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것들을 언젠가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된다면,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정하는 건 내가 사랑한 무용한 것들이 아닌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언젠가 어디선가 ‘우리’가 되었던 순간.
귀신 우물 속에서 자언을 구하다 상처를 입었던 도명. 아픔을 씻어낼 약수를 구하기 위해 자언과 야밤에 해왕산을 오른다. 약수를 지켜온 산할머니는 다짜고짜 큰소리로 두 사람을 쫓아내고, 해왕산에 얽힌 신화를 조사하고 있는 의문의 여성을 만나게 된다. 신을 믿어본 적 없는 자언이지만 어딘가 낯이 익은 여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순수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마음을 헤아려본다.
“우리가 가진 이 믿음, 신… 그런 마음은 사실 사람의 안에 있는 거예요.
순리대로, 이치에 맞게.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하는 대로…
사리에 맞게, 온당하게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은 우리의 안에 있는 거예요.”
_제11화 「산할머니」
이어 살아온 모습도, 맞이할 운명도 모두 다른 존재들의 우정이 그려진다. 기묘한 능력으로 수백 년간 인간도를 떠돌아온 ‘청화’와 ‘훼훼’. 자언과 도명을 도와 문수보살까지 나서 이들을 지옥도에 끌고 가기 위해 쫓기 시작한다. 위기를 느낀 두 사람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영원한 도망을 결심한다.
한편 자언은 졸업 앨범 촬영을 앞두고 마음이 싱숭하다. 고3으로 다시 태어난 자언은 졸업 앨범이 다시 펼쳐보지 않을, 먼지 쌓인 유물이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자언의 마음을 알 리 없는 재경은 졸업을 앞두고 평소와 다른 마음을 털어놓는데…
“나는 재경이의 낭만을 사랑했다.
무용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재경이의 다정한 낭만이 이 시절의 나를 살게 했다.”
_제13화 「만파식적 블루스」
만나고 떠나가고, 다시 만나고 또 멀어지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여전히 외롭고 혼자고 쓸쓸하게 살아갈 존재들. 하지만 그 반복 속에는 언제가 어디선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우리’가 되었던 순간이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