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절친을 소개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충직한 친구, 개
예술작품에 나타난, 인류와 개의 우정의 연대기
“어떤 문화권, 어떤 관습 속에서도 인간은 나름의 방법으로 개를 사랑했고 개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을 사랑했다.”_오지은
“이 책을 보며 지독히도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알려진 예술가의 곁에 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행이다! 그는 분명 개에게서 많은 위안을 얻었으리라’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는 사람이 저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_도대체
“개가 야생의 자유를 버리고 사람의 곁에 머물기로 한 것, 그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랴.”_D. H. 로런스
반려견 인구 1000만의 시대다. 영혼의 친구로서 반려견은 이미 가족 구성원의 하나가 되었다.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띠는가 하면, 관련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고, 1인 가구가 증가할수록 사람들은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기쁨과 위안을 얻는다.
개는 인류 문명의 동반자이자 문명의 ‘숨은 조력자’였다. 늑대의 한 종에서 진화를 거친 개는 인간의 사냥을 돕고, 가축을 몰이해서 무사히 귀가시켰고, 무서운 포식자로부터 인간과 가축을 지켰다. 호모사피엔스가 일군 문명의 이면에는 개들의 절대적인 헌신이 함께했다. 지금도 개들은 인간을 돕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청각장애인의 귀가 되어주고, 뛰어난 후각으로 건물붕괴 현장에서 다친 사람들을 찾아낸다. “무엇보다도 개는 인간의 가장 충직한 친구이자 성실한 동반자이며”(7쪽)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아낌없이 주는 영혼’이다.
문화사적인 관점으로 풀어낸 미술작품 속의 개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고대, 르네상스,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개를 주제로 한 수많은 예술작품을 통해 개의 자취를 문화적인 관점에서 집중 조명한, 인류와 개가 나눈 우정의 연대기다.
책에는 인간과 개가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감정을 교류하며 동행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빼곡하다. 이야기는 작품 속의 개를 보는 방식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상징적인 존재에서 사냥개로, 애완견, 반려견으로 인간과 교감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예술작품을 통해서 재미있게 들려준다. 덤으로, 미술사적인 변화에 따라 바뀌는 개의 표현도 주목된다. 살아 있는 듯한 사실적인 묘사에서 표현주의적이거나 초현실주의, 입체주의, 팝아트, 설치미술 등 다양한 형상의 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후원자의 주문을 통해 그들의 마음에 맞게 그리던 미술행위가, 후원자가 사라진 근대미술로 접어들면서 작품이 자기표현의 장이 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각 작품의 시각이미지는 유채화를 중심으로 하되, 판화, 도자기, 태피스트리, 모자이크, 사진에 등장하는 개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작품 속에 구현된 개를 미술사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 이미지의 심층으로 내려가서 작품을 낳은 문화 속에서 ‘왜 그렇게 그리고 조각했는지’를 드라마틱하게 찾아준다.
지역적·시기적으로는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로마, 페르시아, 아즈텍,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을 오가며 개의 다양한 모습과 변화 속에서 그 사회·문화적인 의미를 추출한다. 그런 가운데 개 그림을 제작한 작가나 등장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여, 인간이 개를 대하는 방식의 변화상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이 과정은 알브레히트 뒤러에서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많은 예술가가 개와 맺었던 우정과 그로 인해 탄생한 작품들을 톺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예술가들의 개에 관한 이야기를 주목하게 만든다. 서양 미술사의 별이 된 작가들이 나눈 개와의 우정과 작품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이 주목하지 않은 그림을 다시 보게 하고, 그 속의 개를 찾아보게 만든다. 이는 작가들의 곁에 개가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가 누리는 걸작들은 일정부분 애견 덕분이었음에까지 마음이 미치게 한다. 이 책을 통해 발견한 작가의 개는, 자신이 사랑하는 개를 그린 그림을 특별한 작품으로 독자의 가슴에 위치시킨다.
