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의 가장 어둡고 깊숙한 곳에 대한 탐구이자
사회적·도덕적 올바름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실험작
코맥 매카시 세번째 장편소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아름답고 정확하여 우리를 놀라움과 폭력의 현시라는 꿈의 세계로 안내한다.”
토바이어스 울프(소설가)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서부의 셰익스피어’ ‘포크너와 헤밍웨이의 계승자’라 불리며 해마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 코맥 매카시. 그가 1973년에 발표한 세번째 장편소설 『신의 아이』가 출간되었다. 1965년 데뷔작인 『과수원지기』로 주목할 만한 첫 소설에 주어지는 포크너 재단 상을 받으며 작가로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매카시는, 1968년 두번째 작품인 『바깥의 어둠』을, 그리고 1973년 세번째 작품 『신의 아이』를 발표하며 문단에서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갔다.
작가가 본격적으로 문학적 명성을 얻게 된 서부 장르소설로 넘어가기 전 초기작에 해당하는 『신의 아이』는 남부 고딕소설의 스타일을 선보이는 작품으로, 사회와 사회질서로부터 멀어져 철저히 고립된 채 살아가다 결국 연쇄살인과 시간(屍姦)을 저지르고 비참하게 추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너무나 강렬하고, 너무나 새롭고, 너무나 탁월해서 거의 미적인 범주화가 불가능할 정도”(<뉴 리퍼블릭>)라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2013년 제임스 프랭코 감독의 영화 <차일드 오브 갓>으로 만들어졌고, 영화는 제70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었다.
인간의 타락과 삶의 가장 추악한 면을 조명하는
거장의 강렬하고 독보적인 시선
1960년대 테네시주 서비어 카운티. 스물일곱의 레스터 밸러드는 살던 집을 경매로 잃고 황량한 오두막을 무단으로 점거해 지내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도망가고 아버지가 목매달아 죽은 모습을 목격한 후 그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없이 대체로 혼자 지내며 때때로 폭력적인 성향을 내보인다. 밤에 도로에 혼자 구부정하게 웅크리고 있거나 산속을 어슬렁거리는 밸러드의 손에는 늘 라이플이 들려 있고, 그는 감자로 끼니를 때우거나 물고기나 새, 토끼 같은 짐승을 사냥해 먹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느 날 밸러드는 한적한 산의 공터에서 차를 세워놓고 섹스를 하는 커플을 발견한다. 차 안을 훔쳐보며 자위를 하던 그는 커플에게 그 모습을 들키고, 남자의 위협에 이 “엉뚱한 곳에 들어선 사랑 없는 유인원의 형체”는 허둥지둥 도망을 친다. 그리고 얼마 뒤 밸러드는 같은 장소를 지나다, 이번에는 차 안에서 섹스를 하는 도중 사망한 남녀를 발견한다. 남자의 지갑을 훔친 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여자의 시신을 강간하고 급기야 시체를 집으로 가져간다. 다음날 그는 훔친 돈으로 시내에서 여자 옷과 속옷을 구입해 시신에 입히고, 시체는 줄로 묶어 사다리를 이용해 다락에 올렸다 내리며 보관한다. 그러다 어느 추운 밤 오두막에 불이 나 집 전체가 흔적도 없이 타버리고, 밸러드는 시체를 구하려 애쓰지만 실패한다.
오두막마저 잃은 그는 이제 동굴에서 지낸다. 그의 행동은 점점 더 흉포해지고 과감해져서, 트럭을 세워놓고 데이트를 하던 남녀를 총으로 쏴 죽인 다음 여자의 시체를 가지고 동굴로 가거나, 알고 지내던 가족의 여자를 죽이고 집을 불태우기도 한다. 그렇게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큰 홍수를 견디고 난 뒤 봄이 찾아왔을 때쯤, 밸러드의 악행도 서서히 끝을 향해 가기 시작한다.
“아마도 당신과 다를 바 없을 하느님의 자녀”이자
“섬뜩한 짓을 벌이는 자, 시간제로 시체를 먹는 악귀”
작품의 주인공 레스터 밸러드는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 테네시주에 살던 코맥 매카시가 신문에서 본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캐릭터로, 작가는 이 인물에게 왠지 모를 연민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독자에게 그의 용서를 바라거나 그의 행동을 설명할 만한 사회적 · 심리적 이론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레스터의 행동은 섬뜩하고 혐오스러우며 작가 또한 그를 “가짜 복사(服事) 또는 살균된 중범죄자, 섬뜩한 짓을 벌이는 자, 시간제로 시체를 먹는 악귀”로 묘사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얼마 되지 않는 유대관계에서도 떨어져나온 레스터가 문명과 사회를 뒤로하고 철저하게 혼자가 되면서 느끼는 외로움과 불행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쩌면 이 작품의 핵심일, “아마도 당신과 다를 바 없을 하느님의 자녀”라는 구절은, 혐오감과 부정적인 감정에도 불구하고 밸러드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사회질서 바깥에서 존재하기 위한 한 인물의 처참한 시도를 그린 이 소설은 서술 방식 또한 전통적인 규범과 스타일에서 벗어나 있다. 애초에 단독 서술자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서, 시점도 말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일인칭과 삼인칭을 왔다갔다한다. 인물 사이의 대화는 따옴표 없이 쓰였고, 무미건조한 서술이 이어지는가 하면 지극히 시적인 묘사가 불쑥 등장해 작품 전체에 특유의 아름다우면서도 강렬한 분위기를 드리운다.
