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는 일은 인간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린다
2015년 과학자들의 발표에 따르면 지구에는 약 3조 그루의 나무가 있다. 이건 인류 문명이 생긴 이래 50퍼센트 감소한 것인데, 즉 매년 산림 파괴, 해충, 들불로 100억 그루씩 사라지는 중이다. 북방림을 세겹 롤 휴지로 바꾸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짓이다. 그리하여 기후위기 해소에서 누구나 주목하는 것은 나무다.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기업들은 나무를 심고 있고, 과학자들은 “1조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탄소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트릭이 있다. 오래된 숲과 신생으로 식재되는 나무들은 탄소를 격리시키는 역할이나 기능이 완전히 다르다. 새로 심어진 나무들은 숲이 하는 만큼의 탄소 포집을 할 수 없다.
숲에는 2조 2000억 톤의 탄소가 열대림(54%), 북방림(32%), 온대림(14%)에 각각 저장되어 있다. 북방림 생태계의 탄소 농도가 가장 높으며, 최근 통계에 따르면 바이오매스, 토양 탄소를 포함한 북방림의 총 생태계 탄소 저장량은 열대림과 온대림의 탄소 저장량을 합친 것보다 크다. 만약 벌목을 무분별하게 한다면 숲에 저장된 탄소 양이 줄 뿐 아니라 들불이 일어날 위험성이 높아진다.
대기업과 과학자, 각국 정부, 부유한 개인들은 나무 심기를 통해서 탄소 중립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한 질문들을 연속해서 불러일으킨다. 어떤 종류의 나무를 심을 것인가? 어디에 혹은 누구의 땅에 심을 것인가? 무슨 목적으로 심는가? 예전부터 그 땅을 돌보고 관리해온 선주민들과는 상의했는가? 숲을 조성했을 때 의도치 못한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가?
저자는 새로운 숲 조성이 기후위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부지와 종을 선택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일부 과학자는 나무를 심어서 초원의 탄소 저장량을 늘리려는 노력이 초원들의 탄소저장 능력과 생물다양성을 위험에 빠트린다며 우려한다. 나무를 심을 때의 또 다른 위험은 어두운 삼림의 임관층이 열 반사율이 높은 초원보다 더 많은 열을 흡수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완화에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야생종이 자신이 서식하는 경관들에 진화적으로 적응해 있어 그곳에 변화가 생기면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새로 심은 나무들이 지하수 공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외래종이 토착종을 내쫓을 수도 있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개발도상국들이 경제 대신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생태학적 직격탄을 맞아야 하는가와 같은 윤리적 문제들도 제기된다.
사회적 고려 역시 중요하다. 삼림 조성으로 전통적인 생활에 혼란이 오거나 잘못된 종류의 나무가 선택될 수도 있다. 외래종인 가문비나무를 도입한 아일랜드의 신규 조림 프로젝트는 인근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기후 목적에서 보면 나무의 탄소 축적량을 유지하기 위해 나무 심기 프로젝트는 다년간 지속되어야 한다. 이는 가장 인기 있는 신규 조림 기법들 중 하나인 식재림이 안고 있는 과제다. 하지만 대개 상업적 가치가 높고 빨리 자라는 외래종으로 구성된 이런 숲은 나무가 수확되면 탄소를 격리시키는 이점을 잃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사를 계속할 순 없다
인간에게 유용하고 가장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 중 하나는 당신이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것일 수 있다. 바로 모링가 나무의 잎이다. 히말라야산맥의 구릉이 원산지이며 자라는 속도가 빠른 모링가 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종이다. 저자는 기후위기와 빈곤이라는 널리 퍼진 문제를 다시 제기하면서, “먹는 식품을 다양화하는 것은 사회 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아메리카 선주민들은 어류, 사냥한 야생동물, 허브, 과일, 콩, 호박, 옥수수, 야생 쌀, 덩이줄기, 영양분이 풍부한 풀들로 만든 빵을 포함해 매우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 강제 정착으로 이런 식품들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자 이들 다수는 영양실조를 앓았다. 현재 식품체계가 미치는 유해한 영향은 유색인종 공동체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힌다.
