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색채. 열정.
그 모든 것이 합쳐지면 그건 삶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내 삶은 너였다. 너의 눈부신 사랑이었다.
2017 코스타 소설상 최종 후보
2019 페로-그럼리 어워드 LGBTQ 소설 부문 최종 후보
2019 인디스 초이스 어워드 소설 부문 최종 후보
사랑은 어느 시대에든, 누구에게든 녹록하지 않지만 1960년대의 두 소년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벅차게 아름답고, 벅차게 힘겨운 것. 유년의 풍경 곳곳에 스며 있던 서로를 향한 사랑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의 인생 전체에 강렬한 색채를 드리운다. 『너의 겨울, 우리의 여름』은 소년 시절에 만나 서로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시대와 현실의 벽 앞에서 흔들리는 엘리스와 마이클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애틋하게 그려낸 소설로, 영국의 배우이자 작가인 세라 윈먼의 세번째 작품이다. 윈먼은 이 작품으로 코스타 소설상 최종 후보(2017), 페로-그럼리 어워드 LGBTQ 소설 부문 최종 후보(2019), 인디스 초이스 어워드 소설 부문 최종 후보(2019)에 오르며 문학적 재능을 다시금 인정받았다.
데뷔작인 『신이 토끼였을 때』, 그리고 『마블러스 웨이즈의 일 년』을 통해 보여주었던 온화하고 서정적인 문체와 섬세하고 절제된 감정 묘사, 인물들을 바라보는 특유의 맑고 따뜻한 시선은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한다. 세라 윈먼은 분명 삶의 마법 같은 순간들을 누구보다 찬란하게 그려내는 작가이지만, 절대 낭만에 취해 현실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두 주인공이 끊임없이 맞닥뜨려야 했던 시대적 한계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1980년대에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던 에이즈의 확산과 같은 냉혹한 현실은 그들이 가장 뜨겁고 행복했던 시절의 풍경만큼이나 선명하고 생생하게 묘사된다. 다만 그 차가운 어둠 속에서 작가의 시선은 내내 밝은 곳을 향해 있다. 작품에 짙게 깔린 온기와 희망의 정서는 비극의 부재가 아니라 비극의 너머를 바라보는 흔들림 없는 시선에서 기인한다. 200여 페이지의 짤막한 이 소설이 그토록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결국 엘리스와 마이클의 이야기가 상실이나 슬픔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그러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억해,
우리가 하나의 빛으로 눈부시던 그 겨울과
너로 인해 찬란했던 그 여름의 색채를
“마이클이 말했다, 우린 계속 살아갈 거고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가 무릎을 꿇고 엘리스에게 키스했다. 그들의 첫 키스였다. 나쁜 날에 일어난 좋은 일.” _본문 65쪽
엘리스와 마이클, 두 사람은 열두 살 소년으로 처음 만난다.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뒤 마이클은 옥스퍼드에서 청과물점을 하는 할머니 메이블의 집으로 이사를 온다. 메이블은 혼자가 된 마이클에게 또래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엘리스를 소개해준다. 눈이 덮여 고요한 거리 위에서 수줍게 마주선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리라는 것을 직감한다. 소년들에게 아름다움의 가치와 부드러움이 가진 힘을 일깨워주는 엘리스의 어머니 도라의 존재 또한 두 사람의 관계를 보듬고 성장시키는 따뜻한 햇볕이 된다. 엘리스가 하고 싶은 아름다운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마이클이 하고 싶은 일은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도라가 곧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엘리스는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취직하게 된다. 이어지는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엘리스와 마이클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점점 친구 그 이상이 되어가고, 마침내 열아홉 살에 함께 떠난 프랑스 여행에서 육체적인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엘리스는 다시 영국으로, 현실로 돌아오는 길을 택하고 그뒤로 둘의 관계는 모호해진다. 그리고 어느 크리스마스에 엘리스가 애니라는 사랑스러운 여인과 함께 나타난 순간, 마이클은 깨닫는다. 위태롭게 흔들리던 하나의 세상이 마침내 완전히 무너지고, 이제 모든 게 바뀌리라는 것을.
당신이 꿈꾸었던 노란 아름다움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반 고흐가 고갱의 방을 장식해주려고 〈해바라기〉를 그렸을 거라고 말해. 이것 말고도 다른 해바라기 그림이 많거든. 어쨌든 참 멋진 생각 아니니?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우정과 환영의 표시로 꽃을 그린다는 것. 분명 남자와 소년도 아름다운 일을 할 수 있단다.” _본문 56쪽
반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은 삶의 에너지와 역동성, 열정의 상징으로서 소설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인공 엘리스의 엄마 도라는 1950년 겨울, 엘리스를 임신한 채로 남편을 따라 주민회관에서 열린 경품 추첨 행사에 갔다가 일등에 당첨되어 첫번째로 경품을 고를 기회를 얻는다. 가장 비싼 위스키를 고르라는 남편의 외침을 무시하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해바라기〉 모작을 선택한 것은 도라가 결혼 이후 처음으로 감행한 저항의 행위였다. 심술이 난 남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도라는 잘 보이는 곳에 그 밝은 노란색 그림을 걸어둔다. 그리고 그림을 떼어버리려는 듯 다가오는 남편 앞을 가로막는다. 손에는 망치를 쥔 채. 그리고 이렇게 선언한다. “하기만 해봐, 당신을 죽일 거니까. 지금 못하면 당신이 잠들어 있을 때라도. 이 그림은 나야. 함부로 만지지 말고 존중해.” 여섯 쪽 분량의 짧지만 인상적인 이 프롤로그는 엘리스와 마이클 이야기의 전사(前史)로서, 당시의 보수적인 시대적 분위기와 두 소년 앞에 기다리고 있는 험난한 사랑의 여정을, 그러나 모든 걸 걸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아름다운 마음의 가치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도라가 지켜낸 것은 그저 한 장의 그림이 아니라 두 소년의 인생 속에 펼쳐진 강렬하고 찬란한 풍경들이다. 그렇게 먼 옛날 어느 외로운 화가가 화폭에 담았던 그 밝고 화사한 마음은 누군가의 용기였다가, 사랑이었다가, 끝내는 삶이 된다.
