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옷을 입은 로맨스 미스터리
국내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지만, 조젯 헤이어는 로맨스물의 하위 장르인 ‘리전시 로맨스’를 창조한 것으로 로맨스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리전시 로맨스’란 최근 넷플릭스에서 크게 화제가 된 <브리저튼>처럼 리전시 시대(19세기 초)를 배경으로 삼는 로맨스물을 말하는데,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이 리전시 시대의 대표적인 작가다. 헤이어는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실제로 그 시대에 살았던 오스틴보다도 더 섬세하고 생생하게 시대상을 전달하여 “제인 오스틴의 전통을 따르는” 작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잠시간의 유흥이었는지는 몰라도, 이 로맨스 소설의 대가는 탐정소설을 하나도 아닌 여러 편을 종종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미스터리 장르에서도 출중한 스토리텔링 실력을 뽐낸 결과, 동시대의 두 여성 미스터리 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와 도러시 세이어스에 이어 심심치 않게 그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헤이어의 미스터리가 지닌 특징은 참신한 트릭과 퍼즐 없이도 독자를 매혹시키는 법을 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로맨스 장르에서 다져진 특기를 십분 발휘한다. 정확한 시대 묘사는 물론이며 제각기 강렬한 성격의 인물들, 그들 간에 이뤄지는 아이러니와 재치가 넘치는 대화, 잘 짜인 플롯은 그야말로 훌륭한 페이지터너로서 모자람이 없다. 탐정 역의 해너사이드 경정과 헤밍웨이 경위는 잘 짜인 인물들이 그러하듯 인간적인 매력을 갖췄으며, 마찬가지로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그려지는 성실한 수사 과정은 여타 탐정소설에 뒤지지 않을 만큼 치밀하다.
한편 『조심해, 독이야!』를 이끄는 또 다른 큰 축은 의심의 여지 없이 두 남녀의 로맨스다. 이 작품 속 ‘로맨스’의 중심을 차지하는 스텔라 매슈스와, 시종일관 의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며 해너사이드 경정의 의혹을 사는 랜들 매슈스의 밀고 당기기는 작품의 미스터리 외적인 부분을 풍성하게 장식해 쉼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의 귀환
2018년 30번째 작품을 출간한 뒤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이 4년 만에 새로운 판형과 디자인으로 돌아왔다. ‘미스터리 책장’의 새로운 시작을 여는 첫 주자는 총 다섯 작품으로 얼 스탠리 가드너의 『벨벳 속의 발톱』, 피터 러브시의 『밀랍 인형』, 존 딕슨 카의 『마녀의 은신처』, 조젯 헤이어의 『조심해, 독이야!』, 로널드 녹스의 『철교 살인 사건』이다. 미스터리 초심자부터 장르 문법에 익숙한 마니아까지 각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부터 골라 펼쳐볼 수 있도록 다채롭게 구성했으며, 앞으로도 ‘미스터리 책장’은 꾸준히 미스터리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2012년 첫 출간된 ‘미스터리 책장’은 전 세계 미스터리 거장의 주옥같은 명작을 담은 미스터리 소설 전집이다. 이전까지 일서 중역과 축약본으로밖에 읽을 수 없었던 전설의 미스터리, 미처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믿을 수 있는 전문 번역가의 번역과 멋진 장정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본격 미스터리,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스릴러, 유머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와 다채로운 걸작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도록 힘써왔다.
이 책에 바쳐진 찬사
헤이어의 작품 속 인물과 대화는 변치 않을 즐거움을 준다!
- 도러시 세이어스 (미스터리 작가)
모든 요소가 능숙하고 섬세하게 결합되어 있으며,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은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어떤 독자라도 이를 즐기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맨체스터 가디언》