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부, 하얀 가면
- 원서명
- Peau Noir, Masques Blancs
- 저자
- 프란츠 파농
- 역자
- 노서경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22-02-18
- 사양
- 280쪽 | 138*222 | 신국판 변형 | 양장
- ISBN
- 978-89-546-8504-7 (93300)
- 분야
- 정치/사회, 교양, 문학동네 인문 라이브러리
- 정가
- 22,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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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탈식민주의 논의의 출발점이자 인종주의 심리학의 전범이 된 책. 국내 유일한 불어 원전 번역본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쓴 알제리혁명의 지도자 파농이 아니라, 백인 문명에 종속된 유색인의 정체성 자각과 정신적 해방을 모색하는 ‘심리학적’ 파농을 만난다. 1951년 출간되고 70여 년이 흘렀지만, 점점 더 다문화, 다인종이 공존하고 다양한 층위의 차별이 내재화되어가는 오늘날 사회에서 이 책의 문제의식은 더욱 긴요하다. 2014년 한국어판 출간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개정판에서는 번역을 섬세하게 다듬었고, 전문가 감수를 거쳐 정신의학 관련 용어와 표현을 일부 바로잡았으며, 옮긴이 해설을 새롭게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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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25년 중앙아메리카 앙티유 제도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에서 태어난다. 아버지는 아프리카계 흑인, 어머니는 흑백 혼혈인 물라토였다. 유복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마르티니크의 명문 빅토르쇨셰르 고등학교에 다녔고, 2차대전 때는 드골의 자유프랑스군에 자원입대해 무공훈장을 받는다. 종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해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다.
1947년 리옹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정신의학과 정신분석학, 철학과 문학, 인류학 등을 폭넓게 공부한다. 의대를 마칠 무렵 학위논문을 염두에 두고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집필한다. 파농이 애초에 생각한 제목은 ‘흑인의 탈脫소외에 관한 시론’이었다. 하지만 논문 심사를 거부당한 뒤, 원고를 쇠유Seuil 출판사로 보내고 결국 1952년 책으로 출간된다.
같은 해, 프랑스 남부 생탈방 정신병원의 프랑수아 토스켈 박사 밑에서 수련의로 있다가 1953년 알제리의 블리다-주앵빌 정신병원에 지원해 주임의사로 임명된다. 이곳에서 파농은 생탈방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료체계를 개선하고 정신의학계의 새로운 치료방식인 사회요법을 실시한다.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을 중심으로 프랑스에 대한 독립투쟁이 본격화되고, 파농도 은밀히 FLN을 돕기 시작한다. 민족운동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는 가운데 1957년 튀니지로 건너가 공식적으로 FLN에 가담하며, 특히 FLN의 기관지 『엘무자히드』 편집위원으로 활약한다. 이때부터 알제리혁명의 지도적 이론가로 이름을 알리고, 숱한 암살 위협에 시달린다.
1959년 『알제리 혁명 기원 5년』을 출간한다. 알제리 임시정부로부터 순회대사로 임명되어 아프리카 각지를 돌며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아프리카의 연대와 통합을 위한 외교활동을 벌이던 파농은 1960년 말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병마와 싸워가며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집필해 1961년 출간한다. 파농의 요청으로 사르트르가 이 책의 서문을 쓴다. 백혈병 치료차 미국으로 건너간 파농은 그해 12월 6일, 메릴랜드 주 베세스더 국립보건원에서 서른여섯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파농의 여러 글들을 묶은 『아프리카 혁명을 향해』가 1964년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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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 흑인과 언어
2. 유색인 여성과 백인 남성
3. 유색인 남성과 백인 여성
4. 이른바 식민지인의 종속 콤플렉스
5. 흑인의 실제 경험
6. 검둥이와 정신병리학
7. 검둥이와 인정認定
결론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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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불어 원전 번역으로 만나는 『검은 피부, 하얀 가면』
20세기 후반 탈식민주의 비평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이 책은 오랫동안 국내에서 주로 영어판으로 소개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 한국어 번역본이 처음 나왔지만 영어판에서 옮긴 중역이었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의 영어판은 읽기 편하고 의미가 비교적 명료한데 이는 불어 원문의 충실한 번역이라 하기 어렵다.(파농 전기를 쓴 데이비드 메이시도 이런 영문판의 결함을 지적한 바 있다.) 파농이 이십대에 쓴 이 책의 원문은 결코 친절하게 쓰인 글이 아니다. 때로는 시적 수사와 선언적 문구가 툭툭 튀어나오고, 때로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복잡한 심리학적 서술이 이어진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에는 알제리혁명기에 쓰인 파농의 후기 글들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문체와 서정성이 담겨 있다.