모링가 나무는 수확한 뒤 매번 씨를 뿌려 길러야 하는 브로콜리, 상추, 메론 같은 일년생 채소와 대조되는 다년생 나무 작물이다. 식용식품을 생산하는 수종은 70가지가 넘고, 이들은 대기의 탄소를 잎, 줄기, 몸통, 뿌리, 토양에 장기간 격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숲과 마찬가지로 이 나무들은 재배하기 위해 땅을 갈 필요가 없다. 미생물, 균류, 토양 속의 미네랄 집합체들에 축적된 탄소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종류의 나무들, 관목, 허브, 야자, 덩굴식물, 풀을 포함해 식품 생산체계와 결합될 수 있는 다양한 다년생 종에 의해 탄소 순환이 강화되어 탄소가 땅속으로 갈 수 있는 많은 경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다년생 식물은 더 긴 성장기, 토양 표면에서 분해되는 잎들, 다양한 깊이의 뿌리들이 갖가지 조건에서 자랄 수 있는 능력과 결합해 일년생 식물보다 토양에 더 오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또한 다년생 식물들은 해마다 더 크게 자라서 몸통과 줄기에 탄소를 더 저장하고 햇빛을 포착해 광합성을 하는 푸른 잎들을 더 많이 기른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식사를 계속할 수 없”으니, 일부 식습관을 버리든가, 지구를 버리든가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토록 간단하지만 그토록 어려운 문제다. 당신은 어느 쪽으로 결정 내렸는가? 가난한 이들이 직면한 심신을 약화시키는 기후위기와 빈곤의 곤경을 두고 볼 것인가. 이런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는 사람들의 무신경함이 어쩌면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일 수 있다.
지구를 구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는 아니다
이 책에서는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하며, 공정성을 다루고 생명을 탄생시킬 해결책들을 내놓는다. 이 구상들이 전 세계적으로 신속히 시행된다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환산량 기준 1600기가톤 이상의 배출을 막고 격리할 수 있으며, 그러면 IPCC의 2030년 및 2050년의 목표들을 달성할 것이다. 야심만만한 구상인가? 그렇다. 달성 가능한가? 물론이다.
지구를 구하는 것이 당신의 임무는 아니다. 지구를 구한다는 생각 자체가 부담이다. 어차피 당신은 지구를 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탄소는 우리가 필요로 하고, 만들고, 만지는 거의 모든 것과 살아 있고, 맛있고, 놀랍고, 신성한 모든 것의 핵심 부분이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탄소를 대기로 배출해왔고, 우리가 어떻게 탄소를 배출했는지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떻게 탄소를 땅과 바다로 돌려보낼지 알고 있다. 지구는 그 균형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대하다. 우리가 돌려보내는 탄소는 지구에 생명을 되살리는 데 필요한 양분이다. 지구에 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기후를 치유하는 것이다. 되살리기는 삶의 기본 설정이다. 당신이 지금 이 문장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몸이 10억분의 1초마다 30조 개의 세포를 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우리 대신 해줄 것이라고 믿으면 이 일을 해낼 수 없다. 우리에겐 공동의 이익이 있고, 그 이익은 우리가 힘을 합쳐야 충족될 수 있다.
되살리기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한다
이 책에는 수많은 이야기꾼이 등장해 땅과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하도록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람들은 비를 내릴 수도 있고, 지구의 열을 식힐 수도 있고, 땅을 다시 수화水和시킬 수도 있고, 사막을 녹지로 만들 수도 있다. 이 모든 일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지구에서의 삶에 대한 그래프, 데이터, 용어, 생기 없는 통계의 포화로 자신을 공격해왔다. 심장을 직접 겨냥한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포함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예술가, 시인, 작가들이 이 책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문화가 무엇이 꽃피우거나 시들게 할지, 무엇이 번성하거나 사라지게 할지 결정한다. 우리의 이야기꾼들이 길을 찾지 못하면 그 길은 발견될 수 없다. 부디 당신의 이야기도 들려주기 바란다.