저자는 동물을 연구하고, 동물에 관해 글을 쓰는 작가다. 수년 동안 예술과 인간 삶에서 개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원고를 준비해왔는데, 그 득의의 결실이 이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장구한 역사 속에 광범위한 관계 맺기를 이어온 인간과 개의 문화적 의미를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동물 전문 작가답게 이 책에는 개가 등장하는 동서고금의 작품들을 수집하고 분류한, 개에 관한 이야기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렇듯, 저자의 글은 독자가 개의 마음이 되어 개에 감정이입하게 한다. 또 개 관련 정보와 그림이 그려진 시기, 등장인물, 작가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엮어서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 게다가 미술사와 해당 작가에 대한 이해도 정확하다. 저자는 그림 속의 개를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그림이나 작가의 작품세계에 관해 간단히 언급하는데, 그 압축적인 서술과 표현이 정확하여 신뢰감을 더한다. 인류의 삶 속으로 들어온 개가 사냥개에서 반려견으로 자리잡기까지, 폭넓은 사실(史實)과 사례를 통해 개를 보는 시선을 깊고 넓게 해준다.
“우리 인간의 삶이 늘 개의 삶과 친밀하게 엮여왔기에 인간의 예술에 개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예술은 부분적으로는 개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도움, 특히 사냥하고, 추적하고, 몰이하고, 지켜주는 도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에게 지속적이고 깊은 사랑을 느끼고 있고, 자신이 가장 힘든 순간에도 내 개는 나를 버리지 않을 것임을, 최소한 여전히 신뢰할 수 있는 대상임을 안다. 현대에 와서 이러한 신뢰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바로 시각장애인의 길 안내와 청각장애인의 위험 인지 안내에 개를 활용하는 일이다. 반면 고대 문화에서는 사회 전체가 정신적, 물질적 행복 모두를 개라는 종족 전체에 맡겼었다.”(17쪽)
개를 보는 방식의 변화와 예술가들의 절친
이 책은 전체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 ‘태초에’서는 안내자이자 보호자의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개의 초상을 추적한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 서부 멕시코 콜리마의 회화나 조각상에 나타난 개들을 통해 태초의 개의 역할을 확인한다. 이집트인들의 경우에는, 죽음의 영역에서 머리가 개의 형상인 아누비스 신에게 자신들을 의탁했다. 부유한 계층에서는 오시리스의 저승세계로 가는 위험한 여행에 자신의 개가 동행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무덤 미술에서 망자의 의자 밑에는 앉아 있는 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개는 확실한 사후세계의 동반자였다. 이 ‘개=안내자이자 보호자’라는 개념은 지금도 우리 의식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개는 수천 년 동안 여러 문화에서 지하세계로, 지옥과 천국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역할을 해왔다.
2장 ‘최상위 포식자’에서는 개가 가진 사냥 능력과 그것이 예술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살펴본다. “개의 용맹함, 놀라운 기술, 정교하게 다듬어진 체격, 그리고 이러한 자질을 우리의 목적에 이용할 수 있게 해준 무조건적인 충성심 등에 대한 시각적 기록이다.”(41쪽) 여기서는 각종 사냥하는 개들을 만날 수 있다. 프랑스의 루이 15세는 27년 동안 부단히 사냥개들의 초상화와 사냥개들이 있는 각양각색의 초상화를 그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 당시 왕족이나 귀족들에게 사냥하는 개 그림은 필수품이다시피 했다. 사냥개들은 그림 속에서 신하들만큼이나 개성 있게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당시 사회 구조 속에서 사냥개가 중요한 존재였음을 알려준다. 사슴 등을 사냥하는 개뿐만 아니라 수달 사냥개, 쥐잡이 전문 사냥개 등의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못하는 사냥개 이야기가 관심을 끈다.