‘신의 아이’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소설은 상징과 암시가 가득해 우화나 신화, 혹은 구약 성경의 에피소드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리고 내용 면에서나 형식 면에서나 기존의 관습적인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마흔의 나이에 쓴 세번째 작품에서, 이 시대의 거장 코맥 매카시는 이미 자신만이 구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한 것이다.
▶ 추천의 말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아름답고 정확하여 우리를 놀라움과 폭력의 현시라는 꿈의 세계로 안내한다. 토바이어스 울프(소설가)
자신이 존경하는 소설가―멜빌, 도스토옙스키, 포크너―처럼, 코맥 매카시는 어떤 책보다 위대하고 깊은 작품을 완성해냈다. 신과 직접 맞붙어 싸우는 작가다. 워싱턴 포스트
이 작품은 너무나 강렬하고, 너무나 새롭고, 너무나 탁월해서 거의 미적인 범주화가 불가능할 정도다. 진귀하고 함축적이며 정확하면서도 시적인 문장으로 쓰인 걸작. 뉴 리퍼블릭
매카시는 아슬아슬한 웅변, 복잡한 운율과 놀라운 정확성을 결합해 최고의 남부 스타일을 선보인다. (…) ‘신의 아이’는 결코 헛된 제목이 아니다. 주인공 밸러드는 당신과 나 그리고 작가이며, 우리는 이 책을 잊지 못할 것이다. 뉴욕 타임스
매카시는 종교적 감정을 다루는 소설가이다. 우리 시대의 문학적, 지적 요구에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또 완고하게 거부한다. 뉴요커
코맥 매카시는 주인공이 얼마나 끔찍한 행동을 하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막강하고 비범한 작가다. 선데이 타임스
매카시는 열정과 애정과 유려함, 그리고 미국 남부의 처절하게 비틀린 정서에 완벽히 들어맞는 유머를 담아 주인공 레스터 밸러드의 비참한 추락을 그려낸다.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매카시는 독보적인 문체의 귀재다. 미국 문학에서 대등한 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빌리지 보이스
▶ 책 속에서
아무 소리도 없던 목가적인 아침으로부터 이런 것들이 나타나는 것을 헛간 문 앞에서 지켜보고 있는 남자가 있다. 그는 작고 깨끗하지 않고 면도를 하지 않았다. 그는 흉포를 억누른 채 먼지들 사이의 마른 왕겨를 밟으며 얇고 좁은 널 같은 햇살 사이를 움직인다. 색슨과 켈트 혈통. 아마도 당신과 다를 바 없을 하느님의 자녀(child of God). 10쪽
하지만 레스터에 관해서는 한 가지 말해둘게. 원한다면 아담까지 거슬러올라가도 좋지만 녀석이 그 모두를 능가하지 않는다면 내가 저주를 받을 거야.
그게 하느님의 진실이야. 104쪽
봄에 혹은 따뜻해진 날씨에 숲의 눈이 녹으면 겨울의 발자국들이 가느다란 발판들 위에 다시 나타나고, 눈은 예전에 묻힌 어슬렁거림, 다툼, 죽음의 현장을 겹쳐 쓴 글씨처럼 드러낸다. 다시 빛을 본 겨울 이야기들은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선 시간과 같다. 170쪽
그는 헤엄을 칠 줄 몰랐지만, 그를 어떻게 익사시키겠는가? 분노가 그를 물위로 띄우고 있는 것 같았다. 사물의 이치가 여기에서는 정지하고 있는 듯했다. 그를 보라. 그는 같은 인간들, 당신 같은 인간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는 그들과 함께 기슭에 이르렀고 그들은 그에게 외치고 있었다. 불구자와 미친 자들에게 젖을 먹이고, 자신들의 역사에서 잘못된 피를 원하고 또 그런 피를 늘 가지기 마련인 종족. 하지만 그들은 이 남자의 목숨을 원한다. 그는 그들이 밤에 랜턴을 들고 저주의 외침을 내지르며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밀어올려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 왜 이 물은 그를 데려가지 않을까? 190쪽
그때 사람들이 지금보다 비열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보안관보가 물었다.
노인은 물에 잠긴 타운을 내다보고 있었다. 아니, 그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사람들은 하느님이 처음 만든 그날부터 똑같다고 생각해. 205쪽
봄에 밸러드는 매 두 마리가 짝을 지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날개는 위로 치켜들었고, 소리 없이 해에서 나오며 서로 떨어졌다가 나무들 위에서 날개를 확 펼치더니 가느다란 외침과 함께 원을 그리며 다시 올라갔다. 그는 눈으로 매를 계속 따라가며 하나가 상처를 입은 것인지 확인하려고 살펴보았다. 그는 매가 어떻게 짝을 짓는지는 몰랐으나 모든 것이 싸운다는 것은 알았다. 206쪽
그날 밤 그는 짐승을 타고 낮은 능선을 따라 숲을 통과하는 꿈을 꾸었다. 아래쪽으로 해가 풀 위에 떨어지는 초원의 사슴들이 보였다. 풀은 여전히 축축했고 사슴들은 무릎까지 올라오는 풀 속에 서 있었다. 그는 몸 아래에서 노새의 등뼈가 구르는 것이 느껴졌고 두 다리로 노새의 몸통을 죄고 있었다. 얼굴을 스치는 잎 하나하나에 슬픔과 두려움이 깊어졌다. 한번 지나간 잎은 다시는 지나가지 않았다. 잎들은 베일처럼 그의 얼굴을 타고 넘어갔다. 이미 약간 노르스름했고 가느다란 뼈 같은 잎맥을 해가 빛나며 통과했다. 그는 계속 타고 가겠다고 결심했다. 돌아갈 수가 없었고 그날 세계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어떤 날 못지않게 아름다웠고 그는 자신의 죽음을 향해 타고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208~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