이너 첼시 카디널의 일러스트와 함께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다. 맨부커상 수상작인 『바르도의 링컨』에서 죽은 영혼들의 목소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존재 조건에 대해 탐구했던 작가는, 이 소설에서는 인간에게 숲을 빼앗기고 같은 무리의 여우들을 모두 잃어버린 여우의 목소리를 빌려 인간의 환경 파괴와 지나친 소비주의에 대한 경고를 전한다. 조지 손더스는 이 작품에서 그 어느 때보다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스타일과 풍자적이고 위트 있는 목소리로 “일종의 행위로서의 문학”을 완성해낸다.
“내가 글짜를 틀리개 쓰더라도 이해하새요.
난 여우라서 그래요!
지금부터 나와 내 여우 칭구들의 얘기를 들려줄께요.”
주인공 ‘여우 8’은 인간에게 관심이 많고 공상을 즐기는 조금은 특별한 여우다. 어느 날 인간의 집 앞을 지나다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을 들은 여우 8은 그 음악 같은 낱말들에 반해서 밤마다 그 집을 찾아간다. 매일 밤 창문 너머로 책을 훔쳐보며 이야기를 들은 여우 8은 어설프게나마 인간의 말을 읽고 쓸 수 있게 된다.
얼마 후 여우들이 사는 숲에 트럭들이 몰려들더니 원시림을 파헤치고 나무를 모조리 베어내기 시작한다. 여우 8이 근처의 간판을 읽고 그 자리에 ‘폭스뷰커먼스(FoxViewCommons)’라는 쇼핑몰이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내지만, 이미 집과 먹을 것을 잃어버린 여우 무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제대로 먹지 못한 여우들은 점점 쇠약해지고 나이든 몇몇 여우는 목숨을 잃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폭스뷰커먼스’에서는 더이상 여우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여우 8은 가장 친한 친구인 여우 7과 함께 먹을 것을 구하러 쇼핑몰에 간다. 주차장을 가로지르다 차에 치일 뻔하고, 너무 높은 곳에 있는 손잡이 때문에 문을 열지도 못하지만, 결국은 쇼핑몰 안으로 무사히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몰 안에 있는 ‘푸드코트’를 찾아다니며 인간이 만들어놓은 건축물을 보고 몇몇 친절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얻은 여우 8은 인간과 여우가 아주 친해져서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그 행복한 공상은 쇼핑몰 밖으로 나와 친구 여우 7을 잃게 되면서 산산조각이 난다.
“당신들의 얘기가 행복카게 끈나기를 원한다면,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손더스는 주인공 여우를 통해 도덕적인 우화라는 소설의 정체성을 전면에 내보이면서 동시에 연민어린 시선으로 자신의 작품에 늘 깔려 있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언어를 독학한 여우가 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자가 엉망이지만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여우 8은 아무렇지 않게 동물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쇼핑몰을 짓기 위해 수많은 생명체의 보금자리인 숲을 파괴하는 인간의 잔인함과 허영을 낱낱이 조명하면서도 앞날을 비관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막 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인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냥 자기 자리에서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 납작 웅크린 채 남은 날들을 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강하고 너그럽고 희망찬 기분을 느끼고 싶기 때문에, 인간에게 충고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창문 너머로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이야기란 어떤 것인지 알게 된 여우 8은 자신의 이야기가 실망스럽다고 생각한다. 함께 살던 여우 무리는 영영 찾지 못하고 죽은 친구는 살아나지 않는 이 이야기에는 신나는 부분이나 교훈도 없고, 인간들이 좋아하는 행복한 결말도 없기 때문이다. 대신 여우는 인간에게 간단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충고를 전한다. “당신들의 얘기가 행복카게 끈나기를 원한다면,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여우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은 이제 편지를 받은 우리 인간에게 달려 있다.
▶ 추천의 말
손더스는 특유의 능력을 발휘해 얼마 안 되는 페이지 위에 거대한 감정을 쌓아나간다. 만약 예술이 사회적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이 책은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
주인공 여우가 쓴 유쾌한 엉터리 문장들은 오직 지면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을 부여한다. 마치 일종의 행위로서의 문학을 보는 것 같다. 이런 형식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쓸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지만, 손더스는 그 일을 해냈다. 이브닝 스탠더드
아이들이 읽어도 되는 이야기이면서, 또한 아주 심오하고 복잡한 진실을 담고 있다. 타인을 존중하고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윤리적 교훈으로 가득한 작품.
가디언
손더스의 단편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이 지닌 목소리와 위트, 명암의 조화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우 8』은 도덕적인 우화라는 정체성을 숨기려 하지 않는다. 지나친 소비주의와 난개발에 대한 경고를 전하는 이 소설은 영리하고 풍자적이며, 손더스의 많은 작품이 그렇듯 아름다운 연민을 담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된 철자로 쓰인 단어들은 과장되거나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고, 독서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화자의 고유한 목소리를 구현하는 적정선을 아주 잘 지켜냈다. 인디펜던트
손더스는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면서도 쉽게 읽히는 책을 쓰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다. 사랑스러운 순진함으로 가득한 이 소설은 위선과 부조리를 조명함과 동시에 일상적인 것들을 조금 다른 눈으로, 아이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아이뉴스
조지 손더스만큼 우리의 허영과, 잔인성과, 희망에 대한 끝없는 추구를 잘 이해하는 작가는 없다. 『여우 8』은 우화의 탈을 쓴 뒤 다시 코미디의 탈을 쓴 경고의 이야기다. 인간과 여우들의 행동은 웃기면서도 동시에 비극적이다. 파격적인 언어유희는 늘 손더스를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가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는데, 이 마법 같은 책에서 그 최대치를 볼 수 있다. 이 짧은 소설을 한 번만 읽고 내려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리포터
▶ 책 속에서
잉간도 사랑을 느끼고 사랑을 보여줄 수 잇다니, 기분이 증말 조앗서요. 다시 말해, 지구의 미래애 히망을 느꼇죠. 8쪽
당신도 잉간들이 하는 이런 말 들어밧겟죠? 칭구 조타는 게 머냐? 음, 내가 말해줄께요. 칭구가 조타는 건, 무리 전채가 등을 돌리는대도 내게 와주는 칭구가 잇다는 것. 27쪽
인생이 멋찔 수 잇다는 걸 알아요. 대게는 멋찌죠. 난 무더운 날에 차고 깨끗탄 물을 마셧고, 사랑하는 이가 부드럽게 짓는 소리를 들었고, 눈이 천천이 네리며 숲피 고요해지는 걸 봣서요. 하지만 이제 그 모든 행복칸 광경과 소리가 사기처럼 느껴저요. 조은 시간은 그저 연기에 불과하고 그개 걷치고 나면 현실이 나타나는 거죠. 50쪽
당신들 잉간이 여우 따위가 하는 충고 한마디를 바다들인다면 어떨까요? 잉간들은 행복카게 끈나는 얘기를 조아한다는 걸 이제 나도 알거든요?
당신들의 얘기가 행복카게 끈나기를 원한다면,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