3장 ‘암흑시대에서 르네상스 말기까지’는 앞 시대와 달리 홀대받은 개의 위상을 소개한다. 암흑시대는 로마제국의 몰락부터 1000년경까지 이어졌고, 세속적 그림은 진짜 암흑기를 맞았다. 유일신 종교가 유럽을 지배하면서 신성하든 불경하든 개와의 거래는 없었다. 이슬람교에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개를 불결하고 악담을 퍼부을 대상으로 보았다. 하시딤 유대교에서도 개를 인간사회에 침입한 불쾌한 존재로 간주했고, 기독교에서는 단순한 종복으로 강등시켰다. 구약성경에서 개는 병들고 고약하며 더러운 짐승으로 묘사했고 신약에서도 나을 것이 없었다. 신성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영혼을 지닌 존재도 아니라고 보았기에 개는 자연세계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인간에게 이용되기 위해 존재했다. 예술은 기본적으로 종교를 고취하는 목적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오로지 평화의 비둘기와 하느님의 어린양 같은 동물만이 예술작품에 포함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개는 여전히 채색 필사본에 등장했다. 대개는 그림의 가장자리에서 뛰어다니며 놀거나 대문자를 장식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르네상스시대에 확립된 개 초상화과 ‘이중초상화’는 지속적으로 서양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4장 ‘개, 홀로 서다’에서는 르네상스시대가 낳은 장르의 하나로, 개가 단독으로 등장하거나 개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사냥을 하는 인간의 용맹함을 부축하는 개가 아니라 개가 그림의 주인공이 된 경우다. 이러한 개의 초상화는 19세기에 절정에 달한다. 이는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후원 덕분이다. 빅토리아 여왕은 당시 가장 사랑받은 동물화가인 에드윈 랜드시어의 솜씨를 빌려 수십 마리나 되는 개의 초상화를 남겼다. 당시에 여왕은 유화 39점, 초크화, 16점, 프레스코화 2점, 그리고 수많은 스케치를 가지고 있었다. 초현실주의 회화의 선구자인 데 키리코의 독특한 무늬의 개 초상화와 독일의 화가 프란츠 마르크의 개 루시의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5장 ‘나의 절친과 나’는, 역시나 르네상스시대에 확립된 두 개의 장르 중 하나인 인간과 개가 함께 있는 ‘이중초상화’ 이야기를 다룬다. 인간은 늘 개와 함께 불멸로 남기를 원했다. 삶의 우여곡절을 같이 겪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기쁨과 신뢰를 안겨준 친구인 개, 그림으로 함께 남기에 이보다 더 나은 벗이 없었다. 개와 인간의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유대 관계는 역사의 초기부터 시작되어 기계시대를 지나는 동안에도 지속했고, 오늘날 가상의 우정과 공상의 페이스북 삶의 시대를 맞아 더욱더 중요해졌다. 전통적으로 조각보다는 드로잉과 회화에서 더 많이 보이는 이중초상화는 변화하는 매체와 생활양식에 따라 놀랍도록 잘 적응하며 발전했다. 이 이중초상화는 티치아노가 그린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울프하운드 삼페레의 초상화 덕분에 크게 유행하게 된다.
6장 ‘삶과 예술에서 모델로서의 개의 역할’은 제목 그대로 모델로서 개 이야기를 다룬다. 개 모델은 전문적이든 비전문적이든 많이 있었다. 개는 개가 지닌 상징적 의미가 다양해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할 수 있었고, 작품에서는 특정 개인의 초상이 아닌 어떤 주장을 담는 역할을 했다. 그런 형식의 개 모델은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었다. 중세 학자들은 개를 신성한 지식이나 학자들과 동일하게 여겼다. 개는 늘 진리를 사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이 현명하고 교양 있는 상징체계를 활용하고자 했고, 모든 시대의 철학자, 작가, 시인, 예술가, 그리고 성직자들이 작은 개, 때로는 커다란 개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묘사하는 것이 거의 필수가 되었다. 에드워드 호퍼, 귀스타브 쿠르베, 세실 찰스 윈저 앨딘, 미국 개념예술가이자 사진작가인 윌리엄 웨그먼, 데이비드 호크니, 로버트 브래드포드 등의 유명 작가들의 작품의 모델이 된 개와 그들의 관계가 소개된다.
7장은 ‘예술로나, 실제로나 장식품으로서의 개’ 이야기다. 앞서 소개된 개들이 대부분 실제 존재하는 개를 어느 정도 정교하게 재현한 것이었다면, 20세기를 맞으면서 변화가 나타난다. 20세기에 표현주의, 인상주의가 대세가 되자 사실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20세기 후반 회화의 쇠퇴, 그리고 설치미술과 비디오아트의 부상으로 캔버스 위의 사실적인 개는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시대착오적인 것이 되었다. 이 장에서는 실생활에서나 예술작품에서나 개의 변화하는 이미지, 개가 장식품이 되어가는 현상, 눈앞의 그림이 진짜 현실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트롱프뢰유’에서 미술적 장치와 주제로 사용되는 사례 등을 살펴본다.