파농은 프랑스의 리옹 의과대학에 다니던 스물다섯 살 무렵에 이 책을 썼다. 애초에 학위논문으로 준비하던 이 책의 원제목은 ‘흑인의 탈脫소외에 관한 시론’이었다. 이 책을 이루는 근간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종주의․식민주의에 대한 심리학적(정신분석적) 분석이다. 정신과 의사가 되고자 했던 파농은 프로이트, 융, 아들러를 비롯해 당시로선 널리 알려져 있지 않던 라캉의 정신분석 이론까지 끌어와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의 심리를 면밀하게 분석한다. 이처럼 인종문제를 심리학과 정신분석의 관점에서 분석한 저술은 그때까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책이 출간되기 두 해 전에 나온 옥타브 마노니의 『식민화의 심리학』(1950)이 유일한 사례이나, 파농은 4장 「이른바 식민지인의 종속 콤플렉스」에서 마노니가 백인/주인/식민지배자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준엄하게 비판한다.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백인 문명 아래서 성장한 흑인이 흑인의 시각으로 흑인의 실존을 해체하고 재구성해가며 써나간 최초의 인종주의 심리학 저서이다.
이 책을 이루는 또하나의 근간은 마르티니크인의 혼종적 정체성이다. 파농은 중앙아메리카 서인도제도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섬 출신이다. 앙티유 군도에 속하는 마르티니크는 17세기 이후 줄곧 프랑스 식민지였다. 인종적으로는 흑백 혼혈이 대다수인 이곳 사람들은 스스로 피지배자라기보다는 프랑스인으로 여긴다. 책에서 파농이 언급하는 마르티니크인 또는 앙티유인은 피부는 거무스름하지만 정신적으론 이미 ‘백인’이다. 그러나 본토인 프랑스 땅에 들어서는 순간 그들의 ‘하얀 가면’은 적나라하게 벗겨진다.
그렇기에 이런 앙티유인의 정체성은 인종주의 심리학을 구성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이 된다. 앙티유인은 백인을 닮고 싶고, 백인에 동화되고 싶은 모든 유색인의 자화상이다. 백인은 문명인이요, 검둥이는 야만인이라는 백인 중심의 인종주의 도식이 이미 그들에게 체화되어 있는 것이다.
탈식민주의 논의의 출발점이자 인종주의 심리학의 전범이 된 책. 국내 유일한 불어 원전 번역본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쓴 알제리혁명의 지도자 파농이 아니라, 백인 문명에 종속된 유색인의 정체성 자각과 정신적 해방을 모색하는 ‘심리학적’ 파농을 만난다. 1951년 출간되고 70여 년이 흘렀지만, 점점 더 다문화, 다인종이 공존하고 다양한 층위의 차별이 내재화되어가는 오늘날 사회에서 이 책의 문제의식은 더욱 긴요하다. 2014년 한국어판 출간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개정판에서는 번역을 섬세하게 다듬었고, 전문가 감수를 거쳐 정신의학 관련 용어와 표현을 일부 바로잡았으며, 옮긴이 해설을 새롭게 다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