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믿어 주고, 함께 울어 줄 때
우리는 ‘침묵의 공모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친족 성폭력에서 대물림된 정서적 학대까지 금기(禁忌)의 문을 열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적‧정서적으로 학대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의 지침서!
1998년 출간 뒤 독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지금까지 롱셀러로 자리잡은 심리 치유서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가 ‘성폭력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추가한 후 개정판으로 한국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독일 프레데부르크 중독 치료 병원에서 30년 이상 임상 경험을 쌓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유명 심리 치료사인 하이츠-페터 뢰어가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의 내면 치유를 위해 쓴 심리 치유서이다. 저자는 친족에 의한 성적·정서적 폭력이라는 자칫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우리에게도 친숙한 동화를 통해 다양한 임상 사례를 곁들여 소개하고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오랜 욕망과 금기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동화는 인간의 무의식을 자극해 읽는 이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역경을 딛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함으로써 치유와 구원의 길이 있다는 강한 믿음을 준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에게 심리적 안도감을 주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용기를 북돋아 주는 효과가 있다.
성적‧정서적으로 가해진 폭력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어두운 그림자를 남기지만 피해 생존자들은 수치심 때문에 쉽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며 자책하기도 하고,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괴로워하기도 하며, 그에 따른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픈 기억은 불안 장애, 우울증, 중독으로 발전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이나 자학적인 행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친족 성폭력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터부시되던 주제라 관련 심리 치유서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마침내 한국 독자들에게도 선보이는 이 책은 ‘미투(Me Too)’조차 힘들었던 친족 성폭력 피해 생존자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이들을 치유의 길로 안내해 줄 것이다. 또한 부모와 교사, 상담사와 심리학자에게는 피해 생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침묵의 공모자’가 되지 않도록 성폭력 대응을 위한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독일 프레데부르크 병원 정신과 전문의 하인츠-페터 뢰어 박사의
성폭력 상담소에서의 30년 상담 사례
동화의 비유와 상징으로 풀어 내 큰 반향을 일으킨 책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는 「털북숭이 공주」라는 동화의 원형 분석을 통해 아동 학대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동화의 모든 것이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적‧정서적으로 학대받은 피해 생존자들의 상황과 정확히 매칭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그림 형제의 동화 「털북숭이 공주」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동화에 감춰진 ‘친족에 의한 성폭행 시도’를 심도 있게 다루면서 자신이 직접 상담한 환자들의 사례를 대입해 동화의 비유와 현실의 양상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그리고 증상에 따른 구체적인 치료 방법은 무엇인지 소개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저자가 중독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가장 자주 접했던,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정서적 학대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어린 시절 겪은 성폭력이 섹스나 약물 중독으로 번진 한 인물의 사례를 자세히 다루며 성폭력과 중독의 연관성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에 중독 문제까지 담은 이유에 대해 성폭력과 중독의 연관성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친족 성폭력을 포함해 아동 학대 심리 치료에 새로운 장이 열리길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괜찮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 치료 모임에서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개인의 상담 기록을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 준 용기 있는 사람들 덕분에 그동안 가정에서 은밀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은폐되던 아동 학대, 친족 성폭력, 근친 강간, 섹스 중독 같은 문제와 그 역학 관계 등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 되었다. 덕분에 저자는 「털북숭이 공주」 속 근친 강간의 요소를 포착하고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이 겪는 주요 증상 뒤에 숨겨진 심리적 메커니즘을 깊이 있게 읽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 비극이 정말 내게 일어났을까?’
‘아버지가 내게 그렇게 파렴치한 짓을 했던 게 사실일까? 나만의 착각은 아닐까?’
‘나의 (병든) 정신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한 건 아닐까? 나도 날 못 믿겠어…….’
이 책이 더 의미 있는 것은 저자가 상담했던 실제 사례를 접목해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발현되는지 명료하게 풀어 나간다는 점에 있다. 어린 시절 성폭력과 정서적 학대를 당한 사람들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두려움과 우울증,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심한 경우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 밖에도 정체성 문제, 성적 장애, 심신 상관 질환, 결벽증, 우울증, 자해, 술・마약・약물에 의존하는 중독 질환과 과식증이나 거식증 같은 섭식 장애 등 성폭력 이후 피해 생존자들이 겪는 문제는 매우 다양하다.