8장은 ‘예술가의 가장 친한 친구’로서의 개를 소개한다. 작가들도 과거 후원자의 개들만 그리던 데서,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반려견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작업실에서 붓을 든 작가 곁에 개가 있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작가의 개 이야기에는 밝은 사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 아픈 사연도 함께한다. 뛰어난 동물화가 랜드시어는 자신이 사랑했지만 잃어버린 개 브루투스의 자리를 대체할 다른 개를 찾는 대신 그림 속에 개를 보디가드 삼아 그린다. 심지어 자화상에도 두 마리의 개가 좌우에서 자신을 지키듯이 그렸다. 평생 육신의 고통과 이뤄지지 않은 사랑, 태어나지 못한 아이로 인해 괴로워한 프리다 칼로. 그녀는 삶의 위로가 되는 개들을 많이 키웠고, 어디를 가든 그녀를 따라다녔을 만큼 개는 세상에서 가장 충직한 친구였다. 부유한 귀족 가문 출신의 툴루즈로트레크는 어린 시절 24마리의 개와 함께 살았는데, 장애를 겪은 몸으로 개들과 살면서도 몽마르트의 인간상을 그리듯이 개를 그렸다. 수많은 개를 사랑하고 그린 피카소는 입체파스타일로 개를 그려서 애정을 표현했는가 하면, 피에르 보나르의 개 닥스훈트들과 연인 마르트와의 길항관계도 관심을 끈다. 에드바르드 뭉크가 고독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이었던 개들과의 생활도 특별하다. 그는 그림에서, 노화로 행동의 어려움을 겪는 반려견 테리어의 내적 감정까지 화폭에 섬세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개는 그의 오랜 친구이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가 그린, 아모스에 관한 팝아트 초상화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소 냉소적으로 인식되는 워홀이지만 자신의 반려견에게만큼은 한없이 헌신적이었던 그의 이야기가 마음을 두드린다. 위대한 예술가들이 꾸준히 작품을 가능하게 한 힘의 일정부분은 반려견과의 우정과 애정이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휴머니티’와 ‘도그머니티’의 아름다운 동행
인간의 ‘휴머니티’처럼 개의 ‘도그머니티’를 언급한, 저자의 말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
“이 책에는 ‘도그머니티(dogmanity)’라는 어휘가 등장한다. 인간에게 휴머니티가 있듯이 개에게도 도그머니티가 있어 개의 보편적 표정과 개 저마다의 특유의 성격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진정한 예술의 과제는 소통하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 책은 인간의 휴머니티와 개의 도그머니티가 어떻게 소통하고 서로의 감정을 읽으며 함께 존재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가득하다.”(「옮긴이의 말」에서)
● 추천의 말
먼 옛날, 연약한 몸으로 자연과 싸우며 살아가야 했던 인류에게 ‘개’라는 존재가 다가왔을 때, 그 존재가 맹수를 물리치고 사냥을 도우며 아낌없는 사랑마저 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인류가 느낀 감정은 안도와 기쁨, 고마움이 뒤섞인 것이었겠죠. 바로 그 순간 그들이 느꼈을 감정을, 그들의 후손들은 여전히 반복하여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는 노견이 되어 제 옆에 누워 있는 저의 개를 제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말입니다.
『나의 절친』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들이 예술작품 곳곳에 남긴 개의 자취를 따라가는 책입니다. 개들은 작품 곳곳을 당당하게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사냥터, 북적이는 식사시간, 고요한 침실, 밀회의 현장, 마술사의 쇼,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그리스도의 옆자리까지, 개가 있어서 어색한 풍경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예술가들과 함께한 개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이 책을 보며 지독히도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알려진 예술가의 곁에 개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다행이다! 그는 분명 개에게서 많은 위안을 얻었으리라’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는 사람이 저 하나만은 아닐 것입니다. 아, 개가 우리의 절친이 되어주어서, 정말이지 다행입니다.
_도대체(에세이스트, 『태수는 도련님』 작가)
개와 함께 지낸 지 3년이 되었다. 깊은 눈, 부드러운 살 아래 느껴지는 호흡, 절대 퇴색되지 않는 사랑의 증거인 꼬리의 움직임을 보면 확실한 무언가가 느껴지는데 언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역시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렇게 조각을 만들고 그림을 그렸나보다. 아즈텍 사람들도 당나라 사람들도 르네상스 사람들도 피카소도 개를 그렸다. 어떤 문화권, 어떤 관습 속에서도 인간은 나름의 방법으로 개를 사랑했고 개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을 사랑했다.
이 책에 실린 예술 작품을 따라가다보면 인간이 세상을 보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작가의 잔잔하지만 날카로운 유머와 따뜻한 시각은 그 여정을 더욱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격변하는 인류 문명 속에서 변함없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어떤 시간 속에서도 개는 끝내주게 귀엽다는 것.
_오지은 (작가, 음악인, 개 흑당이의 반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