▶ 추천의 말
경이로울 만큼 아름답다. 온화한 부드러움이 흘러넘친다.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도 따뜻하게 끌어안는 작품. 매트 헤이그(소설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절묘한 솜씨로 직조해낸 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 가디언
인물 간의 관계를 서술할 때에도, 풍경을 묘사할 때에도 세라 윈먼의 문장은 힘있는 동시에 절제되어 있다.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과 깊은 정서적 통찰을 통해, 윈먼은 정교하게 세공된 소설 『너의 겨울, 우리의 여름』을 자신의 최고작으로 완성해냈다. 업저버
『너의 겨울, 우리의 여름』은 다른 작가들이 쉽게 재현해낼 수 없는,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으로 반짝인다. 마음을 무장해제시킬 만큼 사랑스럽고 사무치게 가슴을 울리는 소설. 이번 달에 출간된 다른 소설은 모두 잊고 이 책을 읽어라. 이것은 사랑, 상실, 그리고 삶에 대한 완벽한 이야기다. 컬처플라이
어린 시절의 유대와 트라우마, 그리고 동성애라는 주제를 부드러운 공감을 가지고 풀어낸 작품. 타임스
사랑과 갈망과 상실로 가득한 경이로운 소설. 묵직한 감정들이 너무나 아름답고 절제된 방식으로 묘사되어서 그 울림이 더욱 크다. 선데이 익스프레스
『너의 겨울, 우리의 여름』은 짧은 소설이지만 엄청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인디펜던트
윈먼의 글에 담긴 시적인 아름다움 덕에 이 작품이 남기는 여운은 책의 두께보다 훨씬 거대하다. 짧지만 강력한 소설 속 모든 순간들은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스타일리스트
극중에서 마이클은 말한다, “아름다웠고, 때로는 마음이 아팠다”고. 이 대사가 지극히 사려 깊은 이 작품의 경이로움을 정확히 묘사한다. 사이콜로지스 매거진
가슴이 무너지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알리 랜드(소설가)
더없이 아름답다. 이런 작품을 만난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 세라 윈먼의 글은 마음을 아프게 하는 동시에 매만진다. 이런 진한 감동을 느낀 것은, 책과 등장인물에게 이토록 사랑을 느낀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조안나 캐넌(작가)
▶ 책 속에서
색채와 빛에 대해 생각중이었어요, 마이클이 말했다. 어쩌면 우린 모두 그게 아닌가 싶어요, 도라. 색채와 빛 말이에요. 본문 62쪽
엘리스는 마이클과 같은 사람은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기억, 그리고 그렇게 인정하는 마음은 사랑임을 깨달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본문 114∼115쪽
삶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변해요. 장벽이 무너지고 사람들은 자유로워지죠. 기다리세요, 그녀가 말한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희망. 본문 167쪽
생각해봐, 나는 말했다. 우리 모두 노래하기 위해서는 어둠에서 나와야 해. 본문 182쪽
나는 나이가 들어가며 이 여자가 어머니의 자유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린 우리가 사랑을 느끼는 대상을 사랑한다, 안 그런가? 그녀도 어머니를 사랑했기를 바란다. 본문 194쪽
너는 도라가 세상을 떠난 후, 네 아버지가 강제로 시킨 주먹질에 네 삶이 만신창이가 되어 여기 왔을 때를 이야기한다. 손등 관절이 멍들고 눈이 부은 채 계단을 올라 이 방에 왔던 일, 내가 얼음을 감싸 네 손에 대주며 삶이 나아질 거라고 말했던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난 깨닫는다, 그것은 도라나 네 아버지나 슬픔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에 관한 얘기라는 것을. 본문 196∼197쪽
부서지는 심장은 어떤 소리를 낼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조용할 거라고, 감지하기 힘들 정도일 거라고, 전혀 극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탈진한 제비가 땅으로 살며시 떨어지는 소리처럼. 본문 200쪽
이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부러움이 아니라 경이로움을 느낀다. 발견의 아름다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 달 표면의 황량한 풍경처럼 펼쳐질 삶은 이제 그들을 위한 것이다. 본문 211쪽
나는 인간이기에 타인을 찾은 것이다, 그뿐이다. 우리 모두 인간이기에 타인을 찾는다. 어딘가에 속하려는 단순한 욕구 때문에. 본문 2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