저자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과 상담을 할 때 그들이 처음부터 피해 경험을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수치심 때문에, 그리고 드물지 않게 성폭력 문제보다 가족의 비밀과 금기가 우선시되기 때문이다.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큰 두려움을 준 “비밀로 하라”는 엄명이나 위협적인 특정 행위들이 피해자로 하여금 차마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게 하고, 그렇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 생존자는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비밀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있어서는 안 될 경험을 한 성폭력 피해 생존자는 그 기억을 어떻게 처리할까? 가장 많이 시도하는 것은 그냥 잊어버리는 것이다. 즉 의식에서 지워 버린다. 그러나 상흔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그것은 기이한 방식으로 의식에 남게 된다고 한다. 많은 생존자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 비극이 정말 내게 일어났을까?’ ‘아버지가 내게 그렇게 파렴치한 짓을 했던 게 사실일까? 나만의 착각은 아닐까?’ ‘나의 (병든) 정신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한 건 아닐까? 나도 날 못 믿겠어…….’
이처럼 스스로를 의심하는 환자의 경우, 자신의 지각 능력을 스스로 믿게 하는 데서 치료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떠올리기 힘든 기억이더라도 용감하게 마주보고, 찬찬히 되새기고, 낱낱이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다.
성폭력은 피해 생존자의 몸과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더군다나 아직 자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이가,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가족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 상처는 훨씬 더 깊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유년기에 부모와의 애착 관계와 친밀한 스킨십이 인간의 건강한 정서 발달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는 자신에게 하나의 세계이기도 한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올바로 형성되지 않는다면 아이는 부모를 신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잃고 일상의 안정감을 찾기도 어려워진다. 성폭행 가해자이기도 한 가족이 소름끼치게 싫다가도 그들의 “사랑과 다정함을 잃고 싶지 않”은 양가적 감정으로 괴로워하는 경우도 있고, 몸에 자해를 하며 심리적 긴장감을 잠재우고 우월감과 권력욕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고통은 죄책감이다. 그들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건지’ 고민하고 질문하고 자책하다 스스로를 혐오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 문제’는 당신 잘못이 아니다.
이제 희생자 콤플렉스에서 걸어 나와라!
오늘날의 큰 사회 문제인 성폭력 사건은 예전에 비해 많이 공론화되었지만 친족에 의한 성폭력은 여전히 은밀하게 비밀로 부쳐진다. 프랑스에서는 성년이 되기 전에 70퍼센트에 가까운 여자 아이들이, 성희롱 내지는 폭행을 경험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4명 중 1명 꼴로 열여섯 살 이전에 성폭력을 경험한다고 한다. 성폭력 사례의 60퍼센트 이상이 피해 생존자가 미취학 아동이거나 초등학생일 때 발생하고, 94퍼센트가 면식범에 의해 자행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경찰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친족 내 강간과 강제 추행 건수는 연 평균 766건에 달한다. 범죄 특성 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고려한다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성 범죄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해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중독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성폭력이라는 주제를 가능한 한 공공연하게 다루고자 했다고 말한다. 환자가 솔직해지지 않으면 치료는 결국 실패하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가 그 경험을 숨기는 것은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장애다. 그러나 환자들이 이해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의사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자신의 심리적 문제와 고통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독일어로 ‘알리다mitteilen’라는 말은 ‘함께mit’라는 단어와 ‘나누다teilen’라는 단어가 합쳐진 말로, 이 안에는 이미 중요한 관점이 담겨 있다. ‘고통을 알리다’라는 말은 ‘다른 사람과 고통을 나누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들인다’는 뜻이 내재되어 있다. 더 나아간다면 성폭력 피해 경험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치유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죄책감과 수치심을 짊어지고 홀로 외롭게 싸웠을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에게 보내는 연대의 마음이자,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간직한 많은 이들에게 내미는 도움의 손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추천사 ★ ★
지금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 중에는,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희생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그렇게 비극적인 세계에 가두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가 건넨 말이 가 닿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추천사를 쓴다.
상황이 나아질 거라 믿지 못하고 체념한 사람은 고통 없는 삶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더 이상 희생자 콤플렉스의 정체성에 매몰되지 말자. 희생자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걸 믿자. 그래야 현실이 변한다. 이 책은 당신이 괜찮아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알려준다. _권김현영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저자, 여성학자)
*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일) 아마존 독자들의 찬사
이 책은 성폭력과 정서적 학대를 다룬 책 중에서 단연 최고이다. 명료한 구조 덕분에 심리학을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폭력은 신체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가해질 수 있으며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다. 겉보기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종종 피해 생존자가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이 책은 피해 생존자의 삶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이런 작가를 알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
이 책은 가정 안에서 성폭력을 당한 아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러한 사건이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희생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성적, 정서적 학대의 여러 측면과 그 영향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은 ‘진짜 탈출구’를 보여준다!
하인츠-페터 뢰어의 명료한 언어와 논리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원인과 결과를 이토록 명쾌하게 결합해 설명하는 심리 치료사가 또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가해자가 아닌,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 새로운 삶으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길은 더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으로 가는, 느리지만 확실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