책 속으로
지구의 생물학적 쇠퇴는 인간이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지구의 적응 방식이다. 자연은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인간은 실수한다. 지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되살아날 것이다. 국가, 사람, 문화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_16쪽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는데 당신이 행동을 취해봤자 별 의미가 없다고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사람이나 문제를 알고 있지만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이나 전혀 차이가 없다. 사람이 변화하는 가장 큰 원인은 주변 사람들의 변화다. 스탠퍼드대학의 신경과학자 앤드루 휴버먼의 연구는 신념이 우리가 하는 일이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뒤집었다. 그 반대다. 신념이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행동이 우리의 신념을 변화시킨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믿는가? 일리 있는 생각이다. 미래가 두려운가? 당연하다. 기후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는가? 그럴 만하다._24~25쪽
육지는 땅속과 땅 위에 3.3조 톤의 탄소를 보유하고 있다. 대기 중의 탄소보다 약 4배 많은 양이다. 삼림지, 이탄지, 습지, 초원, 맹그로브, 조수의 염습지, 농지, 방목지에 탄소가 존재하고 우리는 탄소를 이곳 땅에 머무르도록 해야 한다. 매년 이들 각 생태계의 일부가 황폐해지거나 개발되거나 전환되거나 소실된다. 비교적 적은 부분이긴 하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생물계가 무너지거나 파괴되면 땅속과 땅 위의 식물과 유기체들이 죽어서 탄소가 배출된다. 우리가 지구의 육지 시스템의 10퍼센트를 잃으면 그러한 배출로 대기 중의 탄소가 100ppm이나 증가할 수 있다._29쪽
황폐화된 토지를 복원하는 가장 간단한 조치는 자연적 재생에 대한 제약들을 없애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축들의 과도한 방목을 중단하면 풀들과 다른 식물들이 다시 자라기 시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획으로 받는 압박이 없어지면 해양의 수산자원들도 늘어날 수 있다. 자연의 기본 설정은 재생이다. 망가지는 것은 땅이 아니라 우리와 땅의 관계다. 자연은 영겁의 세월 동안 홍수, 화재, 허리케인, 화산 폭발, 심지어 가끔씩 일어나는 소행성의 충돌 등의 교란에서 회복되어왔다. 자연은 스스로 회복한다. 자연적 과정에 인간이 가하는 제약을 밝히는 것이 종종 땅을 회복시키는 가장 비용 효율이 높은 조치다._236쪽
지구의 광대한 초원에 얕은 층의 유기 퇴비를 뿌리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퇴비 0.5인치를 거의 6000만 에이커에 달하는 캘리포니아 방목지의 5퍼센트에만 뿌려도 주의 농업과 임업 부문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할 수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퇴비가 식물의 성장을 상당히 증진시키고 토양의 용수력을 향상시키며 대기 중 탄소의 지하 격리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을 발견했다._241쪽
식물의 미생물들이 바람에 실려 하늘 높이 올라가서 우박의 종자 입자가 된 것으로 보였다. 이것은 순환 과정이었다. 강우로 인해 숙주식물로 되돌아간 박테리아는 신속하게 증식하여 다시 위로 올라간다. 이 과정은 바다에서도 이루어져 조류의 박테리아들이 용승 해류에 실려 수면으로 이동하고 이곳에서 폭풍우에 의해 뒤섞여 파도 비말이 되어 바람을 타고 대기로 올라간다. 이는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식물들이 땅에 강우를 일으키는 미생물들을 제공한다면, 식물이 부족할 경우 지역적으로 비와 눈이 감소할 것이라는 말이 된다._248쪽
여성들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 자체가 지구의 재생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단일 통로다. 사회체계건, 생태계건, 면역체계건 모든 체계의 보편적 원칙은 그 체계의 더 많은 부분을 체계와 연결시키라는 것이다. 관습, 신념, 무지로 인해 문화들은 계속해서 여자아이들을 부차적 존재로 취급한다. 어떻게 이런 태도가 나타났고 계속해서 퍼져나가는지는 지배, 두려움, 무지에 관한 아주 오래된 이야기다. 이런 태도를 없애는 것은 생존이 걸린 문제다. (…) 무지는 경비 절감책이 아니다._321~322쪽
거의 모든 사람이 ‘기준점 이동 증후군’이라는 현상을 겪고 있다. 두 세대 내에 우리는 땅과 바다와 하늘이 얼마나 풍요롭고 활기 넘쳤는지 잊어버릴 것이다. 바다가 해저의 광대한 굴 서식지들로 수정처럼 맑게 유지되었던 것도, 물이 말 그대로 생물들로 출렁거리던 것도, 엄청난 수의 철새 떼와 나비들이 해를 가릴 수 있었던 것도 잊어버릴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는 거의 헐벗은 지구에 살게 되고 그런 상태를 ‘자연 그대로’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가 아는 상태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대한 망각이다. 지역의 먹이그물 내에서 진화하지 않은, 돈을 주고 산 예쁜 ‘원예 식물’들로 채워진 정원에는 야생생물들의 피난처가 없다. 정원들이 정물화가 될 정도로 관리되고 살충제가 뿌려져 만들어낸 광경 외에는 그 무엇도 들어갈 자리가 없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연과 전쟁을 하고 있고, 그리하여 스스로와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_329쪽
‘빠르게’가 문제다. 소비가 쟁점이다. 성장이 원인이다._558쪽
가난한 이들도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다. 그들은 관심, 시간, 에너지, 관계를 필요로 한다._5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