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극혐인 부장님에게 내려온 첫번째 미션,
사군자 교실의 고인물 정중순 a.k.a. 로라 회원의 비밀을 밝혀라!
『도토리 문화센터』는 난다 작가가 처음 선보이는 장편 스토리물이다. 2014년 『내가 태어날 때까지』를 출간한 바 있지만, 연재 기간 1년이 넘는 장편극으로선 사실상 처음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어쿠스틱 라이프』로 ‘생활만화의 최강자’의 명성을 얻은 그가 차기작으로 새로운 도전을 택한 셈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의심할 여지 없는 이야기꾼의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도토리 문화센터』는 주인공 고두리를 중심으로, 그의 타깃이 된 네 명의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1권의 주인공은 사군자 교실의 정중순 회원. 나이 68세에 여성병원의 원장인 그는 어째서인지 다른 회원들과 거리를 둔 채 ‘로라’라는 필명으로 2년째 사군자 교실에 다니고 있다. 좀처럼 곁을 내어주지 않는 중순의 벽을 허물고자 두리는 고군분투하고, 마침내 그의 비밀에 한걸음 다가선다.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작가의 최신작
중년들의 핫플레이스 『도토리 문화센터』로 놀러오세요!
도토리 문화센터 회원의 ‘평균 연령 70세’라는 설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만화의 중심인물들은 노중년 캐릭터이다. 생각해보면 중년과 노인은 젊은이만큼이나 당연한 존재인데도 웹툰에선 흔치 않은 설정이다. 흔치 않은 소재는 흔치 않기에 다루기 나름에 따라 강점이 될 수 있다. 『도토리 문화센터』의 인물들은 다른 만화에서 보지 못했던 개성을 보여준다. 여성병원 원장으로 주요 일간지에 인터뷰할 만큼 성공했지만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정중순부터 76세 고령에도 문화센터의 모든 수업을 섭렵하며 강사와 자치회 회장으로도 활동하는 지옥길, 전직 교사 출신 호기심 많은 오지라퍼 남세미까지, 독보적인 매력의 캐릭터들이 등장해 예측 불가능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부록 만화 「난다의 구구절절」에서 밝힌 것처럼 『도토리 문화센터』는 난다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차기작 취재를 위해 집 주변의 문화센터에 다녔다는 난다 작가는 그곳에서 겪은 해프닝을 만화의 재미로 되살려내었다. 십년 넘게 생활 만화를 연재하며 벼려온 난다 작가의 노련함과 관찰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혼돈의 서랍’이나 ‘노력과 결과의 주사위’ 등 삶을 꿰뚫는 촌철살인을 방점 찍듯 중간중간 심어놓으며 이야기를 쥐락펴락하는 솜씨 또한 『어쿠스틱 라이프』 그대로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도 있지만 ‘문화센터’라는 일상적인 배경에 걸맞게 평범한 인물들도 등장한다. 일에 빠져 살면서도 그런 충성심을 회사가 알아줄 것인지엔 확신을 갖지 못하는 직장인, 손주 보는 데 여념이 없는 80대 노인, 매출이 신통치 않아 염려하는 자영업자 등 문화센터에 모인 그들은 겉으론 평화롭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 삶이라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전쟁터에서는 누구도 쉽게 약점을 드러낼 수 없다. 하지만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같은 활동을 즐기는 순간만큼은 경계를 풀어도 좋지 않을까.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 지친 평범한 그들이 한숨 돌릴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장소가 아닐까 싶다.
작은 도토리가 싹을 틔워 거대한 나무로 자라듯 우리의 인생을 지탱해주는 건 의외로 사소한 것일지도 모른다. 취미를 즐기는 일이 누군가에겐 결과물 없는 인생의 낭비처럼 보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겐 자신의 삶을 단련하기 위한 담금질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담금질은 생각보다 즐거우며 때때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는 것을 『도토리 문화센터』에서 실감한다.
단행본만의 부록만화 「난다의 구구절절」 외
한정수량 사은품 ‘골 트래커 세트’ 증정
난다 작가는 이번 단행본 출간 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스크롤 연재 원고를 판형 원고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그림을 수정했으며,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섬세한 편집을 거쳤다. 단행본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부록만화 「난다의 구구절절」를 통해서는 오랜만에 난다 본체로 등장하여 휴재 기간 동안의 에피소드 외에 ‘도문센’ 연재 뒷이야기와 정중순 캐릭터 탄생 비화 등을 풀어놓는다. 『어쿠스틱 라이프』의 바이브가 그리웠던 독자들에게 몹시 반가운 페이지가 될 것이다. 문학동네에서는 출간 기념으로 ‘골 트래커 세트’와 ‘카카오톡 테마’를 한정수량 제작하여 증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